김질(金耋) 묘표(墓表) - 김석주(金錫冑)
八代祖奉常寺正府君墓表
공의 휘(諱)는 질(耋)이고 자(字)는 수옹(壽翁)인데, 선대의 계통은 신라(新羅)에서 비롯되었고 관향은 청풍(淸風)이다. 고려 말엽에 이르러 더욱더 융성하여 청로 장군(淸虜將軍)을 지낸 장수가 나오고 시중(侍中) 벼슬을 한 정승이 나왔다.
공의 할아버지 김정(金瀞)은 전중감(殿中監)에서 벼슬하였으며, 아버지 김경문(金敬文)은 덕행이 훌륭하고 교위(校尉)의 벼슬을 하였는데, 오씨(吳氏)에게 장가든 뒤에 충주(忠州)에서 수양(首陽)으로 이주하였다. 서해의 표면 바다에 떠 있는 아름다운 기운이 쌓여 우리 공이 태어났다.
나이 27세에 성균관(成均館)을 거쳐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백씨(伯氏) 김여(金勵)도 그러하였고 막내아우 김기(金耆) 또한 무예가 출중하였다. 형과 아우가 마치 바람은 호랑이를 따르고 구름은 용을 따르듯이 일시에 명성이 나 자자하였다.
집의(執義)를 거쳐 안동 부사(安東府使)로 나가 청렴과 공평으로 포상을 받았으므로 공황(龔黃, 한(漢)나라의 순리(循吏)인 공수(龔遂)와 황패(黃霸))과 견줄 만하였고, 태상시(太常寺)의 장관이 되어 제사를 관장하였다.
선덕(宣德, 명 선종(明宣宗)의 연호) 계축년(癸丑年, 1433년 세종 15년)에 태어나고 홍치(弘治, 명 효종(明孝宗)의 연호) 무렵에 세상을 떠났는데, 계축년(癸丑年, 1493년 성종 24년) 여름이었다. 서쪽의 고산(高山) 활등처럼 높은 곳 해좌(亥坐)에다 높이 무덤을 쌓았는데, 공이 잠들자 기운이 생동하였다.
부인 전주 이씨(全州李氏)는 성품이 정숙하였다. 그의 할아버지 양녕 대군(讓寧大君)은 태옹1)(泰雍)처럼 왕위를 사양하였는데, 그의 큰아들의 딸로서 어려서부터 총명하였다. 큰아들 김숙필(金叔弼)은 학문이 깊었으나 일찍 죽은 바람에 나래를 펼치지 못한데다 후사도 없었으므로 어버이가 근심하였다.
막내아들 김종필(金終弼)은 시(詩)에 능하였는데, 험준한 바위 위에 서 있는 단풍나무란 뜻을 따서 풍암(楓巖)으로 자신의 호를 삼아 선비들 사이에서 노닐었다. (김숙필의 아들인) 손자 김식(金湜)은 도(道)를 일찍 통하고 현량과(賢良科)에 합격하여 유학을 선도하다가 혹독한 화를 입었다.
그러나 하늘의 후한 보답을 받아 근간(根幹)이 견고하고 지엽이 번창하였으므로 대대로 벼슬아치가 나 패옥(佩玉) 소리가 쟁쟁하였다. (김식의 손자) 충간공(忠簡公, 김권(金權))의 절개는 간흉(奸凶)을 꺾었고 (김식의 4대손) 문정공(文貞公, 김육(金堉))의 업적은 백성을 보살핀 공로가 있었다. 문정공의 두 분 후사도 연달아 고관 대작을 지냈는데, 큰아들 김좌명(金佐明)은 보국 숭록대부(輔國崇祿大夫)로 병권을 총괄하였고 둘째 아들 김우명(金佑明)은 국구(國舅)로서 나라에 큰 은택을 입혔다.
훌륭한 딸을 낳아 왕실로 시집보내어 성상(聖上)을 낳으니, 천만년이 되도록 한없이 번창할 것이다. 경신년(庚申年, 1680년 숙종 6년) 11월에 (문정공의) 손자 김석주(金錫胄)는 공의 유사(遺事)를 서술한 다음 산 돌을 세워 갈고 닦아 글을 새기어 무궁한 후세에 보인다.
[각주]
1) 태옹(泰雍) : 태백(太伯)과 중옹(仲雍). 주(周)나라 태왕(太王)이 작은 아들 계력(季歷)을 후계로 삼아 문왕(文王)에게 왕위를 전하려고
하자 중옹이 그의 형 태백과 같이 초(楚)와 월(越)로 피하였다고 함.
[原文]
金耋 墓表 - 金錫胄.
公諱耋字壽翁, 系新羅籍淸風。 逮麗季彌顯隆, 將淸虜相侍中。 祖曰瀞仕殿中, 考敬文德淵沖。 秩校尉娶吳宗, 自忠徙首陽從。 表西海海渢渢, 鬱扶輿産我公。 廿有七繇泮宮, 擢文榜伯勵同。 耆爲季亦武雄, 晜及弟虎從龍。 聲一日振舂容, 歷中丞刺安東。 褒廉平埒黃、龔, 長太常齋祀供。 宣德降弘治終, 癸丑周維夏凶。 西高山高以窿, 負亥原若堂封。 公所藏氣蔥蘢, 配國姓姬肅雝。 祖讓寧侶泰、雍, 繄三胤夙哲聰。 伯叔弼學力攻, 而早夭翼未翀。 仲無嗣親所恫, 季終弼詩以工。 嵁嵁巖上有楓, 以自號潛章縫。 有孫湜道早通, 魁賢良倡儒風。 嬰禍酷受報豐, 根幹固華葉穠。 世簪佩鳴璁瓏, 忠簡節折奸凶。 文貞業卹民功, 繼兩嗣爵又崇。 長輔國摠兵戎, 次國舅恩澤洪。 生任、姒毓聖躬, 祚千百揖揖螽。 歲涒灘月黃鍾, 孫錫胄述遺蹤。 豎山石琢而礱, 文以鐫詔無窮。<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