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리 호먼(46세, 미네소타)은 아내가 아무래도 불륜을 저지르는 것 같은 의심이 들었다. 그는 아내의 휴대전화와 집에서 쓰는 PC에 스파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아내의 자동차에는 GPS를 달았다. 어느 날 밤에는 호숫가 통나무집까지 아내를 미행하기도 했다.
그의 전 아내인 미셸 마티아스(51)는 “끔찍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외도를 한 적이 절대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남편의 의처증 때문에 차고에도 혹시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나 아이들과 함께 뒤졌다. 또 남편이 엿들을까 무서워 정원에서도 목소리를 낮추고 대화를 나눴다. “내 사생활만 침해 받은 게 아니다. 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나 내 컴퓨터에 기록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사생활까지 침해 받았다.”
호먼은 아내 스토킹 혐의로 30일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내 사연을 들은 사람들은 자기라도 나처럼 했을 것이라고 나를 두둔했다”며 “추적 기술 성능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호먼의 사례는 배우자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요즘 어떻게 상대를 감시하는지 그 실태를 잘 보여준다.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제임스 본드 부럽지 않을 장비들을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고 사용도 간편하다.
예전에는 정부나 기업에서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기술을 이제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사적인 영역—가족, 친구, 연인관계—마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노출될 수 있다.
변호사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요즘은 이혼소송도 첩보전을 방불케 변했다고 입을 모은다. 애틀랜타에서 결혼 상담사로 일하는 제리 레인은 의심하는 배우자가 거의 모든 외도 사례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배신 당했다고 생각하면 진실을 캐내려고 집착하게 된다. 2012년 현재 프라이버시란 존재하지 않는다.”
GPS 추적 장치 판매업체의 매출은 급격히 늘고 있다. 브릭하우스 시큐리티는 가방이나 옷에 부착할 수 있는 초소형 추적 장치를 생산한다. 지난 3년 간 이 장치의 매출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랜드에어시 시스템스도 올해 현재까지 GPS 추적 장치 약 15만개를 판매해, 이미 2011년 한 해 동안 판매한 수량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자석으로 자동차에 부착할 수 있는 GPS 추적 장치를 만든다. 스파이기어개짓스닷컴은 보모 감시 카메라와 몰래 카메라를 제조하는데, 이들 제품 매출은 올해 40% 증가했다. GPS 추적 장치 매출은 거의 80% 늘어났다.
변호사, 검사, 사설탐정, 추적 장치 판매업자, 결혼 상담사, 이혼을 겪은 사람들 등 3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 추적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결혼전문변호사학회’가 올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문자 메시지, 이메일, 통화내역, GPS 위치 정보 등 스마트폰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사례가 지난 3년 간 증가했다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변호사 중 92%가 답했다.
배우자 감시가 과연 적법한가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결혼생활에서 ‘사생활을 보호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합리적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privacy)’에 대해서는 법원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1년 네브라스카 사건의 경우, 남편의 음성을 녹음하기 위해 딸아이의 곰 인형에 녹음 장치를 숨겨놓은 여성은 연방도청방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8년 아이오와 사건에서는 아내 몰래 침실 자명종에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남편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국 고등법원 판례 13건 중 적어도 5건은 배우자 감시는 연방도청방지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적어도 2건은 연방도청방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레아 베이글리는 자신의 컴퓨터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하고 집 안에 녹음장치를 놔둔 남편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10월 텍사스 주 연방판사는 베이글리에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리 로젠탈 지방법원판사는 연방도청방지법이 ‘배우자간 도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1974년 고등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레아 베이글리는 컴퓨터에서 하는 작업을 누군가 다 알고 사적인 대화가 녹음된다면 “프라이버시가 침해된 것 아닌가”라고 인터뷰에서 반문했다.
그녀의 전 남편인 래리 베이글리(41)는 가장으로서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권리가 있다며 “결혼했다면 배우자의 모든 걸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배우자를 감시하는 데 늘 첨단 기술까지 필요한 건 아니다. 배우자가 무심코 놔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뒤지는 것도 감시에 해당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감시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미시건 주 오클랜드 카운티 검찰은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이메일 비밀번호를 몰래 알아내 아내의 이메일을 읽은 레온 워커를 해킹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올 6월 검찰은 아내도 남편의 문자 메시지를 몰래 봤다며 공소를 철회했다.
레온 워커(34)는 “이렇게 사소한 행위 때문에 배우자를 체포한다면 세상에 감옥 안 갈 사람 어디 있겠느냐”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의 아내는 변호사를 통해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혼법과 사생활보호법은 주법마다 천차만별이다. 배우자 몰래 수집한 증거를 이혼소송에서 활용할 수 있는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그 정보를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괴롭히는 데 쓴다면 스토킹 관련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
‘가정폭력방지를 위한 전미네트워크’의 신디 사우스워스는 “스토킹 법은 주마다 다르지만 핵심은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꼈는가에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를 감시하는 행위는 도청, 사이버범죄, 무단침입 관련법에 저촉돼,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다.
아마추어 스파이들에게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랜드에어시는 GPS 추적 장치를 판매한다. 성냥갑 만한 크기의 장치를 자석처럼 자동차에 붙일 수 있는데, 인터넷에서 179달러에 판매한다. 20년 전에 출시된 원시적인 GPS 추적 장치는 수천 달러를 호가하면서도 성능은 조악하기 그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출시됐다. 메신저 메시지와 이메일을 복사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100달러 미만)도 전문지식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 초소형 녹음기 제품도 다양해져서 도청이 쉬워졌다.
이러한 제품들은 특허를 받은 합법적으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는 제품 판매를 규제하는 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08년 연방거래위원회는 ‘리모트스파이’라는 소프트웨어로 절대로 들키지 않고 어디서 누구든 감시할 수 있다고 홍보한 스파이웨어 판매업체 ‘사이버스파이 소프트웨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사이버스파이 소프트웨어가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상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2010년 연방거래위원회는 사이버스파이 소프트웨어가 타인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감시하는 소프트웨어를 광고할 수 없으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 전에 컴퓨터 소유주로부터 승낙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고시했다.
사이버스파이 소프트웨어는 어떠한 법률이나 규제도 위반하지 않았다며 연방거래위원회 고시에 불복했다. 본 업체는 여전히 89달러 95센트에 이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지만 마케팅 전략은 수정했다. 웹사이트에 “직원이나 자녀가 자리에 없을 때 감시하기에 적합하다”고 홍보 문구를 올려놓은 것.
트레이서 스펜서 사이버스파이 CEO는 당시 회사의 거래 관행은 업계 규범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관련 업계가 연방거래위원회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제품이나 광고를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스파이웨어 가격이 저렴해지다 보니, 이혼 전문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배우자와 공유했던 컴퓨터나 이전에 사용했던 컴퓨터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새로 컴퓨터를 구입하라고 권유한다. 또 배우자를 감시하는 행위는 주법 또는 연방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의뢰인에게 미리 경고하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전미변호사협회 가족법 부문 담당자 랜달 케슬러는 “사람들은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알고 싶어 안달한다”며 “법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다른 방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시하는 관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T.J. 워드는 애틀란타 교외에서 사설탐정으로 일한다. 배우자 감시 업무가 전체 업무 중 80%를 차지한다고. 현재는 GPS 추적 장치가 달린 자동차 다섯 대를 조사 중이다. 그는 요 몇 년 동안 자동차 위치 추적 정도는 기본으로 제공했으며 근래에는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나 자산을 추적하기 위해 GPS를 활용하는 건 기본이고, 상대가 자신을 감시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역추적도 성행이라고 전했다. 집안에 도청장치가 있는지 수색하는 비용은 5,000달러이며, 스마트폰에 감시 장치가 있는지 스캔하는 데에는 500달러가 든다고 한다.
케빈 레비타스 조지아 주 하원의원은 2009년 위치나 이동 경로를 상대방의 승낙 없이 전자적으로 추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2010년 은퇴한 레비타스 의원은 “사생활을 보호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합리적인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를 저지를 때에는 본인도 잘못을 스스로 알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계류 중인 이 법안에는 회사 차량을 추적 중인 경우,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 사설탐정의 경우는 예외를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자동차는 부부재산으로 간주되므로 배우자 감시는 위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자동차를 공동 소유한다는 전제하에 배우자는 자동차를 추적할 수 있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인근에서 어린 아들 두 명을 키우는 제이 치커론은 가족 공용 컴퓨터에 97달러짜리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는 혐의로 형사 고발 당했다.
치커론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여섯 달이 지난 2010년 9월 그의 전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의 전 아내는 가족 컴퓨터로 로그인한 개인 이메일에서 감시 흔적을 발견했다. 그녀는 남편이 변호사에게 보낸 이메일을 자신이 감시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1년여가 지난 후 경찰은 치커론을 체포했다. 경찰은 컴퓨터를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전자/구두 커뮤니케이션을 가로채고, 저장된 커뮤니케이션 기록에 불법적으로 접근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그는 웹워처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메일, 로그인 기록, 인터넷 활동 내역 등 컴퓨터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모니터링 하도록 설계됐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현재 소송 취하를 위해 노력 중이다.
치커론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메일을 읽은 아내는 처벌을 받지 않는데 왜 자신만 기소돼야 하냐고 항변했다. “아내가 내 이메일을 읽음으로써 내 프라이버시가 침해된 것 아닌가?”
펜실베이니아 주 체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인 톰 호건은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달라는 본지의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호건 검사는 가족 모두가 쓰는 컴퓨터에 남겨진 계정에서 단순히 이메일을 보는 것과 메시지를 가로채기 위해서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것을 같은 경중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은 밝혔다.
미니애폴리스에서 두 시간 떨어진 교외에 사는 호먼은 2009년 광고에서 힌트를 얻어 아내의 자동차에 GPS 추적 장치를 달았다. 이 GPS 추적 장치는 아내가 자동차를 몰고 어디를 가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줬다. 가격은 월 사용료 불포함 500달러였다.
투자영업에 종사하다 현재는 트럭을 운전하는 호먼은 위치 추적 장치가 “놀라운 성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호먼은 2009년 후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당시 아내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이 장치를 적어도 네 차례 사용했다.
그의 아내였던 마티어스는 남편이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녀는 “남편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훤히 다 알았다”며 자신은 불륜을 저지른 적이 결단코 없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에 추적 장치를 다 해놓는데 무슨 수로 외도를 했겠는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2010년 3월 그녀는 추적 장치가 있는 곳을 샅샅이 뒤졌다. 결국 자동차 아래 붙어있는 추적 장치 하나가 발견됐다. 그녀는 경찰에 신고했고 주 검찰은 호먼을 자동차에 추적 장치를 달고 아내를 스토킹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팀 호흐스프렁 검사는 “마티어스가 어디에 가는지 남편이 속속들이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2010년 7월 배심원단은 스토킹과 자동차 추적 두 가지 혐의로 호먼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호먼은 30일간 수감됐다. 항소심에서 판사는 호먼이 자동차에 대한 “충분한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 위치 추적은 합법이라며 자동차 위치 추적에 관한 판결은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