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계집 큰 배움집-梨花女子大學校
중국의 다이빙궈라는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과정은 외교관례를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행위라고 생각된다. 합의하에 성사된 외무장관의 방문을 마음대로 취소하고 느닷없이 그 상급자인 외무담당 국무위원이 이쪽 사정은 듣지도 않고 왔을 뿐 아니라 자기들 계힉대로 우리와 협의도 없이 우리 대통령을 당장 만나겠다고 우겼다니 그 오만방자함에 입이 안 다물어진다. 최근 끝난 광조우 아시안경기에 갔다 온 어느 기자는 중국의 자원봉사지든가 행사 종사원들의 태도에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즉 검은 머리에 누런 얼굴, 즉 한국인이나 일본인같이 생긴 사람(몽골계 비슷한 사람들)을 보면 당연히 중국말을 알아들어야 한다는 식의 오만한 태도를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직장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사업장의 일로 중국을 자주 방문한 한 젊은이도 중국은 그 오만함 때문에 얼른 망해야 하는 민족이라고 불평하는 것을 들었다. 역시 한국인에 대한 우월한 태도는 못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한번 생각해 보자. 그들이 왜 그렇게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오만할 수 있으며 (뻔뻔스러울 수 있으며) 특히 중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실(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가를 추론해(헤아려) 보자. 배움이 많지 않고 사물(일들)을 논리적으로 풀어 생각하지 못하는 보통 중국인의 입장에서(선 자리에서) 생각해 보자.
그들이 보기에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그들 중국의 글인 한문으로 만들어진 낱말이 없으면 자신들의 뜻을 제대로 드러낼 수도 없는 미개 민족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면 우리는 그렇게 자랑스럽다고 하는 바로 그 우리민족이 문자생활에서, 더 나아가서 말 생활에서 이미 천년이상을 중국의 식민지 민족이 되어 버렸단 말인가.
1950년대에 한글전용주장이 대두되었다. 한문에서 온 말을 전부 순 우리말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한자를 쓰지 않고 한글로만 언어생활을 하자는 주장이 있었고, 한자와 한문은 이미 우리민족의 말이 된 것이고 한자없이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니 한자를 혼용해야 한다는 주장, 이렇게 크게 세가지 주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최현배교수가 순수 한글전용을 강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안다.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럼 이화여자대학교는 ‘배꽃 계집 큰 배움집’이고, 비행기는 ‘날틀’이라고 해야 하겠네”라고 비아냥댔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어린 생각에서도 날틀이나 배꽃계집 큰 배움집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한문은 필수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여기 저기 글을 쓰면서 한자에서 온 단어없이는 내 뜻을 표현하기가 힘듦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자로 쓰지는 않고 한자어에서 온 단어도 그냥 한글로 쓰면 되는 정도의 한글전용론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후반부터 월간잡지인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에 자주 글을 쓰면서 순수 한글로만 된 글도 쓸 수 있지 않을가 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 두 잡지는 한글전용을 넘어서 순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하던 잡지였기 때문에 우리글로 글쓰기를 시도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문에서 온 낱말들도 순수 우리말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가 생각하게 되었다. 당연히 “가격이 저렴하다”란 말은 쓰면 안 되고 “값이 싸다”로 써야 하고 민족은 겨레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이제는 백성은 순 우리말로 고칠 수가 없을가도 생각중이다.
이화여자대학은 되고 배꽃계집큰배움집은 어차피 고유명사이니 이화여자대학교로 써도 괜찮지만 비행기는 날틀로 바꾸는 것이 옳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자기의 글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글자로 순수하게 그 겨레자체의 말을 만들어 쓰지 않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쉽게 남의 문자로 만들어진 말을 자기들의 말인양 쓰는 민족에게 민족정체성이란 생길 수가 없다는 데까지 비약하기도 했다.
중국문자의 노예가 되어 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영어의 노예가 되기를 작정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어느날 방송을 듣다가 외국의 노래를 방송하고 있는데 곡명을 영어로만 말하고 번역을 해 주지 않는 것을 듣고 내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져 가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열악한 편이다. 우리는 國民을 국민으로 쓸 수가 있지만 일본은 國民이라 쓰고 자기식대로 발음해야 한다. 그럼에도 가끔 일본 방송을 보면 서양 사람들의 이름을 그들의 글자로만 쓰기에 나는 읽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 방송들은 로마자로만 사람이나 음악의 이름을 자막으로 넣어 방송한다. “I can't stop loving you"를 ”아이 캔 스톱 러빙 유“라고만 소개하지 번역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라고 소개하는 일이 없다. 한국방송공사의 음악방송의 홈페이지에 실리는 편성표도 곡명이 온통 로마자로만 써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월간잡지의 대부분이 그 잡지의 이름을 로마자로 써 놓고 있다. Nobleless, Marianne, 따위. 마치 알파벳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 백성될 자격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런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가 없다.
지금은 백년이 넘어 걸려도 모든 말을 순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야 우리는 “우리는 한민족이다" 라고 큰소리 칠 수 있는 겨레가 된다.
첫댓글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해외교포로서 국어의 순화나 외래어 범람에 대해 할말이 없습니다. 나 자신 이미 어느 선을 넘어버린 해외파가 되어버렸으니까요. 김광식 선생님이 아침에 만나 반갑습니다를 줄여 "아반"이라고 할때 얼마나 우스웠는지? 언어는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데 오늘날 인터넷에의한 언어파괴 또한 너무나 심각하고요. 여러가지 착잡합니다. 내 두 아들과는 한국어로 대화하지만 글로 쓸때는 반드시 영어로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뜻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니까요. 이일을 어찌 하오리까?
시간이 없어 긴 말은 다음에.
<機銃掃射>, 高3때, 국어 선생님의 최현배식 순한글표시는 "날틀 곤두박질 쏘아 붙이기"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대신 원칙적인 "민족의 얼"을 계속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