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 돈 받는 건 날아오는 화살 받는 격”
성철 스님이 떠난 지 13년. 세월이 흐를수록 스님의 잔영은
더욱 선명해지는가. 이번 주 발간된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도서출판 아름다운인연)에는
승속(僧俗) 11명의 시선으로 퍼즐처럼 맞춰본 그의 모습이 오롯하다.
필자는 조계종 종정 법전(法傳) 등 스님 5명과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 등 재가자 6명.
이들의 기억 속에서 성철 스님은 때론 목욕하는 모습을 들키기도 하고,
배앓이 하는 후배 스님에게 예방법을 일러주는 자상한 형님으로도 등장한다.
법전 스님은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성철의 면모를 소개한다.
수행을 게을리하거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면
얼음물 벼락을 내리고 “밥 도둑놈”이라며 때리기도 했던 스님.
그러나 ‘죽을 각오로’ 참선수행에 매진한 결과 ‘
한 소식’을 얻어 스님을 찾아갔을 때는 달랐다.
“일월(日月)이 동서(東西)를 분별하니
앉았던 사람이 일어나 가더라”는 게송을 읊었더니
성철 스님이 상좌들을 불러서 큰 소리로 일렀다.
“너희들 가서 떡 하거라!”
떡 해주는 것은 깨달음을 인정하는 절집의 풍습이다.
성철 스님은 전화를 직접 걸거나 받지 않으셨는데,
그 이유가 지독한 경상도 사투리 때문이라는 증언도 나온다.
상대방이 사투리를 못 알아듣기 때문에
자꾸 말이 많아지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
제자와 신자들이 생신 떡을 준비하는데
들이닥쳐서는 흙을 확 뿌려버림으로써
다시는 생신 상 차릴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 허름한 음식도 전혀 타박하지 않았으며
수박도 빨간 부분이 남아 있으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수시여전(受施如箭)’. 수행자가 신도들에게 돈을 받는 것은
날아오는 화살을 받는 것이라는 자세였다.
필자들의 공통 기억은, 찌를 듯이 내쏘는 스님의 눈빛,
그리고 하심(下心)하는 태도를 가르치기 위해
친견(親見)의 조건으로 걸었던 ‘3000배’.
우리 사회엔 성철 스님을 ‘우리 곁에 다녀간 부처’로
신화화하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홍선 스님(직지성보박물관장)은 이런 시각을 경계한다.
그는 “(성철 스님은) 수행자의 눈빛을 지녔던 분,
노경에도 애써 수행자의 자세를 추스르기에 게으르지 않았던 분,
내가 동의하는 것은 거기까지이다”고 적었다.
출처: 불자모임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