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시간
- 한 해를 마무리하며 -
노워리 기자단 모집 메일을 보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아이를 키웠는데 중학생이 되고 성적이 나오는 학년이 되자 아이는 학원을 원했다. 그렇게 학원에 보내게 되고 아이를 어떻게 잡아줘야 할지 몰라 다시 사걱세를 찾은지 1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한 달의 한 번 사걱세 온라인 모임을 하면서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언제나 마음이 후련했고 남모를 뿌듯함도 느꼈다. 그런 사걱세의 기자 활동이라니 단체를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글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시기라 무턱대고 신청서를 썼다.
노워리 기자단 첫 모임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가 본 사걱세 사무실에는 책상을 네모 모양으로 빙 둘러 마주보게 놓여있었다. 첫 만남의 어색함, 자기소개의 시간, 한 명 한 명 자신의 사연을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떨림의 순간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참 풋풋(?)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지어진다. 각자의 자리가 있고 경력도 되는 나이에 그런 순간을 만들 기회가 많지 않은데 새로운 도전이 가져다준 싱그러움 아닐까.
헌데 일단 지르고 보니 현실과의 충돌이 일어났다. 기존에 하고 있던 독서 모임이 있었고, 한 달에 두 번 책을 읽고 모인다. 그런데 노워리 기자단 활동도 한 달에 두 번 책을 읽고 온라인으로 모이는데 거기에 글까지 써서 합평을 한다는 것이다. ‘으악! 큰일 났다! 내가 다 해낼 수 있을까?’ 처음엔 그래도 꾸역꾸역 두 모임을 모두 해냈다. 평일에는 일 관련 책을 읽고 일하고, 주말에는 모임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느라 개인적인 생활을 거의 누리지 못했을 정도다. 그래도 코로나 시기라 괜찮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코로나 시기가 회복되면서 그동안 멈춰있던 일상들이 되살아나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늘어나고 일도 늘어나면서 내 스케줄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급기야 두 독서 모임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할 상황이 되니 슬슬 고민이 되었다. ‘하나는 정리해야 되는 거 아니야? 두 쪽 다 민폐 같은데...’ 그러면서도 우유부단한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학기말까지 끌고 와 버렸다. 아니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관계 때문이었다. 그동안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정든 사이를 쉽사리 놓을 수 없었다. 나의 욕심이었다.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함께 울고 함께 웃게 된다. 나의 이야기를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이들과 함께하며 세상에 내 편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러한 인연을 함부로 놓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으로 한 해 약속된 시기까지 두 독서모임을 모두 마무리했다.
힘들게 달려 온 2023년을 보내고 2024년은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면 직업상 더 바빠지는 나는 글쓰기를 등한시하며 집안일과 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한 달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금 내가 뭐하며 살고 있지? 생각은 하면서 살고 있나?’라는 자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듯했다. ‘아, 쓰는 것이 고되기는 해도 그 시간이 바로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구나.’라고 깨달았다. 읽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읽을 때 들었던 생각들을 꺼내 놓지 않으면 대부분 그냥 휘발되어 버린다. 쓰는 것은 힘들지만 쓰기 위해 고민하고 그것을 정리하면서 나의 생각도 정리된다. 그렇게 고민하는 시간이 바로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알았다. 아무래도 올해도 억지로 그 시간을 만들어야 할까 보다.
첫댓글 고군분투 1년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이에요. 쓰는 일은 어떻게 우리를 만들어가는 것일까? 참 신기한 일이에요. 그 맛을 알아버린 영경 샘이기에 억지로라도 올해 또 분투하실 거라 믿어요. 응원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방학 끝나면 기운이 나려나… 요즘같아선 올해는 쉬어야겠다 싶어요.^^;; 3월 되면 다시 기운이
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