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요한다. 서로 대립하는 여러 종교는 서로 모순된 주장을 함에도, 각자 자기 말이 옳다고 주장하며 무조건 자기만 믿을 것을 강요한다. 문제는 판단력이 없는 어린 시절에 이런 강요를 당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종교는 자기 부모의 종교와 거의 일치한다.
종교는 거의 예외 없이 진화론을 반대한다. 종교적인 헛소리는 대부분이 진화론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들이다. 100년을 살기 힘든 인간으로서는 짧게는 수십만 년에서 길게는 수십억 년이 걸리는 진화의 과정을 목격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진화론의 발견은 인류에게 내려친 벼락과 같은 선물이다. 우주의 은총이다. 인류와 생물의 기원에 대한 거의 완벽한 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진화론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동일한 조상을 갖는다. 동물은 16억 년 전에 식물과 동일한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 이 사실에 주목하면 인간이나 동물만이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주장을 할 수 없다. 동물계를 인간이 죄를 짓고 벌을 받아 환생하는 곳으로도 볼 수 없다. 현대인 중 일부 무지몽매한 자들은 진화론에 무지한 고로 마구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를 남발한다. 크게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들이 내뱉는 헛소리를 맹신한다.
데카르트는 심신이원론을 주장하였지만 현대 뇌과학은 이원론이 허구라는 것을 밝혔다. 하지만 지금도 데카르트의 논법을 따라 심신이원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큰스님들이 대부분 이렇게 주장한다. 한국 불교계의 거의 모든 스님이 이런 생각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스트 셀러 『멈추면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은 “마음을 멈추면 우리가 무아라는 것이 드러난다. 하지만 무아라는 것을, 아는 것은 존재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수백 년 만에, “생각하는 자는 존재해야 한다”라는 데카르트의 ‘기계 속의 유령’ 식 논리를 환생시킨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몸뚱이란 숨 한번 들이쉬지 못할 때 주인공이 딱 나가버리면, 사흘 이내 썩어 화장하고 묻어버려요. 하지만 주인공, 참나(眞我-true atman)는 우주가 생기기 전에도 있었고, 우주가 멸한 후에도 항시 여여(如如)하게 있습니다”라고 심신이원론을 주장한다.
진화론에 비추어보면 통속적인 6도윤회는 허구이다. 절대로 문자 그대로는 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땅 밑에 있는 지옥이나 하늘 위에 있는 천국은, 깨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진화론을 이해하면 불교의 무아론(無我論)이 참이라는 것을 더 잘 알게 된다. 현대 한국불교는 진화론과 거꾸로 가고 있다. 영원히 살 뿐만 아니라 전혀 진화하지 않는 완벽한 존재인, 참나와 주인공(主人公)을 부르짖는다.
육체도 무아이고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자아도 무아이다. 신이나 참나를 믿는 종교인은 신이나 참나가 없다면 ‘인간이 금수처럼 살게 될 것’이라 하면서 진화론을 부인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진화를 인정한다면 인간은 ‘인간과 인간이 사는 세상은 인간이 결정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아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고도의 의식이 있기에 문화적ㆍ정신적ㆍ영적 진화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류의 도덕과 문명은 한층 더 발전할 것이다. 이런 일은 무아이기에 가능하다. 무아는 만물과의 무한한 상호작용을 통한 무한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종교계의 미신을 파헤쳤다. 진리를 논함에 있어서는 계급장이 없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가 없다. 맞는 말과 옳은 말이 통할 뿐이다. 큰스님들이나 성직자들이 해가 서쪽에서 떠오른다고 주장한다고 해가 서쪽에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인류 집단을 하나의 생명체로 비유하자면 또는 뇌를 가진 생명체로 비유하자면, 과학자들은 전두엽과 좌뇌에 해당한다. 종교인들은 변연계와 우뇌에 해당한다. 과학자들은 세상을 조화와 질서의 세계로 파악하고, 종교인들은 세상을 공포와 혼란의 세계로 파악한다. 과학적인 사유로 종교가 지닌 비합리성과 부정정적인 면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가 해만 끼친다는 뜻은 아니다. 종교에는 인류가 짧게는 수십만 년에서 길게는 35억 년 동안 삶과 죽음의 투쟁 속에서 축적한 ‘삶과 죽음의 지혜’가 들어 있다. 환ㆍ망ㆍ공ㆍ상(환상(幻想)ㆍ망상(妄想)ㆍ공상(空想)ㆍ상상(想像)만 제거하면 금빛으로 빛나는 지혜를 대면할 수 있다. 그런 선물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출처: 강병균 교수 역저. 어느 수학자가 본 기이한 세상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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