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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중국필패
원제 : The Rise and Fall of the EAST
부제: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저자 : 야성 황 저/박누리 역
출판사 : 생각의힘
선정자 : 가을햇볕
모임일 : 2025-01-23 (목) 5시
장소 : 종각역 (nuguna 스터디 카페)
작성자 : 크로
참석자 : 가을햇볕, 강철 아름두리, 크로
여름숲님은 모친상으로 이번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였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을햇볕]
개인적으로 중국 관련 책에 관심이 많지만, 요즘 관련 신간이 보이지 않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이 자극적이고 최근 출간된 책이라 선정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인 **'중국필패'**에서 '패'는 중의적인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이 반드시 진다' 혹은 '중국이 반드시 재패한다'는 뜻이 아니라, 두 가지 뜻이 다 함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저자는 중국이 진다는 쪽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중국이 패권 전쟁에서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단기적이든 중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중국이 이기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는 **'규모'와 '범위'**로 보인다. 나는 이전까지 '규모'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중국 공산당은 규모를 확대하고 범위는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여기서 '규모'는 전체적인 크기, 즉 힘을 대변하며, '범위'는 다양성을 상징한다. 이 두 키워드를 기준으로 읽으니 책의 내용이 잘 이해되었다.
중국은 공산당의 정책에 따라, 예를 들면 빅데이터, AI, 로봇 산업처럼 당의 지원을 받으면 일사불란하게 산업이 성장한다. 하지만 중국이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면서 독재에 따른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중국은 과거에 비해 국수주의 열풍으로 인해 영어를 병기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여행 시 신용카드나 현금 사용이 어렵고 외국인이 사용하기 힘든 QR코드만 가능하다. 이는 중국이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외국인을 배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중국의 과거 왕조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서술했는데, 나는 당나라가 가장 개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당나라 때 수도는 지금의 시안(장안)인데, 그곳에 생목인(외국인)이 약 10만 명 정도 거주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당나라는 국제화되어 있었고 개방적이었기에 당나라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었으며, 과학과 문화도 흥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어 이런 상태로는 절대로 미국을 이기기 어렵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1949년 신중국 성립 후 가장 힘들었던 때는 1950년대 대약진 운동과 196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였다. 이때는 공산당의 규모는 커지고 범위는 작아졌던 시기였다. 그러나 1978년 등소평이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면서 약 20년간 공산당이 규모를 줄이고 범위를 넓힌 시기에 중국은 번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하고 점점 독재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강철]
우리나라는 중국과 아주 근접해 있으며, 과거에 많은 교류를 하였다. 특히, 우리가 자체 문자가 없었던 시절에 한자를 들여온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문화와 역사, 전통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역사는 기록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한자를 통해 이러한 기록이 가능했다.
이 책에서 한자라는 언어는 외세의 정복과 정치적 분열의 시기에도 다양한 비(非)한족 집단을 한족화하는 기나긴 과정의 주요 동인이자, 문화적 통합을 이루는 힘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중국어는 지역별로 발음이 다르지만, 표의 문자인 한자는 같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고, 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 간에는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이러한 점은 특히 공감이 되었다.
조선 시대 실학자 박지원이 중국에 갔을 때, 처음에는 무시당하다가 한자로 글을 쓰자 중국인들이 깜짝 놀라며 대우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자를 통해 우리나라는 중국과 다양한 교류를 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과거 제도나 유교는 모두 한자와 중국을 통해 유입되었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밀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는 과거시험이 시험을 위한 시험일 뿐, 사회 개혁이나 발전을 위한 제도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과거시험 문제는 고전 중국어 어휘와 구문을 수십만 개 외워야 할 정도로 어려웠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지식인들과 상류층을 포섭하고, 비판 의식이나 사고력을 가로막는 역할을 했다. 결국, 서양에 뒤처지고 침략당하는 굴욕을 맛보게 되었으며, 이러한 결과에 과거 제도가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주장에 공감이 된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제목인 '불패(不敗)'에서 '패할 패(敗)'로 기울어가는 느낌이다. 특히, 시진핑 독재는 중국을 매우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잘못된 정책이 역사를 얼마나 퇴보시킬 수 있는지는 중국의 과거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시기에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사회가 퇴보했다. 이 10년은 단순히 정체된 것이 아니라 후퇴한 시기였다.
현재 중국은 시진핑 독재와 함께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태다. 제작년에 중국 백두산에 갔을 때, 짓다 만 아주 높은 건물을 자주 보았다. 현재 중국의 부동산은 붕괴를 시작했으며, 이는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파산 위험을 매우 높이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의 역사와 제도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웠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영어 원제가 The Rise and Fall of the EAST: How Exams, Autocracy, Stability, and Technology Brought China Success, and Why They Might Lead to Its Decline인데, 원제의 뜻을 최대한 살려 “동양의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의 흥망성쇠” 정도로 번역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름두리]
이번책은 분량도 많고 최근 우리나라 정세에 신경이 쓰여 잘 집중되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읽어 나갔다.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역사와 체제는 오랜 세월 동안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유교 사상과 시험 중심의 관료제도는 지역 사회를 안정화시키고, 왕조 체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가 오늘날에도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의 과거 시험 제도는 지식을 선발의 기준으로 삼아 사회적 계층 이동을 가능케 했으나, 동시에 창의성과 다양성을 억제하며 체제 내에서의 사상 통일을 강요했다. 이는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사회적 동력을 억압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발전 초기에는 이러한 체제가 국가의 발전을 뒷받침했지만,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이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현대 동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과 일본, 대만은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시험 중심의 사회는 관료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으나, 정작 혁신적 문제 해결 능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는 단순히 관료들의 책임감 부족을 넘어, 사회 전반이 체제의 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은 공산당 체제 아래 여전히 시험 제도를 중심으로 한 계층 상승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으로 최첨단을 지향하면서도 폐쇄적인 체제 속에서 본질적 혁신을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이러한 시스템은 서구의 자유로운 경쟁과 창의적 에너지를 강조하는 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구 사회에서는 공무원 선발과 운영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경험과 정치적 교체가 중심이 되는 구조는 더 큰 역동성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동아시아는 시험이라는 획일적 기준으로 관료를 선발하며, 이는 과거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으나, 현재의 복잡한 도전에 대응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체제적 한계는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이 공유하는 문제이다. 과거의 성공이 오늘날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사회적·정치적 전환점에 서 있으며, 기존의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동아시아는 과거의 유산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는 유효했던 체제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장애를 낳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서구의 시스템과 비교를 통해 동아시아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의 미래는 과거의 유산을 얼마나 현명하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크로우]
책의 내용은 다소 두꺼웠지만, 역사적 배경과 익숙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특히 유교와 과거 제도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아 흥미로웠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와 설득력 있는 논지를 통해 중국 역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통찰을 제시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몇 가지 비판적인 시각도 떠올랐다.
먼저, 미래 예측에 대한 회의감이다. 과거에는 토인비와 같은 미래학 서적, 민주주의의 미래나 세계 권력의 변화와 관련된 책들을 즐겨 읽었지만, 요즘은 이와 같은 예측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자연과학은 실험과 통계로 어느 정도 증명할 수 있지만, 사회과학에서의 미래 예측은 많은 부분이 주관적 해석에 의존한다. 데이터 기반으로 작성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설득력이 있었으나, 다른 저작들에는 지나치게 해석의 여지가 크다는 한계를 느낀다.
현대 중국과 미국의 상황을 비교하며, 양측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경제적 도전과 미중 갈등 속에 있으며, 미국 역시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 유럽도 다양성을 강조하지만 경제적으로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중심으로서 세계 자본과 인재를 끌어모아 경제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역시 미국 본연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결과로 보인다.
저자는 또한 기독교와 유교를 비교하며 다양성과 집단성을 논했는데, 이에 대해선 다소 비판적이다. 유럽도 한때 기독교의 암흑기를 겪었고, 르네상스 이후 종교적 영향에서 벗어나며 발전을 이룬 사례를 통해 종교의 역할에 대한 맹목적 비판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유교나 과거 제도가 독재에 순응하는 구조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례는 다르다. 한국은 유교적 전통이 강했음에도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성공적으로 제도를 정착시켰다. 이는 제도 자체보다 환경과 외부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 결과로 보인다.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관계에 대한 논의도 흥미롭다. 필리핀 사례처럼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자본의 효율적 활용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다만,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정권 교체를 폭력 없이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반면 독재국가는 정권 교체 과정에서 숙청이나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제조업 발전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최근 중국은 하드웨어 제조업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이는 단순히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의 전반적인 제조업 강세와 연결된 결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논의를 제공하지만, 모든 주장에 100% 동의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와 미래를 깊이 고민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첫댓글 정리 굿^^
수고하셨습니다. 빠른 독후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