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내 감정을 울음소리에 담아갔다 감정을 돌려받기 위해 나는 창가에 앉아 기다린다 매미가 울면 울음소리 속으로 손을 집어넣을 것이다 감정을 꺼낼 것이다 매미 몰래 매미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울음이란 그래서 매미 대신 감정을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울음이란 그래서 창가에 앉아 기다린다 손을 집어넣기 위해 감정을 꺼내기 위해 매미 몰래 매미를 죽이기 위해 울음을 참으면 알게 된다 계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손이었군 계절 속으로 쑥 집어 넣는 손 공중을 휘젓는 손 멀리 나무가 펄럭인다 사람을 훔쳐가는 것도 손이었군 내 속으로 쑥 들어온 손 온몸을 휘젓는 손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들면 보게 된다 손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지는 비행기
병원 옥상에 올랐을 때였다 하얀 침대 시트가 아름답게 펄럭였고 비행기가 고요 속에 떠 있었다 나는 델몬트 유리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따서 흔들어서 따라 주려고 따서 흔들어서 따라 주려면 잠시 울어야 했다 뜨거운 바람이 불었고 조용히 앰뷸런스가 들어왔다 주차장을 보았고 소방대원을 보았고 그의 손을 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또 다른 손을 보았다 앰뷸런스에서 소방대원이 잘린 손을 들고 내렸다 구석구석 델몬트 유리병이 놓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월간 『시인동네』 2020년 1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