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이 막을 내렸습니다. 갑작스러운 윤우영 이사장님의 부고로 폐막식이 취소 되며 수상자에게는 예술감독이 개별적으로 만나 상패를 전달하게 됐습니다. 이후 심사평이 전달 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늦게나마 심사평을 공지합니다.
올해는 초청작 1팀, 경연작 3팀, 브릿지 3팀과 부대행사로 진행됐습니다.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수상하신 분들께는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10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경연작 심사평과 수상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심사평]
<제10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에서 발표된 세 공연은 제각각 장단점을 드러냅니다. 올해에는 애석하게도 최종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개별 작품들은 그 나름대로 충분한 가능성을 과시하지만, 결과적으로 예술적 완성도의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고 믿습니다. 모두에게 건투를 빕니다. 각 작품에 대한 간단한 비평을 덧붙입니다.
<늑대가 부른다> 여온 연출
연극이라는 형식에서 소설적 화자들의 서술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연극적 장치를 통해 연극적으로 묘사되고 연기로 체현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에덴인들과 에덴 바깥 인간들의 차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 두 집단뿐 아니라 에덴 집단 내부의 지배종속 관계에 대한 비유의 수준이 너무 단순하고 도식적이며 구체적이지 못합니다. 이는 곧 예술적 상상력의 전개가 제한되어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바이러스와 기후위기가 권력관계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관되며 어떻게 악용되는지 좀 더 상세한 묘사가 아쉽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냥꾼이 에덴에 대해서 취하는 태도 역시 좀 더 구체적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놓을 수 없는 손> 정인정 연출
살인범 상철을 사랑한 여인 연자와 출옥 후 동거하는 이 남자는 또 다른 연쇄살인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연자와 함께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중 어느 여자손님이 과음으로 인사불성이 되자, 상철은 한 동네에 사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줍니다. 이후 그 손님은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또다시 상철은 누명을 쓴 채 투옥됩니다. 하지만 실은 질투에 눈이 먼 연자가 그녀를 홧김에 살해했던 것입니다.
극중 사건들의 시간과 공간은 현재와 과거가 혼재하고 중첩됩니다. 과거는 현재에 다시 반복되면서 현재를 밀고 나가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비교적 단순한 사건들과 플롯을 긴장과 호기심으로 주목하게 만들면서 추동하는 힘은 단연코 배우들이 몸을 통해 창조하는 시청각적 이미지입니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제스처와 손짓뿐 아니라, 음성의 고저가 만드는 현상적 물질성 역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또한 음악과 첼로 연주의 효과 역시 매우 역동적입니다. 리얼리즘의 평이한 심리적 및 사건적 인과성을 넘으려는 시도 자체가 돋보입니다. 하지만 사건들과 행동들과 인물들의 심리가 조금 더 정교하고 구체적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붑> 박한별 연출
먼저 극작술적으로 볼 때 플롯의 전개가 서툴고 불명료합니다. 특히 발단과 전개 과정이 그러합니다.
또한 사건의 전개를 위한 기본이 되는 인물의 행동에 대한 정확한 묘사와 거기서 비롯되는 성격 구축이 부족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인물들의 입체적인 완성에 필요한 명료한 사유와 심리 및 타인과의 관계 등을 올바른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 서툴기 때문입니다.
음악과 무대요소들의 활용방식도 관객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줄 위험이 있으며, 극의 리듬과 템포의 완급 조절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독특한 표현 방식을 시도한 것은 때로는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다만 극작술적인 문제점과 연기의 모호함으로 인해 방식의 새로움이 충분히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심사위원-
평론가 심재민
연출가 이정하
연출가 박문수
[수상 결과]
-연출상 : 정인정(놓을 수 없는 손)
-남자연기상 : 채지성(늑대가 부른다)
-여자연기상 : 이진주(놓을 수 없는 손)
-무대예술상 : 호랑이삼촌(늑대가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