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선두권인 삼성증권이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이미 지난해 직원 100명을 삼성그룹 계열사로 내보내고 10여개 점포를 축소한 데 이어 더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11일 전 직원에게 사내 방송을 통해 어려운 경영상황과 함께 구조조정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삼성증권 최고경영자(CEO)가 전 직원에게 경영 현안을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사장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적자를 넘어 회사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회사의 미래와 비전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특단의 경영효율화 조치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임원은 전체 30명 가운데 6명 줄여 5명은 보직변경하고 1명은 관계사로 전출한다. 또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100개 안팎인 지점 수도 25% 정도 줄일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른 인원 감축 규모는 최대 50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업계 1위로 올라선 NH농협금융도 조만간 1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우투증권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농협금융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우투증권 노조는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농협금융 측으로부터 1000명 감원설이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최근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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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돼 올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내 62개 증권사는 2013회계연도(2013년 4~12월)에 1098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2회계연도 이후 첫 손실을 낸 것이다. 증시 침체로 악화된 수익성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전체 임원 70명 가운데 20%를 줄였다. 임원 3명은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삼성생명서비스 등으로 각각 보내고 12명의 보직은 아예 없앴다. 이들 중 일부는 자회사로 나가고 일부는 퇴임한다. 아울러 최대 1000여 명의 직원도 자회사 전출 등의 방법으로 줄일 계획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이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나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삼성 계열 금융회사 중 삼성화재와 삼성카드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당분간 조직개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조직을 개편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생보업계 2위인 한화생명도 지난 9일부터 희망퇴직 등을 통해 직원 10%가량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오는 16일까지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예상규모는 500여 명. 한화생명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하지만 한화생명 노조는 구조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한 데 이어 12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은행권은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전체 190개 지점 중 56개(29.5%)를 폐쇄할 방침이다. 지점이 축소되는 만큼 600여 명 규모의 희망퇴직도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씨티은행 노조가 파업을 전면 예고하고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지난해부터 350여개 점포 중 100개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