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July〉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영국인 폴 그린그래스가 각본을 쓰고 연출도 했다. 그린그래스는 2018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이 영화에 2011년 7월 22일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를 담았다. 이날 테러는 극우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함으로써 76명이 사망한 비참한 사건이었다. 지금도 인터넷의 바다에는 범인이 다문화주의에 부정적인 국가로 한국, 일본, 중국을 찬양했다는 기사가 떠 있다.
그린그래스는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도 영화 〈Bloody Sunday〉로 만들었다. 이날 런던데리에서 일어난 아일랜드계 주민들의 비무장 시위를 진압하던 영국 군대가 총기를 발사하여 14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이재수의 난〉 등 실제 사건을 담은 영화들이 많다. 소설도 월남전을 다룬 안정효의 〈하얀 전쟁〉과 박영환의 〈머나먼 쏭바강〉, 6 ‧ 25를 그린 홍성유의 〈비극은 없다〉와 홍성원의 〈남과 북〉, 유신 시대 용공 조작 사건을 기록한 김원일의 〈푸른 혼〉 등이 작가의 시대정신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1958년부터 1960년까지 《자유문학》에 연재된 〈망국노 군상〉도 역사와 사회의 그늘을 고발한 소설이다. 제목만 보아도 내용이 가늠되는 장편이지만 짐작으로 작자를 알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발표된 지 59년 만에 책으로 출간되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작자는 주요섭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주요섭이 그렇게 험악한 제목의 장편을 썼다고?
주요섭은 1953년 2월부터 8월까지 《동아일보》에 〈길〉을 연재했다. 3월 10일치 지면에 라디오방송 내용이 나온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경거망동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서울은 사수할 것이며, 적은 격퇴 중에 있습니다!” 이때 이미 이승만은 대구까지 피란을 갔다가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주요섭은 정부 방송만 믿고 서울에 남았던 ‘국민’들을 소설로 기록하였다.
주요섭을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작가로만 기억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망국노 군상〉과 〈길〉 같은 사회성 짙은 장편소설도 썼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요섭은 〈7월 22일〉과 〈피의 일요일〉을 만든 그린그래스의 심정으로 〈망국노 군상〉과 〈길〉을 창작했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3 ‧ 1운동 때 국내에서, 그 이후 상해에서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유공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