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이 된 옥수수, 콘삭스(Cornsox)
양말을 제대로 신어줘야 패션의 완성이라 말할 만하다. 몇 년 사이 생겨난 수 십여 개의 양말 브랜드는 양말의 수요가 얼마나 폭발적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2008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스웨덴의 양말브랜드 해피삭스(Happy Socks)가 국내 양말패션의 선두주자로 우뚝 선 지도 벌써 3년째. 명동과 가로수길의 편집매장을 확실히 점유했던 이 스웨덴산 양말브랜드에 대항하여 그사이 한국에도 저마다 화려한 패턴을 무기 삼은 꽤 많은 양말브랜드가 생겨났다. 양말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국내 패션브랜드들 역시 뒤늦게 양말로써 그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마지막 신경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 한낱 양말에 불과했던 존재는 이제 흰색, 회색, 검정의 지루함을 벗고 어느덧 소비자에 하나의 브랜드로 당당히 어필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패턴이 아닌 소재로
‘작은’ 양말에 ‘큰’ 혁신을 불어 넣고 있는 콘삭스(Cornsox)가 있다.
수명을 다 한 콘삭스의 양말은
땅 속에 묻어줌으로써 자연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표현한 브랜드 이미지
옥수수, 먹지 말고 양말에 양보하세요.
디자인은 시대의 요구이자 생산자의 제안이며 사용자와의 소통이다. 가스레인지에 프라이팬만으로도 감사했던 과거가 있었는가 하면 지금은 사용자의 건강을 고려하여 기름이 아닌 공기로 튀김을 만드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런 기기의 개발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불 근처에 얼씬도 못했던 고독한 과거의 주방을 아이와 함께 요리하는 소통의 주방으로 거듭나게 했다. 깜짝 놀랄 만한 마술의 디자인, 눈을 현혹하는 이목의 디자인이 아니라 이 시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혁신과 더 깊은 가치를 만드는 것이 바로 소통하는 디자인이다. 옥수수 섬유로 양말을 만드는 콘삭스는 바로 그러한 디자인 철학을 고민하고 실현하는 브랜드다. 다음의 인포그래픽은 옥수수 섬유의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의 과정을 알기 쉽게 나타냈다.
콘삭스의 이태성 CEO는 콘삭스의 핵심이라 할 만한 옥수수 섬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옥수수 섬유는 말 그대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섬유입니다. 옥수수 섬유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섬유로 발효와 중합 과정을 거쳐 섬유를 생산할 수 있어요. 이 때 기존의 합성섬유에 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고 그로 인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일 수 있고요. 옥수수 섬유로 플라스틱도 생산할 수 있는데, 저희는 그 과정에서 섬유를 추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류는 특히나 양말은 소비패턴이 비교적 빠른 아이템이기 때문에 버려지는 양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렇게 버려지는 양말은 소각되거나 매립되는데, 합성섬유는 폐기 시 오랜 시간이 지나고 분해되지 않고 소각할 경우 유해물질을 많이 배출하지만 옥수수 섬유는 폐기 시 빠른 시간 내에 생분해되고 소각해도 유해물질 등을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어요. 또 생분해 된 섬유는 어떤 식물의 거름이 되어 또 다른 식물을 자라게 하겠지요. 이 사이클이 저희가 내세우고 있는 콘삭스의 선순환 모델이자 콘삭스의 디자인 그 자체에요.”
사고,
신고,
심지어 버리기만 해도 느껴지는 콘삭스의 따뜻한 포만감
친환경 종이로 책을 만들거나 유기농 코튼으로 아이들 옷을 만드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요즘이지만 옥수수 섬유는 신선함과 동시에 다소 생소한 것이 사실. 이태성 CEO 역시 처음부터 옥수수 섬유에 정통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업 초기 패션산업에 관한 공부를 하던 중 그는 별 탈 없이 보였던 우리 네옷의 어두운 이면을 접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옷 자체라 말해도 무방한 섬유인, 면이었다. 그때부터 친환경 소재에 해관 연구하기 시작한 그는 그 해결방안으로 옥수수 섬유를 알게 되었다고. 패션 그 자체에 대한 열정 이전에 사회적 이슈에 관한 관심과 그를 해결하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의식이 바탕이 된 브랜드인 만큼 콘삭스의 양말 한 켤레에는 여타 브랜드가 보여주는 패턴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옥수수 1개면 옥수수 섬유로 만든 양말 2켤레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현란한 패턴 없이도 양말 한 켤레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포만감은 콘삭스만의 매력이라 하겠다. 친환경 섬유라 일반 양말보다 색이 쉽게 바랠 수 있는 점 또한 콘삭스만의 특징인데 수명이 다 했다 느껴지면 양말을 땅 속에 ‘고이 묻어 달라’는 주의사항도 흥미롭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양말이라니 디자인의 개념과 그 과정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옥수수 하나에 숨어 있는 양말 2켤레의 가치
과거 양말이 귀해 구멍을 몇 번씩 꿰매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 맨발로 다니기도 했다는 아버지의 말씀은 콘삭스가 "소모의 양말"에서 "소통의 양말"로 디자인 철학을 고집하는데 일조했다. 가난한 시절, 그때만의 추억 속에 깃든 사랑과 따뜻함을 전파하고자 하는 콘삭스는 실제 수익금 일부를 빈곤국가의 옥수수 농가에 기부하여 옥수수 종자 보급 및 관개시설 지원 등 빈곤으로부터의 자립을 돕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양말 한 켤레의 판매 수익금으로 빈곤국가 국민 1인이 2주일간 먹을 수 있는 옥수수 34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양말을 사고 신는 모든 행위를 통해 우리가 모두 사회와 환경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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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삭스는 "피드프로젝트(Feed Project)"와 "피플트리(People Tree)‘ 그리고 U2의 보노가 설립한 "이든(EDUN)"과 현수막 재활용 가방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프라이탁(Freitag)" 그리고 네덜란드의 신발브랜드 "오트슈즈(OAT Shoes)"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오그드닷(AFM)"과 같은 회사를 벤치마킹했지만 런칭 초기만 해도 친환경과 디자인성을 함께 갖춘 국내 회사가 드물었다고. 제품의 제작부터 소비와 사용, 더 나아가 폐기의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성을 실천할 수 있는 양말을 디자인한 콘삭스의 건강한 출발이 시작됐다. 이를 기점으로 국내에도 다양한 친환경 디자인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최은영
자료 제공. 콘삭스 www.cornso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