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몸도 마음도 무척 무거운 하루였습니다.
어제 새로 얻게 된 걱정거리 때문에 잠을 못 자서 몸이 쳐져 있었고, 마음도 돌덩어리를 얹어 놓은 듯 종일 무거웠습니다.
지난 운위에서 비산공부방을 정리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다음 주 임지미씨가 마지막으로 가시겠지만, 저한테는 오늘이 마지막 활동이었거든요.
오늘도 변함없이 순민이, 재성이, 요진이가 공부방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철 모르는 모기들이 공부방 안에 윙윙거리고, 아이들은 난로를 켜주겠다고 소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프레드릭"이랑 "쌈닭"이랑 "수호의 하얀말" 세 권을 함께 읽었습니다.
오늘따라 순하게 따라 앉아서 군소리도 없이 열심히 책을 보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또 한 번 일렁거렸습니다.
재성이랑 요진이는 "수호의 하얀말" 이야기에 푹 빠졌어요.
"주인공이 죽으면 어떡해..."
"그래도 악기로 다시 살아난거나 마찬가지잖아..."
"그 악기 나도 진짜로 보고 싶다..."
지난 번에 갔을 때 요진이가 뿌셔뿌셔 과자를 혼자서만 먹고 있었어요.
군침을 흘리는 다른 아이들과 나눠 먹이려고 다음에 사다주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뿌셔뿌셔 과자랑 마이쮸 카라멜이랑 다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사이좋게...
공부방 선생님께 우리 상황을 말씀드렸어요.
좀 더 많은 아이들이 필요로 하면, 아이들이 진심으로 원할 때, 다시 오겠다고...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얼마 전까지 활동가를 지치게 하는 공부방의 구조에 대해 성토를 해 놓고, 막상 마지막이라니 또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겠지요.
오며 가며 듣던 아이들이 눈치를 챈 것 같았어요.
"책 읽어주는 것, 좋지는 않았지만 싫은 것도 아닌데..."
"선생님, 동화 듣고 싶으면 전화 해도 돼요? 전화번호 주고 가세요."
ㅠㅠ..
2007년 3월 초 "내 동생 싸게 팔아요"를 가지고 이 친구들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났습니다.
꼬박 2년 가까이 활동하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도 많았고, 정도 참 많이 들었었는데...
집에 올 때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도자기 그릇과 숟가락을 선물 받았습니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숟가락이지만, 너무 아까워서 무슨 용도로 쓸 수 있을까요?
공부방에서 돌덩이 한 개를 더 보태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첫댓글 복잡한 심정이며 상황들이 늦껴집니다...,금오에선 봉사자 간담회. 설문지조사등 소통이 있어 참 좋습니다.철저히 봉사자 소리에 귀기우리려는 노력을 느꼈답니다...,일 보다 관계가 더 힘든다는말 실감나네요.
그래요. 어떨땐 심에 부치게 지치도록 하는가 싶더만 또 어떤날은 눈물겹게 잘 들어 주는날도 아주 가끔은 있었지요. 심~~~내요. 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