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물질이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것은 크기가 작아지면서 같은 원소로 되어 있음에도 전자의 배열에 의한 에너지 준위가 달라져 다른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미터(μm) 이상의 크기에서는 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갖다가 1~100 nm가 되면서 점차 분자의 성질을 갖게 되어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갖게 되고 에너지 준위 간의 차이(밴드갭)가 증가한다. 따라서 나노 물질의 색은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더 큰 에너지 영역인 푸른색으로 보이게 된다.
파란 장미는 꽃말이‘불가능’인 것처럼 과학자들에게는 불가능의 상징이었다. 장미는 기원전 2천 년부터 재배되어 1만 5천 종이나 알려져 있지만 파란 장미만은 최근까지 만들어내지 못했다. 파란색의 델피니딘(delphinidin)은 안토시아닌 계열의 분자로, 붉은색의 시아니딘(cyanidin)분자에 수산기(OH)를 하나 더 첨가하면 된다.
장미에는 파란색을 내는 색소인 델피니딘을 합성하는 효소인 플라보노이드 3(flavonoid 3)이나 하이드록시라아제 5(hydroxylase 5)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델피니딘은 pH 6~7 정도의 액포 속에서 생성되지만 장미의 액포 속의 산도는 4.5~5.5이기 때문에 파란 장미는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색을 만들어내는 플라보노이드 유전인자를 장미 유전인자에 넣어 줌으로써,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파란 장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색이 물질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는 개념은 우리 일상에 이미 깊숙이 파고들어 다양한 생활용품이 시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분자들은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므로 색깔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어떤 분자들은 온도, 자외선, 산도(pH), 압력, 전기, 수분 등 외부 자극을 받으면 분자 내 전자 배열의 변화가 생기거나 분자 구조가 변화하여 색깔이 가역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시온잉크는 오래전부터 일상에 응용하고 있다. 시온잉크는 마이크로캡슐(microcapsule)의 원리를 이용하는데, 온도 범위를 색으로 표시하는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색으로 온도 범위를 표시하는 온도계, 뜨거운 것을 감지하는 머그잔이나 주전자, 맥주가 가장 맛있는 온도인 7℃가 되면 병에 붙은 마크가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는 맥주병, 음식을 굽는 데 가장 적당한 온도인 200℃를 표시하는 프라이팬,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수영복 등에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또한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원리를 이용한 시광안료도 실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태양의 자외선(UV)을 받아 가역적으로 분자구조가 변하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자외선을 받으면 분자구조가 변했다가 자외선이 없으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이렇게 빛에 가역적으로 반응하는 유기 분자를 이용한 제품으로는 자외선의 세기 정도를 표시하는 옷이나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글라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