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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5월 26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526수] 인권활동 외면하는 국가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가 김옥신 사무총장의 사퇴로 내홍에 휩싸였다. 김 총장은 지난해 7월 새로 임명된 현병철 위원장과 각종 현안에 대해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인권단체들로부터 오히려 '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김 총장마저 현 위원장과 의견충돌을 빚어 왔고, 결국 이를 견뎌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권위의 역할에 깊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위원장 취임 이후 내부 논란의 핵심은 '사법부 독립성 문제'로 압축돼 있다.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변호사 상대 명예훼손 소송, 사형집행 가능성 시사와 보호감호제 부활 추진, 용산 참사와 MBC PD수첩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인권위가 침묵해 왔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인권위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스스로 의견 개진을 회피하다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인권위원회법은 '법원의 담당 재판부 또는 헌법재판소에 재판이 계속 중인 사안에 대해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제28조)'고 명시하고 있다. 정권이나 사법부ㆍ입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인권의 관점과 기준으로 의견을 제출하라고 존재 이유를 명시한 대목이다. 판례나 법리에 따라 사안을 판단하지 말고 인권이라는 최고의 잣대를 적용하라고 만든 기관이다.
그런데 할 일을 하지 않아 정부 각 기관이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올해 초 서울마포경찰서 경관들이 개인의 집을 방문해 동의 없이 캠코더를 촬영한 것에 주의조치를 했으나 서장으로부터 묵살 당했고, 엊그제는 지난해 쌍용차 평택공장 농성 당시 경찰이 과도하게 농성장을 봉쇄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경찰청에 재발 방지를 권고했으나 거절 당했다.
인권위는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현 위원장 체제 이후 '대통령 직속'의 의미를 정권이나 정부 부처의 의지에 영합하는 뜻이라고 여겨 스스로 몸을 숙이니 존재 이유를 인정 받지 못하게 됐다. 김 총장 사퇴 파문을 계기로 '인권에 무관심한 인권위'라는 오명을 벗을 대책을 근본적으로 세워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526수] 입 틀어막아 논란 덮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
지난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직후,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어 침몰원인 등을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어제는 경찰청이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누리꾼들을 집중 수사중이라고 했다. 악의적인 음모론 따위가 수사 대상이라지만, 경찰 조사방식대로라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나 정부 대처 등을 비판·분석하는 글이 몽땅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당한 의문이나 다른 의견의 제시가 위축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 입을 틀어막는 짓은 이미 대놓고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와 군은 ‘한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천안함의 항적·교신기록을 미국은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과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 민·군 합동조사단 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 사건을 모두 공안부로 넘겼다. 두 사람은 안보 전문가이며, 문제된 말도 전문가로서의 의견 개진이다. 이것까지 공안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면 정부와 다른 말이 나오는 것을 아예 원천봉쇄하겠다는 게 된다.
이를 부추기는 듯한 일부 보수언론의 행태는 더 꼴사납다.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한 김용옥 교수의 최근 강연에 대해, 몇몇 보수신문은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거나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입을 다물라는 등 몰매를 가했다. 야당이나 누리꾼들의 합리적인 의심도 정부 신뢰를 부정하고 흠집 내려는 짓으로 몰아붙이려는 듯하다. 자신들과 다른 의견은 아예 말살하려는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개인 의견의 개진조차 용납하지 않고 합리적 의심까지 유언비어 단속 대상 따위로 매도하려 든다면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 다른 목소리를 틀어막아 들리지 않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국민이 흔쾌하게 수긍하지 못한다면 대북정책의 지지를 얻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정부는 ‘왜 안 믿느냐’며 윽박지르려고만 할 게 아니라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최대한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하고 과학적인 검증 결과를 토대로 논리적 설명을 계속하는 노력이 있어야 불신도 해소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다른 의견을 물리적으로 틀어막으려는 옹졸한 짓부터 멈춰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동아일보 사설-20100526수] ‘복지 천국’은 유럽의 환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민주주의 기치 아래 정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유럽의 복지모델이 재정위기라는 복병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스에서 출발해 스페인으로 옮겨간 재정위기에 놀란 유럽 각국은 급여감축, 은퇴연령 상향조정, 노동시간 연장, 건강보험 및 연금 축소 등으로 복지혜택을 줄이기에 바쁘다. 노조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지금 같은 복지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이 재정위기를 맞은 가장 큰 요인은 고령화다. 유럽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50년까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1950년대 경제활동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50년에는 1.3명이 1명을 부양한다. 유럽연합(EU)의 공공복지 지출은 200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1%로 미국(15.9%)보다 훨씬 높다. 인구는 고령화하고 출산율과 노동생산성이 동시에 떨어지다 보니 기업들은 공장을 아시아로 이전했고 이것이 다시 실업률을 높이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전후에 유럽이 사회복지를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냉전체제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 핵우산으로 인해 국방비 부담이 적었고 유럽식 계획경제가 나름대로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유럽 각국은 고율의 세금을 거둬 복지체계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1973년 오일쇼크가 닥치면서 유럽식 경제사회 모델이 한계에 부닥쳤는데도 성장의 뒷받침 없이 ‘복지 천국’을 구가했다. 국민은 조기은퇴, 관대한 실업급여, 무상의료를 당연시하면서 ‘누가 돈을 내느냐’는 따지지 않았다.
최근 출범한 영국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연립정부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60억 파운드(약 10조5000억 원)의 예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공무원 신규채용을 중지해 30만∼70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없앨 계획이다. 유럽에서 재정 형편이 가장 좋다는 독일도 칼을 빼들었다. 내년부터 매년 100억 유로(약 15조 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세금감면, 지방교부금, 복지수당을 축소해 나가기로 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유럽위기의 해결책은 ‘성장’뿐이라고 그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강조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도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경쟁력과 성장률을 높여야만 한다. 이상향으로 칭송됐던 유럽 사회복지 모델도 재정위기 앞에서는 모래성이었다. 성장 없는 분배는 환상임을 최근 유럽사태가 잘 보여준다.
[조선일보 사설-20100526수] 비자금 관리·상속세 탈세에 해외 계좌 이용하는 기업주들
국세청이 조세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숨겨놓거나 기업 자금을 불법으로 해외에 빼돌린 혐의가 있는 4개 기업과 사주(社主)들을 적발했다. 국세청은 외국의 금융·조세 당국의 협조를 받아 이들이 스위스·홍콩·싱가포르 등에 개설한 14개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계좌잔액을 조사했고, 6224억원의 탈루 소득을 찾아내 3392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세무 조사에서 국제공조를 통해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域外) 탈세 혐의를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적발된 역외 탈세 사례에는 그동안 알아내기 어려웠던 복잡한 금융기법이 대거 활용됐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한 제조업체는 해외 현지법인과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의 회사)를 이용해 매출 단가를 조작하거나 용역 대가를 허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해외 계좌에 숨겼다. 이어 5~7단계의 자금세탁 과정을 거친 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라부안 같은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선박·골프장·주식 등 국내외 실물자산과 금융상품에 재투자했다.
이 회사 사주는 또 해외로 빼돌린 자금의 소유자 명의를 가족들로 구성된 신탁회사인 '패밀리 트러스트'로 전환하고, 조세피난처에 있는 신탁회사에 그 자금 관리를 맡기는 방식으로 탈법 상속을 시도했다. 해외 현지법인과 관계사가 해외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자금을 빼돌리고, 이 돈을 다시 미국 페이퍼 컴퍼니의 신탁계좌로 옮기고,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해외 고급주택을 사들이는 등 갖은 수법을 다 동원했다. 국세청이 6개월간 끈질긴 조사를 통해서야 탈세 혐의 꼬투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국세청은 이런 역외 탈세를 추적하려고 작년 3월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에 가입하고, 바하마·버뮤다 등 6개 조세피난처 국가와 조세정보교환협정을 맺는 준비를 해왔다. 작년 11월엔 국세청 내에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도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곳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기업과 부유층의 불법적인 재산 해외 유출과 역외 탈세를 막으려면 조세피난처와 정보교환협정을 더 확대하고, 국제적인 금융거래 기법을 잘 아는 전문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탈세 추적에는 행정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과 부유층이 여유자금을 해외로 빼돌리지 않고 국내에서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각종 조세 제도를 정비해가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526수] 새 안보 패러다임, 玉石 가려 구축하라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4년 국방백서에서 삭제된 주적개념이 부활한다. 북한정권이 두려워하는 대북 심리전도 재개된다. 북한선박의 제주해협 운항도 금지됐다. 세 가지 조치 모두 6년 만의 원상회복이다. 남북교역이 중단되고, 각종 신규투자나 대북지원사업도 원칙적으로 허락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협조 없이 우리 정부 단독으로 행하는 대북 경제봉쇄이다. 교역중단으로 말미암은 북한의 외화손실은 3억달러에 이른다. 북한은 천안함에 어뢰 한 발을 쏜 죗값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3%, 대외거래의 38%를 날리게 됐다.
지난 6년 동안 백서에는 북한군을 ‘군사적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주적개념의 삭제는 군의 안보기강 해이와 국민의 안보의식 이완이라는 결정적 토양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또 북한체제 유지에 부담을 주는 대북심리전을 실익도 없는 서해상 남북 해군 간 우발충돌방지협약과 맞바꿨다. 더불어 지난 10년 동안 대북지원이란 이름 아래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무려 2조 8440억원을 북한에 제공했다.
3·26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맺은 6·15 선언에 따른 햇볕정책이 전면 재수정되고 있다. 10년 만에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 24일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관련 대국민담화가 모멘텀이다. 지난 10년 동안 시행됐던 안보 및 대북정책 전반에 걸친 변화의 예고편이다. 이른바 ‘천안함 독트린’이라고 부를 만하다.
미국의 안보정책은 지난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사건을 계기로 ‘9·11 전’과 ‘9·11 후’로 나뉜다. 천안함은 우리에게 대화와 협상의 기존 정책기조를 압박구조로 바꿀 수밖에 없는 터닝 포인트를 제공했다. 우리는 남북관계 차질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응징을 통해 비틀리고, 꼬여 있는 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천안함 전’과 ‘천안함 후’로 안보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새 안보체제 구축에 사용하려는 수단 속에 옥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남북경협의 최후 보루이자 상징인 개성공단에 미칠 영향이 우선 걱정스럽다. 북한선박 통행금지, 교전수칙 강화, 전방 확성기 방송시행에 따른 불필요한 충돌요소도 산재한다. 과거 대북 FM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 전방 확성기방송은 북한군과 주민의 사상적 기강을 흔드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유효한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위권의 과잉행사나 선제적 자위권 발동은 위법 논란을 부른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526수] 지방선거 D-7 포퓰리즘 공약 지나치다
6 · 2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전이 가열되고 있다. '북풍' 이니'노풍' 이니 하며 여야 모두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지만,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이 얼마나 실현 가능하고 지역주민에 도움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도 포퓰리즘에 치우쳐 무책임한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대표적인 사례는 단체장 권한 밖의 일이나 재원조달이 불투명해 현실성이 없는 사업을 공약으로 내거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만 하더라도 연간 2조원의 재원조달 계획이 불투명한 것은 물론 외국에서도 사례가 별로 없는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내세우는 노인 틀니 부담경감 등 선심성 복지정책도 속을 들여다 보면 이미 정부정책으로 잡혀 있는 것을 도용한 것이거나 재원조달 방안이 막막한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큰 것들이다. 반값 대학등록금이나 EBS 수능교재 무상지급 등 여야가 함께 앞세우고 있는 교육 공약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것을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무책임하게 남발하는 약속은 셀 수조차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 수준이고 부채증가율이 35%에 육박할 정도다. 재정조달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무리한 선심공약이 또다시 지방재정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유권자들은 이 같은 선심성 공약 남발에 대한 경계심을 어느 때보다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후보자의 정책공약이나 매니페스토 관련 정보를 꼼꼼히 살펴 이를 토대로 냉철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것이 결국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줄이고 지방자치 정신에 맞는 일꾼을 뽑는 길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526수] 기대 모으는 '5대 기술강국' 청사진
정부의 연구개발전략이 세계에서 하나뿐인 제품을 의미하는 '온리원(Only One)' 개념에 바탕을 두고 전면 개편됨에 따라 주요 연구개발(R&D)의 성과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식경제부 국가연구개발전략기획단의 황창규 단장(CTO)은 " 연구개발 체제를 혁신해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오는 2020년까지 세계 5대 기술강국으로 도약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산업 추종국에서 앞으로는 선진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IT, 부품소재 및 바이오, 자동차 등이 전략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연말까지 '2020 비전'을 마련하는 한편 선도기술 발굴을 통해 세계 1위 사업을 적어도 100개 정도 육성할 방침이다. 특히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추세인 융복합화를 확산해나감으로써 산업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가R&D 지원방식도 이들 주력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개발전략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반도체ㆍ핸드폰을 이을 새로운 먹을 거리 산업을 발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선진국들은 혁신적ㆍ창의적 개념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제품과 산업 개발에 적극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마트폰과 3D영상ㆍ구글TV 등을 비롯해 전기자동차 등이 좋은 사례들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상당한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면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개발 활동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 같은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한데다 융복합화 노력이 적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의 목표와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융복합화라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부응하는 새로운 국가 연구개발 전략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전략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관련기업들 간 원활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번 연구개발전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내 주력산업의 기술력을 높이고 차세대 유망산업을 발굴하는 데 있다.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과 공동노력이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00526수] 떠난 자와 남은 자
자살자(自殺者)와 그 가족에 대한 편견은 역사적 뿌리가 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살을 사회에 대한 책무를 비겁하게 회피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고대 아테네에서 자살자의 장례를 치를 수 없고, 그 시신이 도시 변두리에 비석 없이 매장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세 유럽에선 자살한 사람의 죽음은 용서받지 못할 죄였다. 자살을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결과라고 봤다. 그러니 자살자의 가족에게도 큰 고통이 뒤따랐다. 재산을 빼앗기고 모욕과 비난을 받았다. 공동체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고향을 떠나야 했다.
계몽주의 시대를 거쳐 19세기에 이르러 자살은 ‘처벌의 대상’에서 ‘치료의 대상’이 됐다. 악마의 유혹이 아니라 우울증 같은 불가항력적인 병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이 강조된 탓에 자살자의 가족은 죄책감과 비난이란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한 사람의 자살이 유가족에게 치명적 상처를 남기는 건 동서고금(東西古今)이 다를 리 없다. 커다란 충격과 슬픔, 죄책감, 분노에 더해 자살자의 가족이라는 낙인(烙印)까지 감내해야 한다.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져 유가족마저 자살을 생각하게 하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이 자살로 이어진 사례는 많다. 독일을 무대로 신교와 구교 간에 벌어진 종교전쟁인 ‘30년 전쟁’을 치르는 동안 바이에른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1615년 5명, 1623년 8명에서 1627년 29명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라면 허무함과 자책감이 보태져 후유증은 더 크게 마련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아동센터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자살한 아이는 자살을 선택할 위험이 다른 아이들보다 세 배나 높다.
지금 한국 사회에선 한 해에 인구 10만 명당 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루 평균 35명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한 명이 자살하면 주변의 5~10명이 치명적 영향을 받는다. 국내에서 가족의 자살로 고통받는 유가족이 매년 7만~14만 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한국 생명의 전화가 어제 이들을 돌볼 ‘자살 유가족 지원센터’를 서울·대전·경남 지역에 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사회 전체가 나서 자살자 유가족의 상처를 보듬을 일이다. ‘중세 사회’의 암영(暗影)이 남아 있어선 성숙한 사회가 아니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526수] 전쟁놀이
사내아이들은 전쟁놀이를 좋아한다. 장난감이 변변찮던 시절 동네꼬마들은 편을 갈라서 나무막대기로 칼싸움을 하며 전쟁놀이를 즐겼다. 전쟁놀이 한 번 안해보고 자란 어른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 과연 놀이가 될 수 있을까. 목숨을 건 전쟁과 재미로 하는 놀이가 한 단어를 이루는 게 타당한가. 최두석 시인은 ‘전쟁놀이’라는 시에서 “전쟁이 어떻게 놀이가 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국사봉엔 늘 상도동 봉천동 신림동의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논다”로 시작하는 시는 뒷부분에 한 아이의 죽음이 나오기까지는 평화롭다. 국사봉에서는 어른들도 역기를 들며 운동하고, 사자암 약수터에는 노인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꼭 평화로운 풍경만은 아니다. 나무들은 “무리를 이루거나 혹은 섞여서 적자 생존이요, 인공 도태”라는 경쟁을 벌이고 있고, 심지어 교회들조차 다닥다닥 붙은 지붕 사이로 “십자가를 높이 달려고 안달”이다. 삶은 투쟁이자 전쟁임을 은근히 상기시킨 후 시인은 “열 살 아이 박근중의 죽음”을 얘기한다. 그리고 “전쟁놀이하다 포로로 잡혀 구두끈으로 목졸린 사고의 의미”와 “전쟁이 어떻게 놀이가 되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왜 하는지”에 대하여 물음표를 던진다.
아이가 죽었는데 그것이 놀이일 수 있을까. 전쟁이 놀이가 된 것은 어른들이 놀이하듯이 전쟁을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인간은 습관처럼 전쟁을 해왔다. 인류가 이집트, 황하 등에서 문명을 일군 이래 지난 3400년간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겨우 268년이라고 한다. 전쟁 연구가 퀸시 라이트는 서기 1480년부터 1964년까지 484년 동안 모두 284차례의 전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2년이 멀다 하고 인류는 새로운 전쟁을 벌인 것이다. 어른들의 생활이었던 전쟁이 아이들의 놀이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과 북 사이의 말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데 대해 “이러다가…” 하며 불안해 하는 이들이 늘어만 간다. 전쟁은 결코 게임이 아니고, 장난처럼 내뱉을 단어도 아니다. 아이들 장난이라고 할지라도 전쟁이 놀이가 되는 세상은 비극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오쿠야마 신지(한국 P&G 사장)-20100526수] 인재를 키우는 기업
최근 상장사 대상 조사에 따르면 1년 안에 퇴사한 신입사원이 있는 기업이 약 60%에 달했다. 우수한 인재를 어렵게 뽑아 1년도 안 되어 내보낸다면 회사와 인재 모두에 손해다. 괜찮은 인재를 오랫동안 붙잡아두고 기업의 핵심 리더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우선 이력서상의 인재가 아닌 실제 인재를 만나야 한다. 업무 능력과 인성을 실무에서 검증하는 최고 제도 중 하나가 인턴십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인턴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인턴에게 복사와 서류정리 등 사소한 일만 준다면 인턴과 기업 모두에 시간낭비다. 반면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버거운 업무만 주어도 인턴은 좌절한다.
성공하는 인턴십은 중요한 업무를 맡기되 코칭과 조언을 제공하는 멘토링이 조화돼야 한다. 이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회사는 인턴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고 인턴은 업무에서 성취를 맛보는 동시에 조직의 탄탄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인턴십을 통해 우수한 자원을 채용한 것은 인재 육성의 시작에 불과하다. 직원이 성장하고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요즘 신입사원들 대다수는 야근과 격무, 회식문화 등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둔다고 한다. 직원의 개인생활과 발전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물도 주지 않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직원들이 일에서 보람을 찾고 업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멘토링, 교육,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상사가 특정 업무나 분야에 대해 강의해 주는 것도 훌륭한 제도다. 교육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기업에서도 점차적으로 도입이 늘고 있는 유연근무제도 또한 자율적인 업무추진과 개인시간을 보장해주면서 직원들이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자기계발에 임할 수 있게 해준다.
기업 최고 자산은 직원이다. 이들의 능력과 역량이 성장하면 기업도 성장하는 것이다. 즉 인재를 발굴하고 인재를 활용하는 것은 기업의 흥망성쇠와 직결되며, 이는 기업의 혁신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훌륭한 인재가 계속 떠난다고 외부 환경과 요즘 젊은이들의 끈기 없음을 탓하기 전에 기업 내부에 인재가 성장할 만한 환경이 마련됐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