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립스틱**
여자에게 립스틱이란??
환자 같은 얼굴도 금방 멀쩡한 사람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마법의 색조다.
결혼해서 립스틱을 쓰기 시작했으니 벌써 40년이 넘었다.
화장을 하지 않은 내게 어느 날 남편이 물었다.
왜 화장을 안 하냐고?
화장하는 얼굴이 훨씬 예쁘다고, 웨딩화장을 한 얼굴이 너무 이상해서 빨리
지우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남편이 화장하는 얼굴이 예쁘다고 하니 고민이 되었다.
매일 해야 하나?? 그 뒤로 남편은 해외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립스틱이며
화장품을 사다주었고 멋쟁이 시어머니도 날더러 멋 부리는 것을 안 한다면서
립스틱과 메니큐어를 주신 기억이 난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었고 굳이 화장할 필요를 못 느꼈다.
어느 날부터 살짝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전업주부로 살았기 때문에 밖에 나갈 일이 없으면 세수도 안 하고 있다가
남편 퇴근 때 맞춰서 ㅋㅋㅋ
그러면 남편은 들어와서 칭찬을 해주곤 했다. 아~~옛날이여 ㅎㅎ
한번 시작한 화장은 이제 필수가 되었다.
맨얼굴로 밖에 나가는 게 더 이상하고 용기도 없어졌다.
어쩌다 집에 있을 때 화장 하지 않는 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아주 낯설다.
집에 있더라도 베이직 화장을 해야 비로소 몸가짐이 완성되는 기분이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님이 미국에서 몇 년에 한 번 씩 집에
오셨는데 팔순이 넘으셨어도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찍찍이로 말고 곱게
빨강 립스틱을 바르고 밖으로 나오셨다.
그 찍찍이는 꼭 아버님이 말아주셨다.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려고 화장대에 앉았는데 평소 안 쓰던 립스틱이
눈에 띄었다.
열어보니 빨강립스틱이다.
나는 핑크계열 립스틱을 주로 쓰는데 선물 받은 것 중에 빨강립스틱을 받으면 잘 어울리는
사람을 떠올려 보고 다 줬다. 엄마도 주고 친구도 주고....
나는 정말 빨강립스틱이 안 어울린다.
그런데 이 빨강 립스틱은 케이스가 너무 예뻐서 쓰지도 않고 가지고 있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발라보려고 몇 번 시도를 하다가 그만 뚜껑을 닫았었다.
뭔 바람이 불었을까???
아침에는 이 빨강립스틱을 발라보았다.
우아!!!~~너무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세상에나 내가 빨강립스틱을 바르다니!!!!
그래도 너무 어색해서 지금 책상에 앉아서 거울을 다시 봤다.
어색하지 않았다..ㅋㅋ
이것도 나이가 들어서일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것이 많이 생긴다.
찬바람이 부는 요즘에는 눈에 눈물이 나서 불편하고
안경을 쓰지 않으면 난시가 심해서 책읽기도 불편하고
조금만 과식하면 소화도 잘 안되니 먹는 것도 조심스럽고....
하지만 이렇게 안 어울린 빨강립스틱도 바르게 되고
나밖에 모르고 살았던 지난날보다 조금은 여유 있게 주의를 돌아볼 줄 알게 되니
마음이 부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며칠 남지 않는 한 해를 뒤돌아보니 늦게 알게 된 5060 해외여행 카페님들과
행복한 나눔으로 보낼 수 있게 돼 즐거웠습니다.
그동안 저와 소통하고 여행의 간접 즐거움을 주신 카페님들 감사합니다.
새해 더욱더 건강하시고 행복한 여행의 즐거움을 더 많이 공유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Happy new year~~
첫댓글 빨강립스틱 하나면 나이들어갈수록 끝장 나는거 같아요..ㅎㅎㅎ...저두 빨강과 분홍을 엄청 사랑하는 한여인이랍니다..
언제 만나시면 다 같이 빨강 립스틱 바르고 만나면 어떨까요..ㅎㅎ
빨강립스틱 짙게 바르고 ㅎㅎ 굿 아이디어 입니다~~
한국이 많이 추워지면 태국은 좀 덜더워요
어쩜 찬찬하고 천천히 생각을 써내려가시는 모습이 곁에 있는듯 느껴집니다 아름답고 품위있게 나이드시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타지에서 송년을 보내는 기분 어떨까요?? 추운 겨울 따뜻한 자유로움의 나라 태국에서
이방인의 자유로움이 물씬 풍기는 여행 생활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살아가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슬로우님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나이들어 불편한 것도 많지만 편해진 것도 많아요
제작년인가 세자매가 포루투칼 스페인 자유여행할 때 우린 다른 건 걱정 없고
소매치기도 우리한테선 돈만 노릴거니 그것만 지키면 된다하며 가방을 꼭 끌어안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채화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두 세 자매인데 아직 한 번도 함께 여행을 못해서 아쉬워요...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은 저에게 영적충만한 여행이어서 감동이었습니다.
다시 한 나라만 꼭 찍어서 가라하면 스페인을 가고 싶어요.ㅎㅎ
길따라55님 자유여행의 기쁨을 올해도 만끽하시고 아름다운 여행기 많이 올려주세요.
겁쟁이 저도 퇴직하면 도움을 받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