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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217 (월)
- 존 핸콕(자필서명), 보수주의자 그리고 립 밴 윙클
: 고유명사가 보통명사화 된 것들 (10)
- 문화, 여행 (49)
어느덧 낼모레가 우수(雨水)입니다.
우수(雨水)는 24절기의 두 번째 절기로 입춘(立春)과 경칩(驚蟄) 사이에 드는데,
우수(雨水)라는 말은 봄비가 온다는 뜻으로 실제 우수가 오시고 나면 날씨가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새싹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직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간혹 눈이 쌓일 때도 있습니다만,
한겨울과 달리 코끝에 느껴지는 바람이 전과 다르고 얼음장 밑으로는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목련이 벌써 큼지막한 꽃망울을 키우는 것을 보니 이제 곧 온갖 꽃들도
피어나기 시작하겠지요.
* 목련의 꽃망울은 북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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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명사가 보통명사화 된 것들>의 열 번째로,
오늘은 사람의 이름에서 온 경우입니다.
1. 자필서명 = 존 핸콕 (John Hancock)
- 영어로 <존 핸콕>이라고 하면 <자필서명(自筆署名)>을 가리키는데,
<자필서명(自筆署名)>의 정식 영어표현은 <handwritten signature>,
<autograph> 또는 <sign one's own autograph>라고 합니다.
* Excuse me, could you put your John Hancock on the last page, please?
= Would you please sign on the last page?
(실례지만,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 좀 해 주시겠어요?)
* The president has to put his John Hancock.
(그 대통령은 서명해야 한다.)
[ 존 핸콕이 “자필서명”이 된 이유 ]
- <존 핸콕(1737~1793)>은 미국의 독립투사이며 정치가로 보스턴이 속해있는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주의 초대 주지사를 역임하였으며, 매사추세츠
애국보수파 지도자로서 “미국독립선언서”에 최초로 서명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 “미국독립선언서”에는 모두 56명의 자필서명이 있는데,
최초로 서명한 <존 핸콕>의 서명이 단연 가장 굵고 크다고 합니다.
- 전설에 따르면, <존 핸콕>이 그렇게 크게 서명을 한 이유는 미국 독립 선언
당시의 영국의 왕인 <조지 3세>가 돋보기 없이도 자신의 서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 이런 사유로, <John Hancock>이라는 이름은
<자필서명(handwritten signature)>이라는 보통명사로 미국에서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 이 사람은 다른 여러 애국지사들과 함께 보스턴 시내에 있는
그래너리 공동묘지(Granary Burying Ground)에 묻혀 있습니다..
- 또한 이 사람은 무척 부자였던 모양으로 매사추세츠 주의회의사당
(Massachusetts State House)은 이 사람의 사유지에 건립되었는데,
의사당 내에는 주 의회와 주지사 사무실이 있습니다.
[ 존 핸콕의 이름이 들어간 곳들 ]
(1) 핸콕 카운티 (Hancock County)
- 미국 미시시피 주 남단에 있는 카운티로, 1812년 <존 핸콕>을 기리기 위하여
설립되었는데, 미시시피 주 걸프포트-빌럭시 메트로폴리탄 통계지구
(Gulfport-Biloxi, Mississippi Metropolitan Statistical Area)에 속하며,
총 면적 1,432㎢ 중 1,235㎢가 육지로서, 멕시코 만과 루이지애나 주를 따라
자리하고 있으며, 행정중심이자 가장 큰 카운티는 베이 세인트 루이즈
(Bay St. Louis)입니다.
(2) 존 핸콕 타워 (John Hancock Tower)
- <존 핸콕>을 기리기 위하여 건립된 이 건물은 보스턴에 위치한 모든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60층 건물로 보스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데,
존 핸콕 보험회사에서 세웠으며 높이는 240.7m로 1968~1976년에
건축되었습니다.
(3) 존 핸콕 센터 (John Hancock Center)
-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가면 2009년 이래로 <윌리스 타워((Willis Tower)>
라고 부르는 전(前) <시어즈 타워(Sears Tower)>가 있는데 110층, 높이 442m
(안테나 탑까지 포함하여 527.3m)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입니다.
- 이 건물 다음으로 높은 빌딩으로 높이 343미터의 100층짜리 검은색 건물이
있는데, 이는 <존 핸콕 센터(John Hancock Center)>로, 이 역시 미국 독립에
기여한 <존 핸콕(John Hancock)>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 이 건물은 <빅 존(Big John)>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데,
(1∼5)층에 쇼핑센터, (6∼12)층에 주차장, (12~41)층에 사무실
그리고 42층부터는 아파트, 94층에 전망 레스토랑과 바, 그 위층에는
텔레비전 방송국, FM방송국의 송신기재실이 들어서 있는 주상복합건물입니다.
- 그런데 이 빌딩 안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미시간 호의 전망이 매우 아름다운데,
특히 시카고 도심의 야경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합니다.
< 존 핸콕 타워(John Hancock Tower) >
< 존 핸콕 센터 (John Hancock Cen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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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사람은 “Korean", 서울 사람은 ”Seoulite"의 식으로 “---나라 사람”,
“---도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무척 다양하고 어떤 원칙을 정하기가 어려운데,
Boston 사람은 “Bostonian”이라고 부르고, New York 사람은 “New Yoker",
Los Angeles 사람은 “(Los) Angelenos" 그리고 런던 사람은 ”Londoner",
파리 사람은 “Parisien (영어로는 Parisian)"이라고 부릅니다.
- 그런데 브라질의 Rio de Janeiro(“1월의 강”이라는 뜻)의 주민들은
“카리오카(Carioca)"라고 부른다고 하니 무척 어렵습니다.
- 특별한 호칭을 모를 때에는 그냥 "dweller(s) in OOO"이라고 하면 됩니다.
- 그런데 일본 도쿄(Tokyo)사람은 일본말 그대로 “도쿄진 = 동경인(東京人)”
이라고 한다는데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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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수주의자(hunker, fogy)와 급진주의자(barnburner)
- 미국에서 쓰는 용어에 위와 같은 단어가 있다고 하는데,
요즘은 별로 잘 쓰이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그 유래를 알아봅니다.
- 1840년대 뉴욕 주의 민주당(Democratic Party) 내에는 두 개의 분파(分派)가
있었는데, 하나는 “급진적인 성향의 <반버너스(Barnburners)>”와
다른 하나는 “보수적인 성향의 <헝커스(Hunkers)>”이었다고 합니다.
- 여기서 <Barnburners>는 “barn(헛간)"과 ”burner(버너, 태우는 사람)“의
합성어로 즉, <Barnburners>는 “쥐를 없애기 위해 헛간(barn)을 태우는 사람들
(burners)”에서 나온 말로, 이들이 얼마나 화끈한 급진주의자, 과격파들인지를
말해 줍니다. ---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말과 비슷하네요!
- 이에 반해 <Hunkers>는 정권을 잡기만 하면 복지부동하여 그대로 안주하고
주저앉으려는 집단을 비아냥거리는 의미입니다.
- 여기서 나온 말이 <hunker>는 <보수주의자>, <구식의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 보수파 당원의 대표적인 사람이 <Mr. Fogy>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도 <fogy>라는 단어도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 같은 당에 이렇게 상반된 분파들이 잘 어울릴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Barnburners>가 민주당을 떠나 다른 급진적인 당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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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쉬었다가......
- 저의 느낌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좌파-우파”, “진보주의자-보수주의자” 개념은
당초 그 단어가 만들어졌을 때와는 많이 변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최근에 와서는 이 말들이 마치 “사회주의자-자본주의자”,
“공산주의자-지유민주주의자” 등과 같이 쓰이는 것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 영어에서도 이 말들이 “Left wing-Right wing", "Leftist-Rightist",
"Progressive-Conservative", "Liberals-Conservatives",
“Socialist-Capitalist", "Communist-Democrat" 등등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 영국의 “윈스톤 처칠(Winston Churchill : 1874~1965)" 전 수상이 한 말에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have no heart), 40대가 되었는데도
보수가 아니면 뇌가 없는(have no brain) 것이다.“ 라고 하였고,
-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 1890~1969)” 전 대통령이
한 말에 “길 가운데가 아닌 양옆인 극좌(極左)와 극우(極右)는 오로지
시궁창(just be a gutter)일 뿐이다."라는 말들은 한번 생각해 볼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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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 립 밴 윙클(Rip Van Winkle)
- 18세기 초기 미국에 “위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 : 1789~1853)”이란
작가가 있었습니다.
- 그는 (1819년~1820년)에 걸쳐 영국과 유럽의 설화나 전설 등 30편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단편 모음집 “스케치북(The Sketch Book of Geoffrey
Crayon)”을 출판했는데, 이 단편집에는 영화로도 만들어 인기를 끌었던
“슬리피 할로우(Sleepy Hollow, 1999)” = 원래 제목은 ”슬리피 할로의 전설
(The Legend of Sleepy Hollow)“ 등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서,
미국 문학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영국과 유럽 등지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 이 단편집에는 “슬리피 할로우”와 더불어 미국 단편 문학의 효시(嚆矢)라 불리는
<립 밴 윙클(Rip Van Winkle)>도 들어 있습니다.
- 네덜란드 전설을 바탕에 두고 당시 미국 상황으로 각색해서 꾸민
<립 밴 윙클>은 미국 뉴욕주 허드슨강 근처에 살고 있으며,
항상 게으름을 피우고, 아내를 가장 무서워하는 한 공처가의 이야기입니다.
- 글의 제목인 <립 밴 윙클>은 주인공의 이름인데,
하루는 바가지를 긁는 아내를 피해 산속으로 사냥을 하러 들어갑니다.
- 그는 사냥은 하지도 않고 빈둥거리다가 이상한 복장을 한 남자를 만나는데,
<립 밴 윙클>은 그 남자를 도와 술통을 날라 주고는 그 대가로 술을 얻어
마시게 됩니다.
- 취기가 오른 그는 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한숨을 자게 됩니다.
- 한참을 자고 나서 그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모든 것이 달라진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즉, 옆에 두었던 사냥총은 녹슬어 있었고,
머리카락과 수염은 길게 자라 있었습니다.
- 아내에게 야단맞겠다는 걱정을 안고 마을로 급히 내려왔지만,
모든 것은 변해 있었습니다.
- 즉, 잠깐 잠을 잔 사이에 2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었습니다.
- 바가지 긁던 아내는 죽고, 단골로 다니던 술집에는 보지 못하던 국기가 걸려있고
조지국왕 대신 조지 워싱턴이라는 낯선 사람의 초상이 붙어있는데,
그동안 독립전쟁으로 미국이란 나라가 탄생되어 있었습니다.
- 그리고 과거에서 돌아온 그는 비록 시대에 뒤떨어지긴 했지만,
무서운 아내가 죽고 없다는데서 안도감을 느끼며, 장성한 딸과 함께 살며
독립전쟁 전의 마을의 어른이자 산 역사로 존경을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 단편집이 나온 이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을
<립 밴 윙클(Rip Van Winkle)>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 I felt like Rip Van Winkle.
The changes after just 20 years were visible and tremendous.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불과 20년 만의 변화는 현저했으며 엄청났습니다.)
* 단편 모음집 “스케치북(The Sketch Book of Geoffrey Crayon)”에서
“Geoffrey Crayon”은 처음에 썼던 그의 필명(筆名)입니다.
* 참고로 영어에서
“공처가(恐妻家) = hen-pecked husband”
“바가지 긁는 아내 = nagging wife”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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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곧 목련이 피는 봄이 오곘군요. 일본 노래 kitakunino haru(北國之春) 1절 2소절에서 "목련꽃 피는 그 언덕, 아아 북국의 봄"하면서 고향의 봄을 그리워 하고 있던 시인 생각납니다. 립 밴 윙클은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이 나구요. 그 때 생각이 20면이 아니라 50년이 지났다면 어떡했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학장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진 것인지 사람들이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진 사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저희 어릴 적 보다는 확실히 주변에서 꽃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납니다. 그러나 진달래는 줄어들고 철쭉은 늘어나고 또 전에는 그리 흔치 않았던 목련이나 조팝나무는 이제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토종의 꽃 보다는 외래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제 곧 피어날 민들레만 해도 우리 주변의 것들은 거의 서양민들레이고 우리 토종 민들레는 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