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재보선에 불출마를 한 것을 두고 민주당 중진 의원 간에 공개적인 ‘설전’이 벌어졌다. 재보선 공천이 완료됐지만 당내 ‘불씨’가 여전해, 불출마를 둘러싼 여진이 예상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8일 저녁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손 전 대표에게 섭섭한 게 많다. 이번에도 몇 번 전화를 해도 전화가 걸리는 게 거의 없다. 그렇게 되면 큰 일을 진짜 못한다”면서 손 고문의 불출마를 거론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손 고문의 싱크탱크로 이날 기념식에는 300여 명의 손 고문 지지자들이 모였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망하고도 (미래를) 보고 있지 못할 때 손학규 전 대표의 귀국을 보고 (저는) ‘화성에서 반드시 출마해라’고 강조했다. 언론에 공식적으로 맨 먼저 (출마 요구를) 언급했다. 우원식 최고위원등 손학규계 의원들에게 ‘손 전 대표를 출마하게 해야 손학규가 다시 설수 있다’고 했다”며 ‘손학규 차출론’을 언급했다.
이어 박 의원은 “어떻게 됐든 출마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내일 모레까지 시간이 있어 다시 (출마를) 얘기할 것”이라며 “박지원이 얘기할 때 들으면 잘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 의원은 또 “사실 손학규 전 대표는 저와 팀 워크를 하면서 상호 협력을 했을 때 제일 성공했다. 저와 나빠졌을 때 실패했다. 저도 실패를 했다”며 “이제 민주당, 야권이 망한 것을 보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안 하는 게 필요하다. 손학규 전 대표가 박지원과 함께 할 때 (성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거듭 출마 요구를 했다.
이날 박 의원이 축사를 통해 손 고문의 출마를 거듭 강조하자, 손학규계 의원들이 잇달아 박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낙연 의원은 “우리 박지원 선배가 화성갑 출마에 대해 말했는데, ‘이제는 손학규 전 대표를 놔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며 “민주당이 그를 너무 많이 부려 먹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손 전 대표를) ‘동으로 가라, 서로 가라, 남으로 가라, 북으로 가라’며 아무데나 집어 넣으려고 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런 욕심을 자제할 때가 된 것 아닌가. 그에게 맡겨두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에 화성갑 문제로 많은 고민했고 손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눴는데 ‘(우리가) 손 전 대표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손 전 대표를) 자유롭게 풀어드리는 서로 괜찮겠다. 우리 욕심대로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손학규 차출론’에 대한 비판을 끝맺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이번에는 신학용 의원이 연단에 올라가 박지원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신 의원은 이번에 손 고문의 출마를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용 의원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정말 원망스럽다”며 “저는 조그만 힘을 갖고 있지만 (박지원) 대표와 한판 붙어보겠다”며 박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신 의원은 박 의원에게 “(망하기 전인) 그때에 잘 좀 하시지. 조금 전에 (박 의원이) ‘망해봐야 (현실을) 안다’고 했으니 망해 보셨으니 잘 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전’에 대해 기념식 사회를 맡은 김유정 전 의원은 “주거니 받거니 무림의 고수들이 일합을 겨루는 것 같다”고 밝힐 정도로, 박지원 의원과 손학규계 의원들 간의 발언에는 날이 서 있었다.
한편, 불출마를 둘러싼 ‘설전’을 지켜본 손 고문은 어느 쪽을 비판하기보다는 자신의 고민을 설명하는 것으로 입장을 밝혔다.
손 고문은 “사람이 제일 어려운 것이 남의 눈으로 나를 보는 것이다.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귀로 듣겠다’고 했다. 그게 쉬운가”라며 “그럼에도 야당은 내 지지세력, 내 지지 기반에만 눈을 돌려서는 야당에 길이 없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당장의 내 지지자들에게 집착하지 않고 좀 더 넓은 국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보”겠다며 “‘저녁이 있는 삶’의 내용을 여러분과 함께 하나하나 채워 나가고자 한다. 한을 희망으로 불태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기념식에는 민주당 이낙연, 신학용, 양승조, 유인태, 오영식, 이용섭, 백재현, 이석현, 이윤석, 유승희, 임내현, 유대운, 최재천, 윤관석, 임수경, 전정희, 이찬열, 전순옥, 박지원 의원과 홍재형, 이기우, 서정표, 전혜숙 전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이부영 민주당 상임고문,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박재동 화백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열린 심포지엄에는 원혜영, 오제세, 김우남, 김동철, 이춘석, 황주홍, 최원식 민주당 의원과 박양수, 한광원, 최영희 전 의원 등이 참석한 바 있다. 이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축사를 통해 “시기적절하게 독일에 갔다 와 여러 깨달음을 가지고 오신 손 대표님께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손 고문의 독일 경험이) 위기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나라에 좋은 영향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첫댓글 의미심장 한 글임니다.
잘 보았어요.
산소님
이낙연
신학용 화이팅!!
충신 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