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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 등반대와 함께 미국, Mt. Rainier에 다녀왔습니다. 그 멋진 시간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진 : 정상을 향하다가 케스케이드산맥의 고산들을 배경으로...)
산에 오르자
그동안 땀흘려 걸어온 길이
지워집니다.
길이 지워지자
산은 햇살로 채워지고
우주의 관능으로 충만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눈이부셔
누추한 내 몸뚱이로는
은빛 눈부신 그 산을
다 안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 눈부심으로
대처의 상념들이 조금은 헐거워 졌습니다.
사진/글 김운래
Mount rainier 소개
Mt. Rainier 는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멋진 산 중에 하나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알래스카에 있는 매켄리산(해발 6,194미터)이고 미국 본토 48개주에는 휘트니 산
(해발 4,418 미터)과 그보다 26 미터가 낮은 레이니어 산(해발 4,392 미터)이 있으나, 산악인
들은 만년설과 빙하 그리고 크레바스가 발달되어 있는 Rainier 를 미국 본토 48개주 최고의
산으로 손꼽는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Rainier 는 미국 본토 48개주에서 가장 큰 단일봉 빙하체게를 형성하고, 90평방 키로미터
가 넘는 빙하가 산을 덮으며 계속 날카로운 산등성이 사이를 깍아서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Mt. Rainier 등반은 빙하와 크레바스의 이동 등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충분한
지형숙지와 장비준비 그리고 훈련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약 300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으
며 그 중 약 150명정도는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합니다.
레이니어 등반
Rainier 등반은 하루 최대 100명이 오를 수 있도록 허가되고 있으나, 보통 베이스 캠프까
지 등반하고 정상까지는 훈련된 대원이나 경험있는 산악인만 오를 수 있습니다. Rainier
등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Rainier Mountaineering Incorporated 에 가서 눈과 빙하에 대
한 세미나와 정상등반에 대한 안내를 받으면 permit을 받을 수 있습니다. 등반허가를 받은
후 산행리더는 등반하기 전과 등반 후 공원 관리소에 등록하여야 합니다. 단독등반에는 공
원관리소장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정상 등반을 시도하기에 앞서 대원들의 경험을 고려하
고 장비 지도력 및 체력 등을 점검하여야 합니다. 본인이 직접 등반을 해보니 빙하의 경사가
무척 심하고 미끄럽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이 많고 크래바스등의 이동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독등반은 아주 경험많은 산악인이 아니면 허가해 주지 않습니다. 그룹으로 등반하는
경우에도 대원간에 로프로 연결하고 추락 등 사고 발생시 남은 대원들이 안전하 게 구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훈련이 필요합니다.
Mt. Rainier 등반코스
파라다이스 산장 - Camp Muir - Camp Engleham Plat - Camp Muir - Engleham flat
- summit - Engleham flat - Camp Muir - 파라다이스 산장 (원점회기)
등반일지
2009년 5월 23일
05시 30분 : 훼더럴웨이 집결
08시 00분 : 파라다이스 산장 도착 및 출발 준비
09시 00분 : 파라다이스 산장 출발
16시 20분 : 베이스캠프 도착 (Camp Muir)
16시 20분 - 20시 00분 : 야영준비 및 석식
20시 00분 : 취침
5월 24일
07시 00분 : 기상
07시 00분 - 10시 30분 : 조식 및 훈련준비
10시 30분 - 13시 30분 : Camp Engleham platt / 베이스캠프 왕복 고소적응 훈련
13시 30분 - 22시 30분 : 중식, 석식, 휴식
22시 30분 : 정상등반 출발
5월 25일
07시 20분 : 정상등반
15시 20분 : 베이스캠프 도착 (Camp Muir)
15시 20분 - 17시 00분 : 중식 및 철수준비
21시 30분 : 파라다이스 산장 도착
22시 30분 : 훼더럴웨이 도착
22시 20분 - 24시 00분 : 석식 및 등반대 해산
준비물 (내 경우)
배낭 90리터, 스틱, Mountaineering Boots. Crampons (12발), Ice Axe, 방한자켙,
우모복 (필수), 오버트라우져 (하의), 내의 (하의), 양말 4족, 방한장갑 1개, 얇은 장갑 2개,
방한모자, 버프, 안면마스크, 스패츠. 안전헬멧, 안전벨트, 캐러비너 3개, 슬링, 스노우바,
머그컵, 수저, 그릇, 등산칼, 스토브, 연료, 코펠, 침낭, 방수 매트리스, 행동식, 비상약품,
휴지, 썬크림 #50 이상, 타올, 선글래스, 고글, 해드랜턴, 대형물병, 보온병,
Mountaineering Boots. Crampons (12발), Ice Axe 는 현지에서 rent 함 (렌트비용
약 100 불)
배낭무게는 약 60.20 파운드 (27.30 키로그램) 정도 (공동장비 자일포함)
취사는 공동취사하였음.
공동장비
텐트, 자일, 무전기, 공동식량
산행허가
미리 관리소에 등반허가를 신청하여 permit을 받음 (비용 US$ 30)
문제점
1. 고소증
나름대로 고소적응훈련을 하였으나, 정상등반 중 고산증 증세를 호소하는 대원이 있어
산행이 지연됨. 혈관팽창제인 비아그라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는 설이 있는데, 내 경우
동행한 팀닥터가 추천한 다이아 먹스 (이뇨제)를 복용한 결과 증상이 완화되었음.
고소증세 : 졸음, 어지러움, 구토, 불면증 (내 경우는 방귀가 자주 나옴 ㅎ. 기압이 낮아
자꾸 밖으로 배출되려는 원리 때문인지도...)
2. 용변
Camp Muir 에는 화장실이 하나 있어 용변을 볼 수 있으나 그 이후로는 공식적인 화장실이
없습니다. 관리소에서 용변을 담아오는 용기를 받아서 사용 할 수 있는데 내 경우는 미리
Camp Muir에서 볼일을 보고 갔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으나, 다른 대원이 정상부근에서 볼일
을 보고 그냥 담기가 찝찝해서 눈에 뭉쳐 담았다가 눈이 녹는 바람에 난감한 적이 있었습니
다. 수거용기에 용변을 수거할 때는 pure material 만 수거해야 낭패를 보지 않습니다. ㅎ
산행사진
▲ 산행은 파라다이스 산장에서 시작합니다.
이때만 해도 얼굴에 웃음이 나옵니다. ㅎ
양지바른 바위 위에 마못 (marmot) 한마리가 쉬고 있기에 찰칵
▲ 아찔한 눈사태...
산행도중 크고 작은 눈사태를 수차례 목격하였습니다. 이 때도 아주 큰 산사태가 났었는데 늦게 카메라를
꺼내는 바람에 사진에는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 휴식시간에 찰칵
▲ 거대한 산 Mt. Rainier
가도 가도 딱 그만한 크기로 남아 있습니다. 무지 큰 산임을 실감하게됩니다.
▲ 휴식...
드디어 베이스 켐프인 Camp Muir 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약 3,200미터
눈을 치우다 보니 확실히 산소가 적어서 그런지 금방 지칩니다.
▲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움푹파여있는 이 지점에 텐트를 쳤습니다.
이 지점이 가장 좋은 shelter zone 입니다.
몸뚱이는 힘이든데 시차와 고소증세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같은 텐트를 배정 받은 팀닥터로부터 고소증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다이아먹스 (이뇨제)를
얻어 복용했더니 밤새 소변이 마렵고 잠도 오지않아 잠자기를 포기하고 일찍 일어나 Camp Muir 앞에 있는
봉우리에 올라 아침 태양을 마중합니다.
▲ 아침 햇살에 들킨 Camp Muir
▲ 멀리 Mt. Adams (해발 3,742미터) 가 보입니다.
▲ Mt. 세인트 헬렌이 보입니다.
세인트 헬렌은 1980년 5월 18일 대폭발을 일으켜 그 일대를 수십마일을 초토화 시키고
57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대폭발이 있기전 이 산의 높이는 9,677피트 (2,950미터)였으
나 화산폭발로 1,313피트 (400미터) 가 날아가 현재 해발 8,364피트 (2,550미터)입니다.
▲ 식수만들기
Camp Muir 에는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눈을 녹여 식수를 만들어야합니다.
눈을 녹여야하므로 연료를 충분히 가져가야합니다. 눈을 녹인 후 휴대용 정수기를 이용해서
식수를 만들었습니다.
▲ 고소적응 훈련을 위해 잉글레햄 플랫으로 오르는 대원들
▲ 노란 텐트가 있는 잉글레햄 플랫으로 가는 길에는 빙하와 크레바스가 보입니다.
▲ 탯줄
추락에 대비하여 대원들을 안자일렌을하고 이동합니다. 다른 대원이 추락하면 피켈로 눈에 박으며
추락한 대원을 구하고 동반추락을 방지해야합니다
▲ 무시무시한 크레바스
▲ 추락시 대처요령 등 실전훈련을 실시합니다.
++++
훈련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고 22시 30분 정상을 향해 공격을 시작합니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늘 혼자서 올라갔습니다. 그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낸 이 유럽 알피니즘의 거장은 등정 전날 밤 호텔에서 장비를 점검하면서 울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무서워서 울었습니다. 그 무서움은 추위와 동사, 추락, 실종이 아니라
외로워서 울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택한 외로움에 그는 그렇게 가슴으로 울고 그 빙벽과
크레바스를 헤치고 정상으로 다가갔습니다.
레이니어
주) 라인홀트 메스너 (Reinhold Messner 1944.09.17~)는 이탈리아의 산악인으로 그는
히말라야의 8,000미터이상 고봉을 의미하는 14좌를 최초로 모두 올랐다. 특히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은 홀로 무산소 등정한 최초의 산악인이기도하다. 1970년 낭가파르밧을
시작으로 1986년 로체에 오르면서 8,000미터 이상 고봉을 모두 등정했고 그 뒤에는 등반
경험을 바탕으로 20여권이나 되는 저술을 남겨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산악문학상을 3번이나
수상했다.
▲ 두려움과 설렘으로 정상을 향해 출발준비를 하다가...
이날은 서로를 로프로 연결하고 경사가 급한 산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아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했습니다.
레이니어 중턱에 다다랐을 때 장엄한 일출이 시작됩니다.
▲ 가파른 레이니어를 지그재그로 가로질러 갑니다.
▲ 고산증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지 조금만 무리해도 힘이듭니다.
대원 중 벌써 고산증세가 나타나는 사람이 있어 진행이 늦어집니다.
▲ 한참을 힘들게 올라 정상인 줄 알았더니 진짜 정상은 분화구를 가로질러 반대편에 있습니다.
가까워 보여도 실제 거리는 만만치 않습니다.
▲ 정상의 분화구
대형 축구장 약 10개정도 크기의 분화구가 있습니다. 아직 연기가 나오는 곳이 있다는데
사진기에 담지는 못했습니다.
▲ 레이니어 정상에서... (해발 4,392미터)
베이스 캠프를 떠난 후 약 9시간 만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헬멧이 비뚤어 졌는데 바람도 세차게 불고 여유가 없어서 그대로 찍었습니다.
▲ 다시 세상으로 향하는 길
정상을 밟아보고 다시 세상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힘들지만 뿌듯함과 감동입니다. 이제
그 장엄한 풍경이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 하산길 멋진 운해가 우리의 등정을 축하하는 듯 흘러갑니다.
▲ 산이 가파르기 때문에 휴식시간에는 ice axe 를 fix 시키고 쉬어야합니다.
▲ 크레바스
전날 밤 정상을 향할 때는 크레바스 간격이 그리 넓지 않았는데 최근 몇일 동안 기온이
올라가서 그런지 크레바스가 벌어지고 등산로가 끊어져 있습니다.
새로운 하산로를 개척하며 하산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했던 순간들입니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
▲ 공식 등산로
한시간 반 정도 비등산로를 지나며 하산하다보니 빙하위에 등산로 표시인 빨간 깃발이 보입니다.
그 때의 반가움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모두 내색은 안했지만 그 무거웠던 침묵이 헐거워지고
다시 생기가 돋습니다.
잉글레햄플랫에 거의 다 내려왔는데 이곳에도 크레바스가 벌어져 있습니다.
앞에 가던 다른팀 대원들이 크레바스를 건너다가 여성 한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크레바스에
빠집니다. 우리가 리더가 구조하기 위하여 접근하는데 정말 두려운 생각이듭니다.
다행히 우리가 거의 도착했을때 크레바스에 빠졌던 여성이 로프를 타고 스스로 올라왔습니다.
정말 아찔한 순간입니다.
▲ 크레바스 뛰어넘기
우리도 크레바스가 더 벌어지기 전에 이 지역을 빨리 탈출해야할 것 같아 서둘러 크레바스를
넘어 하산합니다.
크레바스를 건너며 아래를 보니 끝이보이지 않는 절벽입니다.
나름대로 물을 충분히 준비해갔는데, 벌써 식수가 떨어졌습니다. 쌓인 눈의 표면을 걷어내면
안에 부드러운 눈이 나옵니다. 이 눈을 먹으면 그나마 갈증이 덜해집니다.
▲ 이제 크레바스 지역을 거의 다 통과했습니다.
▲ 베이스캠프에서 파라다이스 산장으로 하산하는 길에 구름이 몰려옵니다.
나중에 안 일인데, 우리보다 하루 늦게 도착해서 우리가 하산하는날 정상을 공격하던 팀들은 모두
▲ 멀리 아담스와 어우러져 멋진 구름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파라다이스 산장으로 내려오니 저녁 9시 30분입니다. 너무 힘이들어
목이 타고 입술도 다 부르텄지만 오래동안 꿈꿔왔던 일 하나를 이뤘다는 뿌듯함이
가슴에 차오릅니다.
▲ 항상 그만한 크기로 우리 앞에 서있는 레이니어
산행을 마치고 몇일 뒤 시애틀 공항에서 찍은 레이니어 사진입니다.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항상 그만한 크기로 내게 다가오는 레이니어...
레이니어를 생각하면 아직도 깊은 감동으로 나를 깨우고 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평화...
김운래
첫댓글 대단하십니다.
저도 5대양6대륙 7극봉을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은 다녀왔지만 북,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는 현재 진행중에 있습니다.
Mt,Rainier의 만년설봉이 장관이네요.
좋은 정보 자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간나는 대로 다른 원정산행기도 정리해서 올려드리겠습니다. 평화...
가보고 싶네요!
죽기전에 가볼곳...
왕부럼 입니다
네에, 아주 멋진 곳이고 기억에 많이 남는 곳입니다.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