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기념하여 대한민국에 따스한 인류애를 보여준 유엔참전국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6.25전쟁 당시 22개국이 대한민국에게 지원의 손길을 보냈는데요. 그 중에는 자유와 평화에 대한 신념으로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에서 병력을 파병한 나라도 있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유일의 지상군 파병국, 에티오피아입니다.
▲ 에티오피아 군대의 밀집대형행진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 에티오피아, 강뉴부대를 파병하다
사랑하는 나의 전사들이여, 그대들은 자유를 지키고
유엔의 평화에 대한 대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중차대한 사명을 받고
조국 에티오피아를 떠나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는 장도에 섰다.
- 셀라시에 황제의 에티오피아군 파병 축사
에티오피아 정부는 1950년 8월 에티오피아 주재 미국대사 편에 유엔군으로서 6.25전쟁에 참전할 의사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혼돈에서 질서를 확립하다’, ‘격파하다’의 의미를 가진 ‘강뉴(Kagnew)부대’를 편성합니다.
강뉴부대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근교에서 훈련을 진행한 뒤 1951년 5월 6일, 마침내 전쟁의 상처로 신음하던 대한민국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 수송선에서 내리는 강뉴부대원들 (출처: 에티오피아군 6.25전쟁 참전사)
# 강뉴부대, 253전 253승으로 전쟁사에 길이 남다
대한민국 땅을 밟은 에티오피아의 강뉴부대는 여러 고지, 지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활약했습니다. 강원도 양구의 단장의 능선 전투 이후 단장의 능선에 배치된 강뉴부대는 정찰전을 전개하고 수색에 힘을 쏟았습니다. 강뉴부대는 1951년 11월 10일까지 단장의 능선을 든든히 지키면서 여섯 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이후 강뉴부대는 잠시 이곳을 떠났다가 12월 24일, 다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은 생전 처음 경험하는 눈보라와 살을 에는 추위를 겪으면서도 수색과 정찰에 열중했습니다. 강뉴부대원은 훗날 이때의 추위에 대해 “적뿐만 아니라 자연과도 전투를 벌어야 했다.”고 회상하였습니다.
▲ 눈에 덮인 단장의 능선에서 진지 보강 작업을 하는 강뉴부대
(출처: 에티오피아군 6.25전쟁 참전사)
1953년 5월 강뉴부대는 요크, 엉클고지에서 격전을 치렀습니다. 5월 16일에 파시카 소대장이 지휘하는 매복조는 요크 고지 정상에서 700m 떨어진 곳에 매복하고, 기습해온 적에게 응전하여 사격을 통해 적들을 사살합니다. 또한 마모 소위를 필두로 요크고지 북쪽에 매복하여, 아군의 포격 지원 등에 힘입어 적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힙니다.
5월 20일에도 강뉴부대원들은 적의 포격으로 모든 유무선 통신이 단절된 상황에서 격렬한 전투를 불사하여 승리를 얻어냅니다. 이후에도 요크고지를 향한 공격은 이어졌는데요. 강뉴부대의 용감한 전투는 계속해서 적의 패퇴를 이끌어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용사들은 7월 27일 한국 대통령 부대표창을 받고, 매복조를 이끌었던 제3중대 아스포 소위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되는 등 그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 요크고지에서 참호를 구축하는 모습 (출처: 에티오피아군 6.25전쟁 참전사)
1953년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3년이 넘는 기간동안 한반도를 물들였던 총성이 멈춥니다. 6.25전쟁동안 강뉴부대는 253회의 전투를 치렀는데, 모두 승리하여 전쟁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정전 후에도 에티오피아는 미 제7사단에 속하여 대한민국을 수호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매년 새로운 부대를 파견하였고, 그 군사들은 강뉴 제5대대가 1956년 3월에 귀국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여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켰습니다.
# 대한민국과 에티오피아, 참전으로 나눈 우정을 기억하다
지구 반 바퀴가 떨어진 먼 나라 에티오피아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딴 한국촌(Korea Village)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한국촌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시내에 위치해있는데요.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귀국 후 거주하게 된 마을입니다.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6.25전쟁에서 자신들이 이룩한 평화의 의미를 기억하고, 대한민국이 하루 빨리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길 기도했을 참전용사들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으시나요?
에티오피아에는 한국촌 외에도 6.25전쟁 참전을 기리고 기념하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2006년 2억원을 지원해 아디스아바바에 한국전 참전기념탑을 세웠습니다. 또한 춘천시, 참전용사후원회가 함께 힘을 모아 아디스아바바에 참전 기념회관을 건립하기도 하였습니다.
▲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한국전 참전기념탑에 참배, 헌화를 하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에서도 6.25전쟁에서 헌신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있습니다.
유엔한국참전국협회는 1968년 5월 7일 강원도 춘천에 6.25전쟁에서의 에티오피아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비를 건립하였고, 2006년 10월 6일에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이 건립되었습니다.
▲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비 (출처: 현충시설 정보 서비스)
▲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 (출처: 현충시설 정보 서비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연인원 3,518명을 파병하여 658명이 전사, 또는 부상(출처 : 국방부 ‘통계로 본 6.25전쟁’)의 피해를 입으면서도 대한민국을 끝까지 수호해낸 에티오피아. ‘혼돈에서 질서를 확립하다’는 이름 그대로, 에티오피아의 강뉴부대는 대한민국을 전란의 혼돈에서 구해내기 위해 헌신했습니다.
1974년 쿠데타로 에티오피아가 공산화되면서 참전용사들은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지구 반대편의 한국인들을 도와 대한민국을 수호했던 기억만은 자랑스럽게 남았습니다.
“고국에서 진통제로 고통을 달래고 있을 무렵, 다시 파병 소식이 알려졌죠.
전쟁에 대한 참옥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지만
고통 받는 한국인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 전투 중 부상을 입어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참전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구르무 담보바
▲ 담보바 이등병(왼쪽)과 에티오피아 강뉴전사가 무반동총을 들고 있는 모습
(출처 : 월드투게더)
6.25전쟁 중 강뉴부대원으로 두 차례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육군 이등병, 구르무 담보바는 작년 8월, 이달의 전쟁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에티오피아에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노병 약 270명(2017년 기준)이 생존해 있습니다.
오는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에 파병되었던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에티오피아군 6.25전쟁 참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