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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김현주 충북청주FC 대표이사는 대한민국 축구 피라미드에서 기적을 일군 인물이다. 축구를 좋아하던 평범한 직장인이 자신의 기업을 창업하는 경영인을 거쳐 축구단을 운영하는 구단주로 올라섰다. 현재 충북청주의 구단주이자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그는 프로축구의 불모지였던 청주시와 충청북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23년 K리그 24번째 구단으로 입성한 충북청주는 많은 프로축구단 중에서도 정체성이 뚜렷한 구단이다. 구단명만 봐서는 흔한 시도민구단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실제 구성은 기업이 중심이 돼 예산을 마련하고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컨소시엄(연합체) 형태다. 연 매출 1천억원 수준의 중견 기업 SMC엔지니어링(이하 SMC)이 모기업의 개념이고,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김현주 대표가 구단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충북청주의 탄생은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2018년부터 매년 프로 입성의 문을 두드렸고, 2023년 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승인과 함께 K리그에 합류했다. 그 전에는 청주 지역을 연고로 하는 세미프로팀들이 합병한 청주FC로 K3리그에 참가했다. 합병한 팀인 청주직지FC와 청주시티FC는 각각 4부 격에 해당하는 챌린저스리그, K3리그 어드밴스에도 참가했었다.
한국 축구의 풀뿌리인 디비전 시스템 하부에서 차근차근 올라왔지만, 반대로 말하면 대기업이나 광역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기존 K리그 팀들과 경쟁할 체급으로 여겨지진 않았다. K리그 입성에 다섯 차례나 고배를 마신 이유도 모기업 규모, 지자체 지원 수준이 불안한 탓이었다. 하지만 매년 향상된 예산 계획안과 지자체 지원 조례안을 갖고 상경한 김현주 대표는 5전6기의 각오로 승인을 받아냈다.
2024 K리그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반도체 연구원, 축구에 ‘진심’이 되기까지
끈질긴 도전의식과 집념은 기업가로서 그가 성장한 역사를 살펴 보면 이해가 된다. 1980년대 금성반도체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의 취미는 축구였다. 대학 시절 이미 축구동아리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고, 입사 후에도 회사 내에 축구를 매개로 한 인포멀그룹(사내 스포츠 취미 활동)에서 중심이 됐다.
“당시 연구단지가 안양에 있었습니다. 금성반도체 사내 축구팀을 구성해 지역 대회에 나갔죠. 럭키금성(현 LG) 그룹 계열사 축구대회도 있었어요. 그런데 출전을 해도 연구원으로 구성된 팀이다 보니 다른 계열사에 비해 전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죠. 7대0, 8대0으로 지기 일쑤였지만 근무 후, 혹은 주말에 모여서 축구하는 게 그렇게 좋았어요.”
이후 금성반도체는 금성일렉트론를 거쳐 LG반도체로 사명이 바뀌었고 이후 기업간 빅딜 정책으로 현대반도체에 인수된 뒤 현재의 SK하이닉스에 이르게 된다. 김현주 대표는 안양연구소와 서울중앙연구소를 거쳐 청주공장 내 연구소로 발령을 받으며 청주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 전까지는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수도권에서만 직장생활을 한 터였다. 중도에 일본의 히타치 연구소로 가서 반도체 장비 선정 업무를 경험한 뒤 자신의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32살에 창업을 했다.
“큐텍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의 반도체 장비 회사를 인천에서 열었는데 한 차례 실패를 겪었습니다. 청주시로 와서 1992년에 두번째로 창업한 회사가 현재의 SMC고요. LG반도체의 16밀리 D램 업무 도급을 맡으며 창업을 했죠. 지금까지 그 사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현재는 SK하이닉스의 장비 기술 업체로서 직원이 1500명 정도 됩니다.”
회사를 창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축구에 대한 애정이 꿈틀거렸다. 90년대는 노사문화에서 노조가 활성화하던 시기였다.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주말에 직원들과 함께 축구를 시작했다. 신입 사원을 뽑을 때도 축구를 좋아하는지 면접에서 꼭 물어볼 정도였다. 단순한 기업 내 스포츠 활동 정도였던 SMC 사내 축구팀의 방향성이 달라진 것은 회사가 자리를 잡은 뒤였다.
“청주시 생활축구팀들과 교류하다 알게 됐습니다. 청주상고(현 대성고), 운호고 축구부가 유명한데, 그곳 출신 20대 축구인들이 안타깝게도 직업이 없더라고요. 운동만 했던 젊은이들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잇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겁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기여도 하고, 회사 축구팀 전력도 강화할 겸 직장인 축구부를 본격적으로 만들었어요. 그들을 데려와 낮에는 기술을 가르치고, 근무가 끝난 뒤에는 같이 운동을 했죠. 청주시공단 리그, 청주시장배 직장인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충북 도대표로 전국체전에 나가고 고용노동부장관배, 대한축구협회장기 등 전국 단위 직장인 대회도 참가하게 됐습니다.”
그 다음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청주시에서는 절대 강자였던 SMC 직장인 축구부가 전국 무대로 나가 열악한 현실을 느낀 것이다. 삼성전자, 넥센타이어, 대우해양조선 등 대기업 산하 유명 직장인 팀들은 웬만한 실업팀 수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2년가량 직장인 대회에서 고배를 마신 뒤 자존심이 상한 김현주 대표이사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본격적으로 축구 선수 출신 직원을 모집했습니다. 프로와 실업 출신 선수들을 알아본 겁니다. 특정 금액의 연봉을 보장했더니 울산, 대전, 대구, 인천에서 프로 선수로 뛰었던 30대 초반의 직원들 30명 가량이 입사했어요. 일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잘했죠. 전국체전 8강에 들었습니다. 수당을 지급하니까 더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우승도 했습니다.”
대기업이 아님에도 지원이 훌륭하다는 입소문이 축구인들 귀에도 들어갔다. 대회에서 만난 축구 원로들은 더 큰 꿈을 꾸는 것이 어떻겠냐는 얘기를 했다. 바로 유일하게 프로축구팀이 없는 충청북도에 씨앗을 심는 일이었다.
“김정남, 박이천 같은 원로들께서 처음 얘기를 꺼내신 거 같아요. 축구계에서 지원을 모색해 볼 테니 프로팀을 창단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회사 규모가 300억원 수준이라 언감생심이었어요. 그래도 계속 권유를 받으니까 한번 해볼까 하는 꿈을 꾸게 됐죠. 다행히 회사 규모도 점점 커졌고, 결국 지금의 상황까지 와 버린 겁니다.”
2025시즌을 앞두고 태국 전지훈련에도 함께해 선수단을 지원했다
미션: 충북 연고 프로팀을 창단하라
충청북도와 청주시에 연고가 없던 이방인 김현주는 그렇게 불모지에 꽃을 심는 심정으로 10년의 노력을 시작했다. SMC 직장인 축구부는 세미프로팀 청주시티FC로서 K3리그에 참가했고, 2년차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연간 운영 비용은 10억원 수준이었다. 프로팀은 그 몇배가 드는 일이었다. SMC가 비용을 늘려도 홀로 감당하긴 어려웠다. 지자체 보조금 지원을 위해 청주시의회, 충북도의회를 수없이 드나들었다. 대기업도 아니고, 지자체의 대규모 지원도 없는 프로팀의 창단에 대해 프로축구연맹과 기존 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승인 심사에서 몇 번이나 탈락했다.
“6번의 시도 끝에 프로팀이 창단됐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지자체 보조금 지원과 모기업 SMC의 자금이 조례에 의한 비율대로 들어갑니다. 구단주는 SMC고, 행정과 지원 감사는 지자체가 합니다. 충북도와 청주시에서 자생력을 가지라는 의미를 부여한 거죠. 그래서 어떤 구단보다 산업 성장, 선수 육성, 브랜드 가치 개발을 잘 해야 합니다.”
“프로축구연맹이 결국 허가를 내 준 배경도 K리그에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와 기업이 컨소시엄을 통해 구단 운영을 해 보라는 거였죠. 일본에는 이런 형태의 구단이 많습니다. 우리도 한번 해 보자고 프로축구연맹과의 미팅에서 설득했습니다. 향후 구단이 창단하고, 상장까지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롤모델은 기존의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에서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그런 구단들은 대표와 단장이 계속 바뀌기만 합니다. 구단이 연속성을 갖고 발전하기 쉽지 않습니다. 충북청주가 한번 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렇게 팀이 창단했고 3년이 됐습니다.”
창단 과정을 얘기하면서 김현주 대표는 지난세월 마음 한켠에 쌓아 둔 섭섭함과 상처도 공개했다. 청주와 충청북도는 많은 축구인을 배출했다. 하지만 정작 프로축구팀이 창단할 때 적극적인 지원은 많지 않았다. 김현주 대표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이 사실상 창단의 출발이자 끝이었다.
“지역의 축구원로들, 지역 출신 유명 축구인들이 창단에 힘을 보태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축구인들의 의견 대립과 소통 부재가 많았습니다. 어느 축구인은 ‘시기상조다, 충북과 청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말만 되풀이했어요.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프로축구단을 반대하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지역 출신인데 후배들, 축구 꿈나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프로축구팀 창단에 적극적이지 않더라고요. 저에게는 그것이 상처이자 오기가 됐습니다. 혈세를 써서 김현주 개인의 수익 창출을 돕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때는 화병도 낫습니다. 아시다시피 프로축구단 운영은 적자가 기본입니다. 초기에는 모기업이 매년 수십 억원을 써야 합니다. 그래도 시민, 도민들의 행복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소통을 방해하고, 창단을 방해하는 분들 때문에 참 억울했습니다.”
프로축구팀 창단이 번번히 좌절되는 사이 청주와 충북 출신 축구 꿈나무들은 타 지역에 가서 활약하고 있었다. 김현주 대표는불철주야 지역 정치인들과 소통했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공공시설과 아파트단지에 사비를 들여 플래카드를 만들었다. 택시운수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86만 시민의 꿈, 프로축구단 창단’이라는 스티커를 차에 부착했다. 관계자들을 초빙해 공청회를 여는가 하면 목욕탕에 가서 만난 시민들에게도 일일이 프로축구단 창단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본질을 호도하는 분들을 이기고 싶어서라도 프로축구단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인생을 여기에 바쳤습니다. 많이 울기도 했는데, 내색 못했죠. 창단하고 2년 넘게 운영하니까 이제는 진정성을 좀 알아주시는 거 같아요. 지금도 3개월에 한번씩 언론과 직능단체에 우리가 어떻게 구단을 운영하고, 어떤 계획이 있으며, 지자체 지원 비용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계속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부러 자청해서 합니다.”
K리그에 뛰어들어 2년차를 마친 2024년 말. 김현주 대표는 K리그 시상식에서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구단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가장 잘 수행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스폰서십 유치는 기업 경영을 하며 쌓은 노하우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충북청주는 크고 작은 스폰서십을 100여개 가까이 유치했다. 2025년의 목표는 200개 유치다.
“저는 성적을 잘 내는 구단이 상을 받는 줄 알았어요. 행사 사흘 전에 저희 사무국장을 통해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역사가 짧은 구단이 무슨 공로패냐고 반문했죠. 우리가 K리그에 뭘 그렇게 기여했는가 쑥스러웠습니다. 다른 구단에 죄송했고요. 부족한 게 많은 구단과 대표인데 더 잘해서 롤모델이 되어 달라는 취지로 해석했습니다.”
“우리는 개미 구단입니다. 개미처럼 열심히 돌아다니며 꾸준히 스폰서를 모셔오자고 했죠.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떤 부분을 어필해야 하는지 관심을 갖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선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주말 패밀리 문화 형성에 축구 관람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노사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제 경험을 얘기합니다. 사측과 직원의 소통도 경기장에서 가능합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 업체를 다니며 공감대 형성을 했습니다. 월 일백만원부터 연 삼천만원까지 다양한 파트너십이 있는데 저희 구단을 후원해 주시면 브랜드를 알리고, 직원들 자긍심을 고취시기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죠.”
김현주 대표는 틈만 나면 지역 기업들을 방문한다. 구단 사무국내에 별도 티에프(T/F)팀을 만들어서 스폰서십 유치 전략을 짠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스폰서십 전략 미팅이다. 이번주에 유치할 목표 기업을 정하고, 어떤 영역의 회사인지, 마케팅과 홍보에서 필요로 하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분석을 한다. 이후 구단 차원에서 목표 회사 인사총무팀에 연락을 한다. 김현주 대표는 충청북도 기업회를 통해 CEO의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직접 소통을 시작한다.
“사전에 그 기업에 대해 최대한 조사를 하죠. 그 회사의 현재 복지나 기업문화가 어떤지 파악하고요. 거기서 우리가 어떠한 플러스 가치를 줄 것인가 준비하고, 컨택 포인트를 찾고 설득할 요소를 잡습니다. 그러면 저와 직원이 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합니다.”
충북도민과 청주시민에게 축구를 통한 복지문화를 제공할 수 있다
목표는 FC바르셀로나…자생력 갖춘 프로 클럽 꿈꾼다
궁극적으로 충북청주를 청주시와 충청북도의 문화 복지 무대로 만드는 것이 김현주 대표의 모토다. 그러면 관중과 스폰서십이 증대하고, 구단에 비약적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축구가 우리 사회를 더 합리적인 관계 형성을 이끄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투명한 승부를 지켜보며 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분위기야말로 스포츠의 강점이라는 게 김현주 대표의 생각이다.
“충북청주는 창단 후 5년 동안 지자체의 보조를 받습니다. 그 기간 안에 우리 구단이 자생력을 만들겠다고 목표치를 설정했습니다. 우리 존재는 도시민들을 즐겁게 만들고, 융복합 문화를 탄생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문화를 창출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성적과 마케팅, 홍보에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흥미가 생기고 퀄리티가 올라가죠. 그걸 위해 스폰서십에 열심히 매달리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소규모 도시 프로축구팀들을 벤치마킹했습니다. 스페인에 가서 FC바르셀로나의 형태를 보기도 했어요. 최종 롤모델이에요. 바르셀로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서 시민들이 월 1만원의 후원 계좌를 가지며 성장시켰습니다. 그 기금으로 자생력을 확보하고 지금은 세계적인 구단이 됐죠. 저도 그런 꿈을 꿉니다.”
스폰서십 유치에서 발상의 전환도 있었다. 충북청주의 스폰서 중에는 베이커리 카페인 포이드캐롯이 있다. 청주시의 유명 베이커리 카페인 이곳은 김현주 대표가 운영하는 SMC의 자회사 중 하나다. 모기업인 SMC는 홍보가 특별히 필요 없는 B2B기업이기에 축구단에 지원하는 금액의 효과가 적었다. 동시에 세법상 기업의 매출과 이윤에 따른 사회공헌활동 비율이 있는데 축구에만 투자하기엔 부담이 있었다. SMC만의 지원과 투자에 한계가 올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모델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그것이 베이커리 카페를 통한 스폰서십이다.
“회사 운영에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습니다. 일본 고베에 가서 유명 베이커리 카페를 본 뒤 우리도 유통까지 할 수 있는 법인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해 보자고 했죠. 4천평 규모의 땅에 건물을 지어서 카페를 열었고, 그 매출의 순이익 일부를 프로축구단에 투자해 보기로 한 겁니다. 대전의 성심당처럼 키워보고 싶어요. 순이익이 향후 3년, 5년 후에 30억, 50억이 되면 SMC와 포이드캐롯이 합쳐서 구단에 자생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1부 리그로 가는 것이고, 그러려면 예산을 120억원에서 150억원 규모를 짜야 경쟁력을 갖습니다. 지금 예산의 2~3배인데 그 미래를 대비하려는 차원에서 만든 게 포이드캐롯입니다. 직접 유통을 위한 제빵공장을 준비 중이고 향후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 잘 되면 구단에 큰 도움이 되겠죠.”
1500명 규모의 기업을 운영 중이지만 김현주 대표는 100명 규모의 축구단 운영이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공공성과 대중성이 높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운영이 투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과 팬이 늘 주시하기 때문에 책임경영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경영을 잘 해야 합니다. 경영이라는 테두리 안에는 팬들을 위한 흥미로운 축구, 승리하는 축구, 소통이 되는 축구도 있어야 합니다. 지자체가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아웃풋도 창출해야 합니다. 인재 성장도 신경 써야 합니다. 유소년들이 소중합니다. 아이들의 성장이 우리 팀에는 가성비를 주고, 지역에는 가치를 줄 수 있습니다. 연령대별 코치진, 지원팀의 고용 창출과 그들의 미래를 돕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고요. 성인팀의 경우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 선수단을 합치면 거의 50명 가까이 되는데 그들의 급여, 비전, 성과에 대한 경영관리를 신경 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포츠경영철학을 선수단 전체에 강조합니다. 축구를 잘하는 건 기본이고, 지도자와 선수들 각각 자신의 역할에 맞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나가야 합니다. 팬들에게 기쁨을 줘야 한다는 책무를 일주일에 한번씩 미팅을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매 순간 열심히 해 달라고 부탁하죠. 그들이 하기에 따라 우리 팀의 지속 성장이 달렸으니까요. 매주 경기를 치르면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충북과 청주라는 이름을 내세운 만큼 위상 차원에서 승패가 미치는영향이 큽니다. 일단 최선을 다하는 축구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주는 축구죠. 모두 한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해 팬들에게 절실함을 전달하는 열심히 뛰는 축구라면 박수를 받을 수 있어요. 그 다음은 이왕이면 코칭스태프가 선수의 성장을 이끌며 이길 수 있는 축구를 만들어 주길 바라죠.”
김현주 대표이사는 선수단 외에 사무국의 동기부여에도 신경을 쓴다. 독특한 정책이 충북청주에 있다. 선수 이적을 통해 발생한 수익 중 일부가 코칭스태프 외에 사무국 직원들에게도 보너스로 지급된다. 어떤 계기로 그런 정책을 도입하게 됐을까?
“말로만 원팀이라 하고 싶지 않아요. 구호만 외치면 안됩니다. 기업은 소득이 나면 모두 고른 분포의 성과급을 지급받습니다. 선수들이 이겼다고 그들만 잘해서 낸 성과가 아닙니다. 선수단을 지원하는 사무국의 모든 직원, 지원스태프의 공도 있습니다. 그래서 직급별로, 고생한 부서의 공헌도 등을 고려해서 이적료의 일부분을 성과로 지급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보너스입니다. 그러면 더 좋은 선수를 계속 성장시키겠죠. 저는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훌륭한 인재가 이 구단에서 경험을 쌓고 새 아이디어를 창출해서 성과를 내면 그걸 인정해 줘야죠. 보너스를 지급하는 건 결국 비전으로 회수된다고 봅니다.”
충북청주는 백년구단을 꿈꾼다. 그것을 위해선 이뤄야 할 과제도 많다. 인프라 강화가 급선무다. 축구전용구장 외에도 클럽하우스, 전용훈련장 확보가 필요하다. 3년차 프로팀인 만큼 한번에 다 이루긴 어렵다. 하나씩 단계별로 갖춰가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것은 전용구장입니다. 충북도민, 청주시민들이 관람할 때 대우받아야 합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제 가장 큰 소임입니다. 다른 팀도 우리 구장에 경기를 하러 왔을 때 좋은 환경에서 준비하고, 팬들도 응원할 수 있어야죠. 충북청주 서포터즈와 팬들도 주말이 기다려질 정도의 좋은 인프라를 제공해야 스포츠의 기본 요소가 정립됩니다. 대구FC처럼 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럽하우스도 주어진 여건에서 만들어갈 것입니다. 전용훈련장은 4월에 탄생합니다. 청주시와 이범석 시장님이 지원을 해줬습니다. 3년차에 이룬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청주종합운동장도 현재 잔디 보수공사 중입니다. 청주종합운동장이 57년 된 경기장이다 보니 그동안 잔디 상태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최근 수원삼성의 잔디를 보수한 업체를 섭외해 진행 중입니다. 하나 하나 환경을 만들어가겠습니다.”
2025년 충북청주는 돌풍을 위한 준비를 충실히 진행했다. 창단 당시보다 더 강해진 스쿼드를 갖췄다. 코치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83년생 권오규 감독이 젊은 지도자들과 함께 코칭스태프를 꾸렸다. 김현주 대표는 태국 전지훈련을 현지에서 직접 챙기고 지원했다. 프로 입성 3년 차에 역대 최고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3년차인 올해 재창단 수준으로 코칭스태프, 선수 구성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보강을 했습니다. 선수 조합, 연령별 분포, 육성 그룹 등을 고려해서 영입했습니다. 정말 신중을 기해서 뽑았습니다. 그렇게 뽑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코치진에게 훌륭한 전사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어느때보다 좋은 구성이기에 나름의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최소 목표입니다. 하나가 되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피라냐 축구가 컨셉입니다. 작은 물고기들이 우르르 가서 큰 상대를 물고 뜯는 것이죠.”
현재도 한국 축구계에는 많은 아마추어 팀, 세미프로 팀이 새로 창단하고 또 사라지는 중이다. 그들의 궁극적 목적은 프로 무대에 진입해서 성공하는 것이다. 충북청주는 그런 꿈을 꾸는 팀들에게 성공으로 가는 롤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김현주 대표이 꿈을 좇는 팀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K3리그만 봐도 훌륭한 팀이 많습니다. 청주와 비슷한 조건을 지닌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도 많습니다. 대다수의 팀이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습니다. 그런 혈세를 무의미하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원에만 기대서도 안되고요. 결국 자생력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지역의 특성을 살펴보고, 노력하면 안 될 일은 없다고 봅니다. 그것을 갖춘다면 팀이 점점 성장해 프로까지 진입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한국 축구와 스포츠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3월호 ‘LEADERSHIP’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서호정
사진=이연수, 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