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마커에 넣은 형광 잉크가 시초… 노란색은 복사 잘 안 된대요
형광펜
벌써 2024년이 저물어가네요. 곧 새해가 오겠지요? 새해 다짐과 함께 새 달력에 중요한 날을 표시하고 간단히 메모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이때 형광펜을 이용해 색깔별로 중요도를 나타내기도 하는데요. 형광 물질이 빛의 자극에 발광하는 현상을 이용한 겁니다. 밝은 형광 빛으로 시선을 끌면서도 다른 필기구로 쓴 메모 내용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죠. 형광펜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형광펜은 우리가 흔히 '보드마카'라고 부르는 마커 펜에 수성 안료인 반투명 형광 잉크를 채운 펜입니다. 최초의 마커 펜은 1910년에 리 뉴먼이 발명했습니다. 뉴먼은 양모를 압축해 만든 부직포처럼 생긴 섬유인 펠트를 이용한 펜촉으로 펜을 개발했어요. 실린더에 잉크를 채워서 펠트로 된 펜 끝에 잉크가 배어 나오게 한 방식입니다. 이후 1926년에 벤저민 파스카치가 '분수 그림 붓'을 발명하면서 마커 펜은 한 단계 더 발전했어요. 손잡이 부분이 스펀지 재질로 돼 사용하기 좋았고, 여러 가지 색상으로 제작했죠.
1953년에 시드니 로젠달이 개발한 마커 펜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펜은 유리 튜브를 사용했는데, 잉크가 채워지는 부분이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였습니다. 특히 어떤 표면에도 잘 남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펜을 '매직 마커'라고 불렀대요. 우리가 유성 마커를 '유성 매직' 또는 '매직'이라고 부르는 것도 '매직 마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62년 일본의 호리에 유키오가 섬유 펜촉을 개발하면서 기존의 펠트를 대체했습니다.
형광 잉크는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폰 바이어가 발명했습니다. 천연 남색의 주성분인 인디고를 연구하던 바이어는 1871년 형광 잉크 합성에 성공했고, 펜에 이 잉크를 사용해 중요한 텍스트를 표기할 수 있었죠. 하지만 우리가 아는 마커 형태의 형광펜이 등장하는 것은 형광 잉크의 발명에서 한 세기 정도 지난 후였습니다. 1962년 미국의 프랜시스 혼은 마커에 형광 잉크를 넣어 사용하는 'HI-LITER'라는 이름의 제품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형광펜의 시초가 됐습니다.
형광 펜은 끝이 뾰족한 펜촉과 끝이 납작한 펜촉으로 나뉩니다. 끝이 납작한 펜촉은 밑줄을 긋기 쉽죠. 학생들이 교과서나 참고서 등의 중요한 단어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대부분의 형광펜이 이 형태입니다. 이 펜촉은 1971년 독일 슈반 스타빌로라는 회사가 개발했습니다. 슈반 스타빌로는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형광펜을 생산하는 업체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잉크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색연필 형태로 만든 형광펜도 개발됐습니다.
형광펜으로 줄을 그은 부분은 흑백 복사기로 복사되지 않아요. 복사기는 종이에 빛을 비췄을 때 흰 부분은 빛을 반사하고 글씨 부분이 빛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해요. 그런데 형광펜은 복사기의 빛을 비추면 새로운 형태의 빛을 방출하는데, 복사기가 이 부분을 종이의 흰 부분으로 인식합니다.
형광펜 색에 따라 빛을 방출하는 양이 차이가 나서 복사되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노란색 형광펜이 가장 복사가 안 되고 파란색이나 빨간색 형광펜은 비교적 복사가 되는 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