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에 놀러가다
-옛 도시의 위용을 조용히 드러내고 싶어하는 김천
1
천년 고찰인 직지사에는 나이 든 노인들이 녹색 조끼를 입고 경내 청소를 하고, 몇몇 부지런한 여성 신도들이 묵주를 들고 명부전에서 기도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것 외에는 대체로 한가하고 한산했다. (대웅전은 내부 공사로 출입통제 중이었음)
사찰에 관광온 것으로 추측되는 중국인 일행 중 한 사람이 산 같이 부른 배를 드러내놓고 해맑게 함박웃음을 짓는 어느 옛 스님 조각상의 배를 쓰다듬으며 중국말로 소원을 빌고 지나간다.
직지사는 다른 유명한 고찰들과 달리 화려한 단청을 입히지 않은 채 지어진 옛 기와집 몇 채가 묵중한 주변 사찰건물과 같은 공간에서 선비 같은 단아한 모양새로 자리해 그 존재방식과 이유에 시선을 끈다. 또한 경내가 넓어 건물 배치 간에 여유가 있고 많은 전각을 지어 규모를 자랑한다.
2
사명대사공원의 평화의 탑은 5층에 높이가 무려 41m이다. 옛 통일신라시대 황룡사 9층 석탑을 모방해 지었다는데 그 웅장함과 화려함은 만일 그 시대에 존재했다면 주변 세계를 압도하고도 남을 위용이었다. (사명대사공원 입구에 설치된 거대한 물레방아 또한 그 압도적 위용면에서는 ‘평화의 탑’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3
김천은 옛 삼국시대에 존재했던 진한, 변한의 12소국 중 하나였는데, 당시 인구는 5백호에서 많으면 5천호 사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 가구당 5명을 잡으면 이천 오백명에서 이만 오천명 사이였던 셈이 된다. (몇 년 전 읽은 삼국시대 역사와 관련한 책에서 어느 학자는 삼국시대 한반도에 거주했던 인구수를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 도합 3백만이라고 주장했다)
4
오봉저수지 주변을 걷다보면 산딸기가 자주 눈에 띄는데 같이 간 아내가 손을 걷어붙이고 실컷 따먹을 수 없음에 많이 아쉬워했다. 경계용 울타리 근처는 이미 다녀간 사람들이 대부분 따먹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이 맑고 주변 저수지가 짙푸른 산과 숲으로 둘러쌓여 그 아름다운 경치로 말미암아 충분히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5
돌아올 때 운전 중 깜빡 조는 통에 차선 이탈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가까운 휴게소에 둘러 건빵을 사서 먹으며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6 - 방문코스 :
직지사–사명대사공원–김천시립박물관–세계도자기박물관-오봉저수지-집(천안)
(202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