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8회 등산 대둔산(878.9m) 2023-11
(전북 완주군, 충남 논산시, 금산군)
원성연 단독등산 2023년 4월 30일(일) 맑음
우리나라엔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빼닮았다는 수많은 소금강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금강산 같은 곳이 도립공원이며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인 대둔산이다. 신라의 원효대사가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 했고 1973년에 전라북도에서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충청남도에서도 1980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해 우리나라에서 2개 도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유일한 산이다.
대둔산은 금남정맥을 대표하는 산중의 하나다. 전북 완주의 주화산부터 시작한 금강의 남쪽을 이루는 금남정맥 산줄기가 입봉, 연석산, 운장산, 백암산, 인대산 등을 들어 올린 다음 주화산부터 약 50.7Km(도상거리) 거리에 대둔산을 불끈 솟구친다. 대둔산을 지난 금남정맥은 약 80.7Km를 더 뻗으며 월성봉, 바랑산, 함박봉, 천마산, 향적산, 계룡산을 빚고 산줄기가 낮아지며 부여 부소산에 이르러 남은 여맥을 백마강에 가라앉힌다.
필자는 1971년 9월 24일 1박 2일로 대둔산을 탐방하고 본격적인 등산 활동을 시작했다. 그 당시 버스를 타고 진산에서 내려 현재의 완주 운주면 산북리 집단시설지구까지 걸어가 무덤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 다음 다음날 일찍 등산해서 고스락(정상)을 올랐다. 진산부터 집단시설 지구까지 도로는 비포장도로여서 수시로 뱀이 출몰이 잦아 동행한 산우가 뱀을 잡기도 했다. 오늘은 공식적인 20회 대둔산 등산이다.
금남정맥의 정기가 도도히 흐르는 배티재는 차도를 개설하여 산줄기는 끊어지고 자연생태계는 파괴된 채 휴게소가 시설돼 자동차 여행객의 쉼터로 변해버려 안타깝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가 되는 배티재선 기암과 바위봉우리로 치장된 정상부 일대가 조망된다. 기암이 하나둘이 아니고 군락을 이뤄 마치 설악산 같은 수려함을 뽐낸다.
차도를 건너 대둔산 등산로 대형안내판이 설치된 곳에서 나무 계단 길로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8:26). 이곳부터 고스락까지는 금남정맥 능선이고 3.5Km쯤 된다. 조금 가파른 길로 4분쯤 올라가 정확한 금남정맥 능선에 이른다(8:30). 아직도 계단 길은 계속되고 점점 더 가팔라진다.
경사 급한 길로 5분쯤 올라서니 계단 길은 사라지고 계단식 거친 돌길이 시작된다(8:35). 밧줄이 매인 험한 급경사 정맥 능선을 타고 13분쯤 올라가니 데크 계단이 나타난다(8:55). 이제 훨씬 편해진 길로 분기점 봉우리에 올라선다(8:59).
전망대가 시설된 곳에서 금남정맥을 이루는 정상부 일대가 훤히 조망된다. 낙조대 1.7Km, 생애대 1Km, 배티재 0.6Km, 오대산 1Km란 푯말도 서 있다. 이곳부터 금남정맥을 이탈하여 북쪽으로 곁가지를 친 대둔 지맥 산줄기가 시작된다. 대둔 지맥 산줄기는 약 40Km를 뻗어 오대산, 장태산, 안평산, 조중봉, 명막산, 오량산, 도솔산 등을 거쳐 대둔산의 꼬리가 되는 둔산의 둔지미에 이르러 그 맥을 다하고 남은 여맥을 유등천에 가라앉힌다.
분기점 봉우리를 뒤로하고 급경사와 완경사가 조화를 이루는 금남정맥을 타고 진행한다. 이젠 험한 돌길이 아닌 부드러운 흙길이라 기분 좋게 나아간다. 13분쯤 내려서니 이정표 푯말이 반긴다. 생애대 0.5Km, 낙조대 1.2Km, 배티재 1.2Km라고 쓰여 있다. 금남정맥 능선은 오르막길로 바뀐다. 조금 가파른 길로 올라선 다음 완만해진 길로 장군약수터 0.5Km란 푯말이 서 있는 곳을 지나(9:20) 조금 더 올라가자 생애대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꽃잎이 떨어진 아름다운 길
정면으론 오를 수 없어 왼쪽 사면으로 진행하여 쉼터 의자가 있는 금남정맥 능선에 올라선다(9:37). 바위봉우리로 되어 있어 전망 좋은 생애대는 오른쪽 길로 진행하여 오를 수 있지만 여러 번 밟은 곳이라 이곳에서 쉬어가기로 한다. 나는 예전에 생애대 바위가 회색빛이라 백암봉으로 명명했었다. 15분쯤 쉬면서 물도 마시고 에너지바도 먹고 몸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생애대 쉼터를 뒤로하고(9:52) 잠시 완만한 길로 나아가다가 급경사 정맥 능선을 탄다. 하나의 바위를 오른쪽으로 돌아 시야가 트이는 곳에 올라서니 태고사 위 거대한 기암괴석이 조망된다. 수직 바위를 오르고 있는 암벽등산객도 보인다. 곧이어 낙조대 0.3Km란 푯말이 반기는 곳에서 급경사의 험한 돌길로 산에 오르지만, 쉼터에서 휴식한 탓인지 힘이 들지 않는다.
이윽고 금남정맥 분기점인 산마루에 어렵지 않게 올라선다(10:12). 이곳은 네거리가 된다. 배티재 2.4Km, 낙조대 0.1Km, 마천대(정상) 1Km, 태고사 광장 0.9Km, 낙조 산장 0.1Km란 푯말이 서 있다. 수락 계곡으로 하산하려면 낙조 산장 방향으로 산에서 내려가면 된다.
금남정맥 능선은 왼쪽 길로 고스락인 마천대로 이어지지만, 낙조대를 밟기 위해 오른쪽 길로 3분쯤 진행하여 낙조대(859m)에 올라선다(10:15). 낙조대의 전망은 대기 탓으로 보통으로 열렸지만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지나온 금남정맥 능선 길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행정 저수지가 아름답고 평온하다. 오대산, 인대산, 진악산, 서대산, 보문산, 식장산 등을 조망한다. 북쪽으로 뻗은 대둔산 북릉인 돛대봉의 바위가 날카롭고 금남정맥의 월성봉, 바랑산 등이 보인다. 진안 구봉산이 길게 뾰족하고 금남정맥의 맹주 운장산(1126m)이 우람하다. 국립공원 덕유산도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예전엔 망원경으로 서해 바다를 보았다.
낙조대를 뒤로하고(10:36) 분기점 봉우리로 돌아온 후 마천대를 향해 금남정맥 능선 사면 길로 진행한다. 완경사의 길로 조금 지나 용문골 삼거리(830m)에 닿는다(10:48). 정상 600m란 푯말이 거리를 알려준다. 계속해서 사면 길로 나아간다.
산죽밭도 나타나고 바위에 쇠말뚝이 박힌 험한 길도 통과한다. 어렵지 않은 길로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올라오는 삼거리에 이른 다음 조금 더 올라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상에 올라선다(11:08).
고스락에는 많은 산객이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여념이 없다. 다시 한번 멋진 조망을 즐긴다. 운장산은 뚜렷해졌고 운장산 오른쪽의 연석산을 바라본다. 가까이 있는 천등산과 써레봉을 비롯한 완주군의 산들이 산 첩첩을 이룬다. 괴목동천으로 뻗은 남쪽 능선 주변의 바위봉우리들이 빼어난 경관을 선보인다.
고스락을 뒤로하고(11:15) 삼선계단 삼거리로 돌아온 다음 능선 사면이 아닌 험한 금남정맥 능선 길로 진행해 소나무와 바위가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곳은 쉬어가기에 제격이라 산의 풍광을 즐기며 점심을 먹는다(11:35).
여기에서 바라본 대둔산 풍광은 거대하고 기이한 바위들이 산을 장식하고 있어 한 폭의 잘 그린 그림보다 뛰어난 풍경이다. 막힘없이 터져 나간 시야를 따라 굽이치는 금남정맥 산줄기를 비롯한 수많은 산의 물결이 한정 없이 퍼져나간다. 이 아름다운 산세를 보며 세속의 시름을 다 잊을 수 있었다.
점심을 먹은 다음(12:00) 금남정맥 능선을 타고 용문골 삼거리로 돌아온다. 용문골 400m, 용문골 입구 1.6Km란 푯말이 서 있다. 이제 본격적인 하산이다. 산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장 험한 난 코스이다. 안전쇠말뚝이 박혀 있지만, 크고 작은 돌이 쌓인 급경사 길이라 아주 조심스러운 구간이다.
400m의 내리막길이지만 오르막길보다 훨씬 힘을 쏟아 칠성봉전망대 입구로 내려선다(12:31). 칠성봉전망대 60m, 케이블카 570m란 이정표가 서 있다.
이어 이 문을 통과하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신선의 경지에 이른다는 좁은 용문굴을 거쳐 칠성봉전망대에 올라선다(12:34). 칠성봉의 위용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룬다. 일곱 개의 위풍당당한 바위들이 능선 위에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게 솟아있다. 이곳은 하늘로 뻗치는 산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선경의 파노라마이다.
칠성봉전망대를 뒤로하고 이정표가 서 있는 곳으로 돌아와 계속해서 험한 길로 내려간다. 금방 케이블카 정류장과 용문골 입구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나아가니 이제야 험한 길이 끝나고(12:52) 돌길도 끝난다(12:55).
바로 용의 입 모양 형상을 가진 굴인 신선바위와 백제나 고려 시대에 창건된 절로 추정되는 신선암 절터가 나타난다. 계속하여 골짜기 왼쪽의 산길로 진행해 작은 능선에 이른다(13:00).
칠성봉 전망대 이정표
등산로 입구 800m, 칠성봉전망대 250m란 푯말이 서 있는데 아무래도 거리측정이 맞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 더 내려서니 계곡이 나타나고(13:08) 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가 시설돼 있다. 이어 내리막길로 20분쯤 진행해 차도로 내려선다(13:29). 이젠 차도를 따라 배티재를 올라가 오랜만의 대둔산 산행을 마친다(13:43).
☺ 산행거리: 8.24Km, 5시간 19분 소요(휴식시간 52분 포함) 평균속도: 1.7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