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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가는 시기의 등산은 안도감을 준다. 매주 등산을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는 공통점일 텐데, 무더운 한여름을 보내고 겨울이 오기 전까지 얼마동안은 좋은 날씨가 이어져 쾌적함 속에서 등산을 할 수 있다는 기분 때문이다.
위쪽을 보니 동봉으로 오르는 중턱에 낙타봉이 버티고 서 있는데 거리로는 600m정도다. 쉬고서는 내리막길로 내려갔다가 다시 가파른 길로 올라 낙타봉에 도착했는데 20분이 걸렸다. 팔공산 산등성이에 마치 낙타의 혹처럼 솟아 있다고 해서 이 길을 지나다니던 등산객들이 낙타봉이라 이름 붙였는데, 지금은 일반화되어 봉우리 이름으로 자리잡게 됐다. 낙타봉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종전에는 봉우리가 좁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몇 사람 서 있을 수가 없던 곳이라고 한다. 대구시가 등산객 사고를 막기 위해 목재테크로 그 자리를 넓히고 난간을 설치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안전하게 주변 경관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여기서부터 비로봉과 동봉으로 오르는 능선과 아래에는 사이사이에 거대한 암벽이 펼쳐진다. 서울 북한산의 인수봉처럼 오르기가 어렵고 위험한 암벽이 아니라 비교적 순탄한 등산코스라서 암벽 등산을 좋아하는 전국의 등산인들이 팔공산을 찾을 때 이 코스를 선호한다고 한다. 쉬엄쉬엄 쉬면서 가다보니 이 암벽들은 주변의 숲과 나무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어내면서 자연풍광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 모습들이 팔공산의 자랑이기도 하다.
낙타봉에서 능선을 타고 1.3km정도 올라가니 철탑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800m 가면 비로봉과 동봉으로 오르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동봉 쪽으로 바라다보니 산 능선마다 비쭉비쭉 솟아난 무더기 암봉들의 모습에서 바위의 절묘함을 새삼 느껴본다. 계속 걸어가니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왼편으로 가면 400m 거리에 비로봉과 그 주변에 통신탑들이 있고 오른편으로는 300m 거리에 동봉이 있다. 동봉코스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그래서 필자는 비로봉 코스는 나중에 컨디션이 좋을 때 다시 한번 오르기로 하고 동봉으로 향한다. 절벽 길을 따라 오르고 계단을 지나서 동봉에 도착했다. 위험한 길은 잘 다듬어져있다. 정상에는 이미 다른 등산팀들이 도착해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필자는 정상 밑에서 주변을 살펴보다가 차례가 되어 산행 올 때 가져온 `독도사랑산악회` 기를 들고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토 독도알리기 행사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독도사랑 산악회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어 지역의 독도사랑운동본부 총책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 기쁘고 흐뭇한 마음이 든다. 이제 독도사랑은 단체나 일부 개인들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마음속에서 애국심의 발로로 자연스럽게 독도는 우리 국민의 일상화에서 사랑운동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동봉에서 서면 전망이 탁 틔어져 팔공산뿐만 아니라 멀리 인근의 산들이 오밀조밀하게 펼쳐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앞 비로봉과 서봉, 파계봉이 일렬로 섰고, 반대편으로 보면 신령재 너머 `갓바위` 관봉과 함께 멀리 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멀리서 보니 갓바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 등산객들도 있을 테고 오늘이 일요일이라 정성을 들이러온 신도들도 많을 것이다. 동봉 정상 밑에서 잠시 쉬면서 팔공산 등산의 이모저모를 생각해본다. “가까이 있어도/ 오르지 못했던 팔공산에/ 오늘은 조용히 올랐다. 팔월 중순이라 아직 무덥지만/ 동봉에 올라서보니/ 한여름의 끝이 서서히/ 물러서고 있는 기분이 든다.// 옛 사람들은 갓바위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한다./ 부처가 자리한 장소가/ 땅 위에서는 가장 높아/ 하늘과 가장 가깝다는 이유였다./ 호국의 땅, 팔공산에 올라/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자작시 `팔공산에서`전문) 산에 올라올 때는 다소 더웠지만 산 위에서 쉬면서 땀을 닦고 바람에 말리다보니 한여름의 무더위가 지나간 듯 한데 가을이 가까이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봉을 내려서서 900m 지점에 있는 염불붕에 올랐다가 거기서 직진하면 신령재와 갓바위가 나오는데, 필자는 바로 아래 하산 코스를 택해 동화사 쪽으로 내려선다. 염불봉 밑의 하산코스는 조금 위험한 편이어서 조심조심 내려 왔다. 내려오면서도 암릉에서는 천천히 내려서고 등산길에서는 발걸음을 재촉해 연불암과 내원암을 거쳐 부도암까지 내려서니 염불봉에서 1.6km 거리다. 길을 재촉하여 동화사 입구에 도착했다. 산행을 한지 4시간이 지났고 여기까지 거리로는 총 7.3kn였다. 경내에 들어서 보니 동화사가 워낙 유명해서 많은 신도들과 관람객들이 법당과 경내 여기저기에 많이 보인다.
필자는 대웅전에 들려 정성들여 참배를 한 후 경내를 구경하고서 나오다가 통일기원대전에 들렸는데 등산객들과 관람객들이 8월의 휴일을 즐기는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지난 3년간 필자가 전국 산을 등산했고, 지난해 3월부터 경북매일신문에 전국의 등산 명승지를 소개한 지 71번째로 가장 가까이 있는 대구 팔공산을 연재하게 됐다. 하지만 개인적 생각으로도 가까이 있음은 많은 관심과 애착이지 소홀함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것은 소중함의 증명이요, 믿음의 화신으로 존재하니까 말이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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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팔공산 등산코스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낙타봉을 거쳐 가는 코스를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작은방 뒤베란다 문을 열면 아파트 사이로 팔공산 자락이 보이지요.
그 신성한 기가 들어오게 늘 아침마다 문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