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적 가치관
지금까지 문제를 그대로 두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이익이 되었기 때문에
인지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던 사회의 상황을 설명하고자
몇페이지에 걸쳐 여러가지 예들을 소개했다.
인지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에 실패했던 사례들은 다른 모든 이에게 해가 되는 행위,
즉 사회과학자들이 말하는 '비합리적인 행위(irrational behavior)'와 관련이 있다.
이런 비합리적인 행위는 우리들 개개인 각자가 가치관의 충돌 현상을 겪을 때 발생한다.
즉 우리 내면 속에 깊이 새겨진 어떤 가치관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나쁜 상황의 현상 유지를 묵인하는 경우이다.
'오류 고집(Persistence in error)', '목석(wooden-headedness)' ,
'부정적인 징후로부터 추론 도출 거부(refussal to draw inference from negative signs)',
'정신적인 답보, 또는 침체 현상(mental standstell or stagnation)' 은
바바라 터치먼이 이런 공통된 인간읜 기질을 두고 빗대어 한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와 유사한 기질을 '매몰 비용 효과(sunnk-cost effect)'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즉 우리는 우리가 이미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 정책을 포기(혹은 주식을 매도)하기 꺼려하는 것이다.
그중에 서도 특히 종교적 가치는 깊이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자주 재앙적인 행위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이스터 섬의 많은 나무들이 종교적인 동기에서 잘려나갔다.
숭배의 대상물인 거대한 돌 조각상을 운송하고 세우기 위해서는 목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같은 시기에 14,488킬로미터나 멀리 떠러어져 있던 지구 반대편의 노르웨이령 그린란드인들은
기독교인으로서 자신들만의 종교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
기독교인에 입각한 가치관들, 유럽인들로서의 정체성,
대부분의 혁신이 사실 실패한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의 보수적인 생활 방식,
그리고 서로 지지하는 단단한 공동체 의식 덕분에 이들은 수세기나 생존할수 있엇다.
그러나 이런 존경할 만한(또 오래 기간 동안 성공적이엇던) 가치관 때문에
그들은 생활 방식을 전격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었고,
채택했더라면 더 오래 생존할 수 있었던 이누이트 기술의 선택적인 채택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더 이상 휴효하지 않게 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집요하게 매달리는 세속적 가치의 예는 현대에서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양모를 얻기 위해 양을 치는 전통을 중시하고, 토지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영국인과의 동질성을 중시햇던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그 결과
가장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뉴질랜드, 제외) 제1세계 민주주의를 건설해왔지만
앞서 언급했던 세 가지 가치의 중요성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광산, 벌목, 목축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몬태나 사람들이 그토록 소극적이엇던 이유는
이 세가지 산업이 몬태나 경제의 기둥이었으며 또 몬태나의 개척 정신과 정체성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와 자급자족이라는 몬태나 개척자들의 이상도
새롭게 제기된 정부 계획의 필요성과 개인 권리의 제한이란 해결책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만들었다.
자본주의의 실패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햇던 중국 공산당은
환경에 대한 관심마저 자본주의자들의 오류로 여기고 경멸했기 때문에 이후 엄청난 환경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르완다 사람들의 대가족 선호 사상은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과거에는 적합했으나
오늘날에는 재앙과도 같은 인구폭발을 가져온 원인이 되었다.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최근 제1세계의 경직된 반대 의견은
일반적으로 개인이 매우 어린 시절에 획득하는 가치관과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반대 의견은 한 번도 재검증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바라 터치먼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 가치관을 '지배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한 번도 건드리지 않고 유지' 시키고 있다.
누구나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핵심 가치가 이제 생존과 양립할 수 없는 상항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그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런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과 타협해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기를 원하는 때는 언제인가?
오늘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친구나 친척을 배신할 것인지,
혹은 비열한 독재자를 묵인하고 노예처럼 살 것이지,
다른 나라로 망명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유사하게 한 국가나 사회도, 때로는 집단적인 의사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이와 같은 모든 결정들은 도박에 가깝다.
기존의 핵심가치를 고수하면 파멸에 이르게될 것인지,
반대로 기존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면 생존할 수 리ㅛ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농부로서의 삶을 고집했던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사람들은
실상 이누이트족의 생활방식을 따르느니 차라리 죽음을 책하기로 결심했고, 결국 도박에서 패했다.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는 러시아의 무력에 직면한 동유럽의 5개 소국 가운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라투아니아는 싸움을 벌이지도 않고 1939년에 항복해 독립을 상실햇다.
핀란드는 1939년부터 1949년까지 투쟁을 벌여 독립을 고수했고,
헝가리는 1956년에 투쟁에 나셨지만 독립을 잃고 말앗다.
우리 중 그 누가 어떤 국가가 더 현명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그 누가 오직 핀란드만이 도박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미리 예언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한 사회가 생존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떤 가치관을 고수할 것인지,
어떤 가치관을 버리고 새러운 가치관으로 대체할 것인지를 현명히 판단하는데 있는 듯하다.
지난 60년간 세계 주요 강대국들은 다른 가치들은 보존하면서도
과거 오랫동안 중심적인 국가 이미지를 고수해왔던 가치를 포기해왔다.
영국과 프랑스느수세기에걸쳐 독립적으로 움직엿던 세계 강대국의 역할을 단념했다.
일본은 군국주의 전통과 무력을 포기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라는 오랜 실험을 그만두었다.
미국도 실질적으로 인종 차별 합법화, 동성애 불법화, 여성의 종속적 역할, 성적 억압이라는
이전의 가치로부터 후퇴했다 (완전히 후퇴한 것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목축 사회라는 자신의 지위를 재평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따라서 이런 어려운 결정을 내릴 용기를 지니고 있고
또 도박에서 이길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회와 개인이 성공에 이르는 듯하다.
오늘날 개별 국가가 아닌 세계 전체도 환경 문제를 놓고 유사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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