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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는 소라 껍질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구랍 29일 거기 친구보러 여기 친구와 함께 파도치는 동해바닷가에 다녀왔다. 동해바닷가에서 의사하는 벗이 시원한 겨울바닷가 구경하면서 한해동안 있었든 마음의 찌거기, 묵은 떼. 말끔히 씻어보라며 초대해 주었다.
생각할수록 정말로 고마운 벗이다. 전날 큰 신세도 졌건만 마음뿐이지 고맙단 말 한마디라도 변변히 못했었다. 단지 고등학교 동창이란 인연뿐인데도 그 우정은, 고교동창생이란 관계는 그토록 크고 무조건적이고 발가벗은 몸과 맘으로 세상의 온갖 규범조차도 소화해 버리는 것인가보다. 친구란 어찌보면 모든 관계중에서 단연 최상위선상에 있다. 유독 우리 민족에게 특징짓는 강한 성향(學緣)인듯도 하다. 그때 벗은 관계(關係,relationship) 란 상대적(relative) 인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딱 들어 맞는 말이다. 관계는 마주보며 연결하는 걸릴고리이다. 고교동창이란 특수한 연결고리이다. 그 연결고리는 돈둑한 우정,믿음,사랑,인격적인 품위에 따라 강해지거나 약해지거나 끊어지거나 한다고 생각된다.
내 젊은 청춘의 날들은 어제 같게 느껴지는데 돌아보면 모든 관계가 소근거린다. 할아버지라고... 어느사이 入老, 初老가 되었다. 몸은 늙었는데 마음은 아직 안 늙어서일까? 나잇살이 이쯤 되었건만 세상 일을 꿰뚥는 지혜나 혜안은 택도 없고, 진득하니 남의 말은 경청 하려 하질 않고 제말만 하며, 또 씨잘데기 없는 말은 많고, 따지길 잘하고(자신의 잣대로만...), 참견않으면 소외될까봐선지 안끼는데가 없고, 누가 존심건드릴까봐선지 무슨 말을 못해요(소화해내지 못하고), 잘 삐지고, 삐지면 잘 안풀어지고(마음같아선 용서하고 화해하고 싶은데..), 왕년의 거시기가 안 먹혀드는데도 대우받고 싶어하고... 내 의지나 이성과는 다르게 어긋장나서 삐뜨러만 가는 한도 끝도 없는 마음의 장난질이여... 그런데 그런 마음을 조절하고 풀어주고 갈 방향까지 잡아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친구라고 생각된다.
친구란 관계는 인간성의 출발점이고 삶을 풍요하게, 살 맛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관계중 결속력의 으뜸이 고교 동창인듯 하다. 동창생은 계급을 초월한 최고의 대등한, 우호적인 관계다. 이 특수한 관계는 인격형성기(감성의 사춘기)에 배움으로 만난 특별한 인연이다. 우리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여야만 한다. 그럼에도 잘못되게, 가볍게, 쉽게 생각한다. 허물없이 친하게 대한다는 의미인지는 모르나 험한 말을 서슴없이 하거나 함부로 무례히 하거나, 무시하기조차한다. 그런 친구관계는 멀어지고 경멸하는 관계, 적대적인 관계로 되기쉽다. 절대로 세상의 보배로운 가치에 소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실수라고 할지라도 일단 상처입은 관계는 처음같은 복원이 힘들다. 마음의 바탕에 우애심과 인격적인 존중함이 없는 교유는 친구의 관계라 할 수 없다.
우등고속뻐스를 타고 오후 2시에 출발. 5시에 강릉에 도착하여 셀폰-콜하니 아직 병원진료가 안끝난듯한데 승용차 대절하여 나오는 벗이 반갑고 대견스럽다. 여유있는 걸음걸이 소탈한 음성이 낮익다. 여기 오기로 작정하는데는 즉각적이었다. ...처럼 어딘가 훌쩍 떠나고픈 중인데 때 맞추어 벗이 부르니 이웃집 가듯 부담없이 가볍게 떠난 것이다. 잘도 달리는 차창밖을 내다 보며, 마음맞는 여기 벗과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동행하는 기분을 그 무엇에 비기랴. 나드리 잘 나왔다.
어느 사이 밤이 되고 달이 5개나 뜬다는 경포대 호수를 끼고 돌아 강릉-안목횟집에서 맛있는 고급 회를 먹고, 술마시면서, 검푸른 밤바닷가, 이 횟집 밖은 바람불어 파도소리 높은데, 아~ 낮선 이곳 이 밤을 벗들과 흥겹게 한가로이 즐기니 모든 잡념 사라지고 마음은 한껏 넓어지는구나. 신선한 생선회와 술을 먹고 나니, 찻집에 들려 입추기고, 다시 모나코라는 라이브 카페에 가서 노래도 부르다가 자정넘어 벗의 아파트로 와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나의 강릉 방문을 알림겸 캐나다 윤화백과 전화연결하니 거긴 아침. 자당이 계신 양로원에 출타중이라 줄리아여사와 인사만 나누었다. 이상하게 피곤할듯한데 피곤하질 않았다. 한잔 더하자며 양주 한병을 끄내더니 한참 잠자고 있을 아파트 옆집에 사는 53회 후배를 깨워 인사 시키질 않나, 원 그 후배 속으론 피곤한 선배들 땜에 하며 불평했으리라. 좌우간 이왕 왔으니 2~3일 묵으며 놀다가란다. 세상에 이런 편안한 벗 있을까. 아침에 급한 환자있어 벗은 병원으로 가고, 우리끼리 해장하고 나서 병원에 들려 내 무릎의 피부병을 후배 성형외과전문의(73회)에게 진료받기도 하였다. 우리땜에 오전 진료만하고 나올 심산이다. 그럭 저럭하여 점심다돼, 맛있는 도루묵으로 한 뭐 거시기와 생태로 거시기한 찌개등등 그득 먹고나서, 동해안 바닷가 해안도로를 끼고 주문진을 지나 북상하면서 드라이브하며 신나는 야기하고.... 다시 강릉에 오니 벌써 저녁. 오후5시반경 우등을 타고 8시반경 서울로 돌아왔다.
나는 기억하고 생각할 것이다. 친구란 인생의 또다른 반려자이며 크나큰 재산이다. 친구란 상대적이다. 내 하기에 따라서 훌륭한 벗이 될 수있는 것이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값진 소중한 관계인 것이다. 새해엔 넓은 마음, 큰 마음가짐으로 살아 가리라. 대범하게 살아보리라.
신호영박사 고맙소! 춘강 고맙소! 만세!
태고의 숨결
海神의 숨결
밤을 불어대는 바닷마을
그것은 누구를 위해
불어오는 것도 아니다
밤이 깊어 이렇게 늦도록
누군가가 잠못 이루고 있다면
그 사람은 다만 홀로
너를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리
태고적 그대로의 영원한 해신의
바람이여
그것은 다만
오랜 바위를 위해 불어 오는 듯
아득히 먼 곳으로부터
넓다라이 퍼지며 불어댄다
아아 바위 꼭대기에서
달을 우러러보며
가지 흔들리어
뒤설레이는 한 그룻의 무화과나무는
안으로 스미어 오는
너를 어떻게 느낄 것인가
(해양한국 197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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