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산행의 아침
무박산행할 때 붉은 여명을 봤는가 싶으면, 곧바로 숲 속의 아침은 유순한 첫사랑 얼굴로 바뀐다.
졸음과 뜨겁게 흘린 땀 그리고 혼자 등로를 걸을 때 드러내는 적막마저 숲 속 나무들 사이에 숨겨뒀기 때문일 것이다.
대간길의 유순한 숲 속은 그래서 감미롭다.
오래된 숲 속에는 단테가 평생 가슴속에 담고 문학의 에너지가 된 베아트리체가 다른 얼굴로 있는 것 아닐까?.
소황병산 넓은 초지를 지나 다시 숲을 지날 때, 그녀가 말을 걸어오는 바람이 살짝 불어오면, 아린 얼굴 하나가 아토피처럼 간지러운지.
"아빠는 산에만 다녀오면 며칠 동안 얼굴에 독기가 빠진 것 같다"라고 큰딸이 농담을 하곤 한다.
나는 "정말?"하고 되묻곤 하는데, 숲 속에서 첫사랑을 만나고 와서 그런 걸까?
볼살에 홍조가 남은 고딩 일 학년 소년이 미팅하며 처음 테이블에 올라온 떡라면 수증기 같은 부끄러움이 피어올라서일까?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어도 자꾸만 유순해지는 등로이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금니를 앙당 물고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 충고보다, 뭔가 말하지 못하는 소년 같은 대간길 아침은 순수가 피고 있다.
아무래도 무박산행 아침과 사랑에 빠졌나 벼.
아무래도 무박산행 아침은 그 소녀인가벼.
낯설게 다가온 아침은 이젠 새로운 첫사랑이 되었나 벼.
첫댓글 지대로 사랑에 빠지셨네요ㅎ
추카주카드려욤~~^^ 힛
소문내지 마세요
돌고돌아 울 마눌님 알면 병풍 뒤에 누어야할 지 모릅니다~~ㅋ
산에 가면 누구나 시인 비슷한 감정이 생길 것 같아요... 일단 집을 나서는 자체가 여행 시작이고 보니,,, 방지턱에 출렁이는 버스조차도 춤추는 것으로 여겨진다요.. 반가운 얼굴들은 또 어떻고요??? 그러다 산 속에 접어들면 내 마음은 무아지경, 상상 나래를 펼치며 걸음을 옮기죠...약간은 나른한 상태에서 여명과 일출을 맞이 하니,,, 꼭꼭 숨어 있던 잠재의식이 나타나면서,ㅡ 뭐,,우와!! 라든지 에,, 또,, 아름답다 라고 하는 시적 감탄사가 나오니,,, 모두가 시인이 되지요... 난 유도사 이지만요.!!!
"방지턱에 출렁이는 버스조차도 춤추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오! 묘사가 좋습니다
미세한 변화에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던 십팔세 아가씨 감성입니다~ㅎ
뭡니까
달달구리한 글들이 주옥같이 쏟아져 나오고요.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의 빛깔 들에 혼이 나가고도 남죠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저 원래 달달한 싸람입니다
내면에는 벌꿀이 강물처럼 흐르고요~~ㅋㅋ
언제나 쉬지않고 앞만보고 걷는 홍님! 파이링입니다
신랑이 왜 산에 못가게 할까요
바람때문에
마누라가 왜 산에 못가게 할까요
바람날까봐
무쏘꿈 바람났네
단테와
베아트리체한테
양다리 걸치다간
가랑이 찢어집니다
우리는 진부령까지 가야 됩니다.
바람피우면 ...😄
새벽에서 아침으로 건너가는 순간은
참으로 경이롭지요
특히, 나와 나무 사이에서 사라신 어둠은 죽었을까?
살았는데 아침이 배후에 숨겨두었을까?
황당한 질문이 곧 존재론의 시발점이 된다니 더욱 황당하지요.
그래도 아침은 내가 인식하고 있는 아침이 아닌 새로운 얼굴로 다가오니 아름다움의 시작은 이 신선한 아침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ㅎ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철학과 문학, 첫사랑 이야기까지 잘 버무려 표현한 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가끔 살짝 살짝 정신이 헤롱거리나 봅니다
뭔가를 써놓고 다시 읽어보면서,
'웃기는 넘이구만' 하고 말을 하니까요~ㅋ
고맙습니다
첫사랑을 무박 산행에서 찿으시다니..
참으로 축하 할 일이고, 행운의 사나이십니다.
첫사랑이 없어도, 집을 나설때마다 맘 설레이는데,
첫사랑을 만나러 매번 출정하시니, 부럽네요. ㅎㅎ
제겐 대간 최애코스로 자리메김한 감동의 코스를 함께해서
기쁨이 더 합니다.
실개천에서 페트병으로 등물을 뿌려준 그 시원함과 친절함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듯요.
장거리 수고하셨네요.
등물을 뿌리는 사이는 보통 사이가 아닌게지요
불가의 말대로라면 몇 생의 인연이 겸쳤는지 무안의 緣입니다~~ㅋ
늘 함께 산행을 하는 동지로써 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