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함께 혼자 있을 때, 노을이나 별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정신은 자신도 모르게 그 공허함을 메꾸거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려는 작업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그 작업이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아름다운 경험의 추억과 상상을 끌어내는 작업이다. 그것은 마치 몸에 상처로 인해, 혹은 외부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세포들이 투입되어 자위적으로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정신의 자위적 투쟁의 요소로서 대표적인 것은 역시 음악이다. 그리고 그 소염과 안정제로서의 음악은 개인의 추억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모리코네의 음악은 수많은 문화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탁월한 효과의 정신 고독 치료제일 것이다.
이제 모리코네는 더 이상 음악을 생산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지금까지 그가 생산한 수많은 음악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많은 인간의 고독을 아름다움으로 아물 수 있게 하는 치료제가 될 것이다.
모리코네의 음악이 특별하고 효과적인 것 중에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음악이 영화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영화라는 시각적인 추억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장 비슷하고 가깝게 비교할 수 있는 추억 장치 중에 하나이고 영화음악은 그런 인생에 컬러를 입히는 것인데 모리코네의 음악은 여러 컬러 중에 삶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주는데 가장 효과적인 특별한 것이다.
초기의 무성영화에서 음악은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음을 감추기 위해 넣었던 장치에 불과했던 것처럼 지금까지 그리고 요즘 유튜브 영상들에는 음악이 영상 밖의 공허한 소음처럼 무의미하게 혹은 불필요하거나 어긋나게 작동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즉 그것은 음악 같은 음향이었다. 그리고 상업적인 영화나 영상일수록 그것이 더 뚜렷했다.
장면 하나하나에 의미를 칠하여 평범한 일상을 그 이상의 아름다운 의미로 승화시키는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은 영상과 음악을 정교하게 접착하는 그래서 인생과 아름다움을 접합하는 문화의 혁신과 같은 것이다.
모리코네의 이 같은 혁신적인 기술은 단지 그의 천부적 능력만은 아니었다. 그는 가난한 직업 악사 집안에서 자란 그는 자신도 늦은 인생까지 직업으로서의 음악인으로 살아왔다. 그것은 그의 아들까지 대물림되고 있다.
할리우드라는 거대 상업 시스템에서 영화음악가로 일한다는 것은 매우 거친 일이었다.
초창기 그가 고향 친구인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과 함께 작업했던 유럽식 서부극 마카로니 웨스턴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이란 장르는 미국의 반전운동이나 히피 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인간적이고 심리적인 장르지만 늘 교과서적인 영웅을 원했던 당시 미국의 거대한 대중 덩어리들과 그 밑의 상업 시스템인 할리우드에서는 단지 2류 영화였고 상영도 B급 이하 상영관에서 이루어졌다. 그런 환경에서 그는 400여 편의 음악을 만들었는데 무려 1년에 평균 20여 편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 와중에 평소 그의 희망이었던 클래식 음악 작업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원어에 영어자막을 보는 것이 귀찮아 반드시 더빙을 해야 먹히는 미국의 무지한 군중 덩어리들은 그 압도적인 수 때문에 문화 제작자들은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리코네는 그들이 거슬려한다는 이유로 이름도 ‘댄 새비오’, ‘니오 니컬스’라는 가명을 사용해야 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그것은 어쩐지 당시 좌익, 공산당 프레임에 갇혀 가명으로 시나리오를 썼지만 그 시나리오가 흥행과 함께 수차례 수상까지 한 할리우드 전설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로마의 휴일’, ’ 빠삐용’, ‘영광의 탈출’... 등을 쓴 ‘달톤 트롬보(Dalton Trumbo)’의 상황이 떠오른다.
그런 와중에서 그가 자신의 음악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시스템을 이용하여 즉 역설적으로 흥행을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의 부속장치처럼 영상이 완성된 후에 음악을 입히는 다른 영화 음악인들과는 다르게 영화의 기획 당시부터 이미 스코어를 완성하여 제작을 진행했는데 그것은 미리 만든 음악에 맞춰 연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작업도 그나마 어느 정도 영화계에 이름이 알려진 후에나 가능했지만 그런 작업이 유효했던 것 자체가 흥미롭다.
모리코네는 영화음악을 50년이나 한 후에야 아카데미 상을 받는다. 오리지널 스코어상이다. 오리지널 스코어란 차용이나 협업이 아닌 영화를 위한 순수한 창작음악이다. 아카데미상은 그동안 오리지널도 아닌 음향에 가까운 차용 음악 작곡가들에게도 수차례 상을 준 적이 있는데 음악적으로도 성숙하지 않은 후배 영화음악인들이 상을 받을 때 그는 얼마나 섭섭했겠는가. 그것은 그만큼 아카데미상 위원회의 보수적이고 대중 성향의 옹졸한 성향을 말해준다.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 영화상’ 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배타적인 성격인지를 말해준다.
나 개인적으로 시네마 천국의 테마곡들을 매우 좋아한다. 보석 같은 곡들이다. 그래서 그 곡은 자주 듣지 않는데 그 이유는 너무 자주 들어서 곡의 신선함과 신비함을 흔한 일상에 중화해 버리기가 싫어서이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아낀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 이리라.
모리코네의 곡들은 이렇게 아끼고 싶을 정도로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보석들이다.
고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