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부산에 다녀왔다. 상담을 마치고 피상담자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필자가 좋아하는 만두로 정했는데, 지금까지 가보지 않는 만두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잠시 검색했더니 서울에서 가본 적 있는 <편의방>이라는 만두집이 부산에도 있었다. 주소를 승용차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찾아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생선을 넣은 어만두로 유명한 서울 연남동 <편의방>은 이 집 주인장 부모님의 지인이 운영하는 만두집이었다.
식당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화상(華商)임을 나타내는 붉는 바탕의 황금색 글씨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점포 앞에는 한 때 완성된 만두들을 품었을 목재 만두판들이 밀가루 옷을 입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만두판을 떠난 만두들이 지금쯤 솥으로 옮겨져 맛있게 익어가고 있겠지’ 짐작하며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15석에 20㎡(6평) 남짓한 좁은 가게 안에서 주인장인 듯한 젊은 남자가 손님들이 주문한 만두를 빚고 있었다. 이 집은 반죽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수제 만두다. 손으로 치대 반죽하고 홍두깨로 두드려 반죽한 뒤, 반대기를 10시간 숙성시켰다가 밀대로 밀어 만두피를 만든다. 이렇게 하면 반죽 속 공기를 완전히 제거해 만두피에 탄력이 생긴다. 아무리 ‘속 먹자는 만두’이지만 만두피가 좋아야 만두 맛도 더 좋아지는 법.
<편의방>은 만두 전문점답게 만두 삼총사인 찐만두, 물만두, 군만두는 기본으로 장착했다. 특이한 메뉴는 삼선만두(8000원)였다. 찐, 군, 물만두들이 모두 6000원인데 이에 비하면 무려 2000원이나 더 비싼 만두다. 자리에 앉자 만두를 찍어먹을 간장, 길쭉하게 채 썬 오이와 짜샤이, 그리고 단무지를 먼저 내왔다. 단무지를 마치 깍두기처럼 정방형으로 썬 모습이 이채로웠다.
하루에 10인분 한정으로 팔며, 30분 전에 2인분 이상 주문해야 먹을 수 있다는 내용을 우리는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 미리 알았다. 내비에 이 집 주소를 입력하고 나서 곧바로 전화로 주문하고 출발한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삼선만두를 만날 수 있었다. 삼선(三鮮)은 중식에서 고급스런 재료들로 급을 높인 메뉴 아니었던가? 음식의 색, 향, 맛, 이렇게 세 가지가 신선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짜장면과 짬뽕에서 익히 보았던 ‘삼선’을 만두에서 만날 생각에 기대가 컸다.
‘육즙’ 풍부하고 따끈한 만두, 양도 푸짐
잠시 후 드디어 삼선만두가 나왔다. 2인분을 주문했는데 만두판은 세 판이었다. 두 판에는 7개, 한 판에는 6개가 들어있어 모두 20개다. 1인분에 10개이니 숫자는 맞다. 이렇게 10개씩 두 판에 내오지 않고 세 판에 내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손님이 좀 더 식지 않은 만두를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만두가 큼직해 1인분의 양 10개가 결코 적지 않았다. 만두소의 주재료는 돼지 전지다. 후지가 가격은 더 싸지만 지방이 없어 퍽퍽하다. 당연히 후지에 비해 전지가 맛있다. 돼지고기 외에 무말랭이 배추 대파 부추 등 기본재료가 들어가고, ‘삼선’만두답게 새우살과 표고버섯이 추가로 들어갔다.
만두를 입에 넣고 씹자마자 육즙이 흥건했다. 사실 육즙이라기보다는 만두소 재료들에서 나온 국물들이다. 돼지고기의 기름과 함께 다즙성이 입 안에 풍부하게 느껴졌다. 만두를 깨물 때마다 뜨끈한 국물들이 입 안으로 튄다. 그 느낌이 경쾌하고 즐겁다. 그러나 처음엔 너무 뜨거우니 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치 해물탕을 먹을 때 미더덕을 씹으면 뜨거운 국물에 입천장을 데는 것 같다.
속이 비칠 정도로 얇은 만두피도 식감이 좋다. 물론, 얇다고 무조건 다 맛있고 좋은 만두피는 아니다. 새우와 돼지고기는 갈아서 넣은 게 아니라 거의 ‘덩어리’ 수준으로 들어갔다. 큼직해서 먹을 때 보통 만두와는 다른 식감을 낸다. 미리 가져다 준 오이 조각을 만두에 얹어 먹었다. 오이의 향긋한 향기와 아삭한 식감이 만두 맛을 더해준다.
8개쯤 먹었을 때 이미 배가 찼다. 하지만 남기지 않고 모두 먹었다. 함께 했던 피상담자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하지 않아도 양질의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식당들을 만나면 반갑다. 더구나 부모님의 뜻을 이어가려는 기특함과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엿보이는 젊은 주인장을 만나니 더 만두 맛이 좋았던 것 같다.
지출(2인 기준) 삼선만두 8000원X2인분=1만6000원 <편의방> 부산시 서구 대신공원로 13 051-256-2121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