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 예수님,
주님 안에 존경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지난 10월 8일 본당의 날 행사를 다녀온 소감을 나누고 싶어 글을 씁니다. 지난주에 남성부회장님께서 좋은 글을 써 주셨는데, 본당 신부도 한 말씀 드리는 것이 예의라 생각되어서요. 함께 다녀온 분들께는 추억이 공유되고, 함께 가지 못한 분들께는 보고의 말씀이 되기를 바랍니다. 379분께서 함께 하셨으니, 주일미사에 나오시는 분 중 절반 이상은 함께 가지 못하셨는데, 못 오신 분들이 많이 떠오르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지난여름 상임위원회 회의 중 본당의 날에 대한 안건이 논의되었는데, ‘기차 여행’이 후보 중 하나라는 말을 듣자마자 제가 ‘기차 여행 갑시다!’하고 밀어붙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상임위원회 안에 TF 가 구성되었고 본격적인 논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논의가 진행될수록 일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너무 큰일을 벌였나?’ 싶어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많은 일들을 서로 도와가며 척척 해내시는 임원들과 봉사자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예산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걱정했는데, 많은 분이 도움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마침내 8일 아침, 대전역에 도착해서 교우분들 얼굴을 보자 그간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역’이라는 공간이 그렇잖아요?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공간. 모르는 사람들이 바삐 각기 제 갈 길을 가는 ‘익명성’의 장소. 그런 곳에서 내가 아는, 사랑하는 사람들 300여 명을 만나 반가이 인사하는 것이 너무나 큰 체험이었고,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기차가 출발하자 ‘우리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가는 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며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삼탄 유원지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강론 때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왜 성지순례를 가지 않고 여행을 가느냐?’고 물으시는 분이 계셨는데, 우리는 지금 성지순례를 온 것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기에 세상 어디나 성지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성지는 성인들이 하느님을 만난 곳인데 우리가 여기서 하느님을 만나고 성인이 되면 이곳은 더더욱 성지가 됩니다.” 그러고 나서 “서로 안에서 하느님을 알아 뵙자.”고 말씀드리며 “하느님께서 이 형제자매에게 어떤 말씀을 하실까? 그 말을 해 드리자”고도 제안 드렸습니다.
광야에서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다니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자신들과 함께 계셔 주시는 분’으로 체험했습니다. 우리 하느님은 성전에 계십니다. 그러나 ‘성당’이라는 성전 외에, ‘우리 자신’ 또한 성전이기에, 우리가 함께 있는 곳에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하느님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이 사람 안에 계십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성전입니다. 그것을 기꺼이 보여주신 임원들과 봉사자 여러분, 도움 주신 분들, 그리고 교우 여러분께 일일이 감사드립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기차가 출발할 때, 우리가 ‘같은 곳을 향해 가는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함께 같은 기차를 타고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목적지는 ‘하느님 나라’라는 역입니다. 기관사는 하느님이십니다. 저는 안내원입니다. 여러분은 ‘교회’라는 기차에 탑승해 계십니다. 승객 여러분, ‘편안’하진 않더라도, ‘평안’하고 안전한 여행 되시길 빕니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신부님은 안내원이 아닌, 기관사 입니다. 하느님 나라 종착역을 향해 운전하는 기관사^^
손회송 주교님의 '사제와 버스기사' 글을 인용하면, 사제는 정해진 노선을 충실히 따라서 운전하는 기관사 입니다.
정해진 노선은 운전사 맘대로가 아닌, 예수님이 가신 그 길을 충실히 운전해야 한답니다. 물론 유능하신 예수님의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서요.
우리 노은동 기관사는 이미 정해진 노선을 지키면서, 정류장마다 정차해서 기다리는 사람을 태우고 가는 모범적인 기관사 입니다^^
홍익회하랴 기관사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