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을 듣고 있는 지도자 포럼 스님들. |
종단을 이끄는 주요 소임자 스님들이 모여 한국 불교 현안을 진단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함께 논의하는 지도자 포럼이 첫 단추를 뀄다.
조계종 총무원은 오늘(2월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2019 종단 지도자 포럼’을 개최했다. 종단 지도자 포럼은 ‘화합과 혁신으로 미래 불교를 열겠다’를 기치로 세운 조계종 제36대 집행부가 종단 현안과 변화에 따른 시대적 흐름을 짚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스님과 재가자가 참여해 의견을 모으는 대중공사 등과 달리 종단에서 주요 소임을 맡고 있는 비구·비구니 스님이 한자리 모여 포럼을 연 것은 22년 만이다.
이날 포럼에는 공론의 장을 처음 제안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지홍스님,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원경스님(마곡사 주지), 쌍계총림 쌍계사 주지 원정스님,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영배스님,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제8교구본사 주지 법보스님,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주지 자현스님, 제19교구본사 주지 덕문스님,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 전국비구니회장 육문스님 등 종단 중진 스님 200여 명이 자리했다.
지도자 스님들은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종단 현안과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주제 강연을 듣고 적극적 자세로 토론에 임하기도 했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AI(+생명공학)와 종교’를 주제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과학기술의 세계,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불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바쁜 일정에도 행사에 참석한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
종단 지도자 포럼이 2월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렸다. |
승려복지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이 승려복지 제도를 소개하고 승가공동체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강연자로 나선 이영경 동국대 교수. |
중앙종회의원 주경스님이 강연 후 질문을 하고 있다. |
승려복지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이날 유일한 스님 강연자로 참가했다. 덕문스님은 ‘승가복지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를 주제로 승려복지 제도 구체적 소개와 더불어 현실적 제도 정착 및 실현 사례와 승가공동체 회복에 대한 발전 방향을 제시해 참가 스님들로부터 열띤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뜨거운 이슈인 만큼 강연 후 질문이 이어졌다. 종회의원 법원스님은 “여유가 된다면 큰 사찰과 작은 사찰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부분도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고, 불교신문사장 진우스님은 “‘복지’라는 세속적 단어를 대체할 만한 용어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진 강연에서 이영경 동국대 교수는 ‘국립공원 정책과 전통사찰의 가치’를 주제로 전통사찰이 복합유산으로서 가치를 충분히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불교계 전략 등을 제시했다. 이에 종회의원 주경스님은 “국립공원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해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대응을 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보탰다.
공식적 의제가 주어지지 않은 만큼 이날 포럼에서는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가 오갔다. 7시간 지속된 강연과 토론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참가 스님들에게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종단 주축이 되는 스님들을 어렵게 한자리 모셨다”며 “오늘 포럼이 한국 불교의 미래에 대한 치열한 탁마의 장을 여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며 참석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의 제안으로 시작한 지도자 포럼이 오늘을 시작으로 해마다 열리게 되길 기대한다”며 “세계 각국 수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미래를 진단하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처럼 한국 불교 주요 아젠다에 대해 사부대중 공의를 모을 수 있는 탁마의 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날 포럼은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각계 전문가 의견을 듣고 한국 불교 역할과 사명을 어떻게 실현할 지 모색하는 의미있는 자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스님들 관심을 이끌어 낼 주요 의제를 설정하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내용 구성에 있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
200여 명 스님들이 자리를 채웠다. |
종단 지도자 포럼에 참석한 스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