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님 화엄경 강설 34】 1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제34권
二十六, 십지품(十地品) 1
<서문>
화엄경은 이 십지품을 근간으로 삼아 부연하고 보완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10신(信)과 10주(住)와 10행(行)과 10회향(廻向)과 10지(地)와 등각(等覺)과 묘각(妙覺)이라는 52위의 수행 점차도 이 10지를 근본으로 삼아 좀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펼쳐 보인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고래(古來)로 10주(住)와 10행(行)과 10회향(廻向)이라는 삼현(三賢)과 십지(十地)를 화엄경의 근본 가르침으로 삼아 연구하고 수행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전통 강원에서 이 삼현(三賢)과 십지(十地)를 공부하는 것으로 화엄경 공부의 전체를 대신하였습니다. 그와 같이 이 십지품은 어떤 품 보다도 중요하게 여겼던 것입니다.
십지품 중에 먼저 불법을 알고 크게 환희하는 제 l 환희지입니다.
불법을 알고 무슨 까닭으로 환희합니까?
“불자여, 이 환희지에 머물고는 언제나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언제나 모든 부처님의 법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언제나 모든 보살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언제나 모든 보살의 보살행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언제나 청정한 모든 바라밀을 생각하므로 환희하느니라.”
“또 언제나 모든 보살의 지위가 수승함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언제나 보살의 깨뜨릴 수 없음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언제나 여래께서 중생들을 교화하심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언제나 능히 중생에게 이익을 얻게 함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언제나 일체 여래의 지혜와 방편에 들어감을 생각하므로 환희하느니라.”
이와 같은 까닭으로 불법을 믿고 이해하고 실천하고 깨달아 증득하는 이익이 있으므로 환희합니다.
- 2015년 9월 10일. 신라 화엄종찰 금정산 범어사 如天 無比
二十六, 십지품(十地品) 1
▶강설 ; 십지품(十地品)은 화엄경 전체 9회 설법 중에 제6회 설법이다. 제5회의 십회향설법을 마친 부처님은 타화자재천궁(他化自在天宮)의 마니보장전에서 다른 세계에서 온 여러 보살들과 함께 계시었다. 다른 품들과 같이 세존은 묵묵히 계시고 금강장보살이 상수가 되어 설하였다. 10주품이나 10행품이나 10회향품들과 같이 세존이 보리수를 떠나지 않은 채 타화자재천으로 올라가는 내용이나, 타화자재천왕이 찬탄하는 별도의 품은 없다.
십지품은 화엄경 전체의 기본이 된다고 한다. 특히 보살의 수행계위가 처음에는 보살10지를 근간으로 하여 드디어 52위로까지 발전하게 한 근본이 되는 경전이다. 그래서 십지품만 따로 유행하여 세친(世親)보살이 십지품(경)의 논서를 저술하여 십지경론(十地經論)이라는 주석서가 크게 알려져 있다.
제1 환희지(歡喜地)에서는 처음으로 무루지(無漏智)를 얻어 진리를 구현하는 성위(聖位)를 증득하여 많은 기쁨을 낳기 때문에 환희지라고 한다.
제2 이구지(離垢地)에서는 발기정(發起淨)과 자체정(自體淨)으로 나누어 계율의 내용을 설명한다. 발기정이란 제2지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로서 정직한 마음 등의 10가지 마음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자체정이란 삼취정계(三聚淨戒)를 말하는데 10가지 악업을 행하지 않는 것과 10가지 선도(善道)를 닦는 것과 일체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다.
제3 발광지(發光地)는 명지(明地)라고도 하는데, 모든 번뇌를 끊어 지혜의 광명이 발현되는 경지로 선정(禪定)에 의하여 지혜의 빛을 얻고, 나아가 문혜(聞慧)와 사혜(思慧)와 수혜(修慧)의 세 가지 지혜를 닦아 진리가 밝혀지는 자리이다.
제4 염혜지(焰慧地)는 염지(燄地)라고도 하는데, 번뇌가 사라지고 지혜가 불꽃처럼 솟아나는 경지로 앞의 3지에 의하여 사견을 여의고 번뇌를 태워서 지혜의 본체를 깨닫는 자리이다.
제5 난승지(難勝地)에서는 번뇌를 모두 끊음으로써 속지(俗智)와 진지(眞智)가 잘 조화를 이루게 된 경지로 지혜와 지식이 조화를 이룬 자리로서 확실한 지혜를 얻어서 그 이상의 지위로 올라가기가 곤란한 지위일 뿐 아니라, 출세간(出世間)의 지혜를 얻어서 자유자재한 방편으로 구하기 어려운 중생을 구하는 자리이다.
제6 현전지(現前地)에서는 만법(萬法) 연기(緣起)의 유전상(流轉相)을 관찰하여 무분별 평등의 지혜를 드러내고, 진여의 무염무정(無染無淨)을 깨달아 무상관(無相觀)을 현전시켰으므로 현전지라 이름 한다.
제7 원행지(遠行地)에서는 열심히 노력해서 무상관(無相觀)을 닦아 최후의 자리에 속하고, 세간이나 이승(二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제8의 청정한 지(地)에 가까이 갔으므로 원행지라 한다.
제8 부동지(不動地)에서는 이 지(地)에 이르면 무공용(無功用)의 수행이 상속하고 유공용(有功用)의 수행이 움직이는 바가 아니다. 완전한 진여(眞如)를 얻어 조금도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경지로 무상(無相)의 지혜가 끊임없이 일어나서 다시는 번뇌에 의하여 동요되지 않는 자리이다.
제9 선혜지(善慧地)에서는 부처님의 십력(十力)을 얻어 때와 경우[根機]에 따라 중생을 교화하는 지혜를 터득한 경지로 보살이 거리낌 없는 힘으로 설법하여 이타행(利他行)을 완성하고 지혜의 작용이 자재한 자리이다.
제10 법운지(法雲地)에서는 큰 구름이 허공에 변만한 것에 비유하여, 대법신(大法身)을 증득해서 자재(自在)함을 구족하였으므로 법운지라 한다.
이러한 10지(地)는 흔히 10주(住)라고도 하며, 이러한 10지의 각 단계들은 보살이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방편적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으로서 성불하고자 한다면 부지런히 수행에 전념해야 함을 강조한다.
청량스님은 소(疏)에서 “십지(十地)라는 지(地)의 이름을 해석하는데 그 법에 나아가서 살펴보면 십지회(十地會)라 부른다. 즉 품의 이름과 법의 이름이 같다. 그래서 이러한 이름을 얻은 것이다.
본업경(本業經)에서 설하였다.
‘땅이란 유지한다는 데서 이름하였는데 백억 아승지 공덕을 유지하며, 또 일체 인과를 생성한다고 부른다. 그러므로 땅[地]이라고 하였다.’
또 십지론에서 말하였다.
‘부처님의 지혜를 생성하여 유지한다.’고 한 것이 곧 이 뜻이다.”라고 하였다.
즉 열 가지 땅[地]이란 모든 사람의 근본 땅인 마음, 진여자성, 불성, 법성, 차별 없는 참사람, 참마음, 본래마음, 본래 사람에는 본래로 백만 아승지 공덕이 갖춰져 있다. 그래서 부처님이 증득하신 깨달음의 지혜를 생성하여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더 부연하면 모든 사람의 진여생명의 땅에는 6바라밀과 10바라밀과 10선과 사섭법과 사무량심과 인의예지가 본래로 갖춰져 있어서 그 모든 선법(善法)을 한껏 생성하고 펼치고 베풀고 나누는 작용을 한다. 마치 봄날의 대지가 일체 산천의 초목들을 생성시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여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과 같다. 이것의 십지법문의 전체적인 뜻이다.
특히 십지품은 서분과 정종분과 유통분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어서 고래로 십지품을 과판(科判)하는 경가(經家)들은 반드시 이 삼분(三分)에 준하여 해석하였다.
*일(一), 서분(序分)
1. 설법할 수 있는 인연을 갖추다
(1) 설법한 때와 장소
爾時에 世尊이 在他化自在天王宮摩尼寶藏殿하사 與大菩薩衆으로 俱하시니라
이때에 세존이 타화자재천궁(他化自在天宮)의 마니보장전(摩尼寶藏殿)에서 큰 보살대중과 함께 계시었습니다.
▶강설 ; 경문은 먼저 경가(經家), 즉 경전을 결집한 사람의 설명부터 시작한다. 십주와 십행과 십회향의 삼현위(三賢位)의 설법에는 각각의 품 자체에서 서론인 서분이 있고, 본론인 정종분이 있고, 결론인 유통분이 있었다. 십지품은 그와 같은 내용을 각 품이 있어서 서론과 결론을 나타내지 않고 본론인 십지품 한 품 안에서 서론과 본론과 결론을 다 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가장 큰 과목의 차례에 서분이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삼현위와 같이 설한다면 승타화자재천궁품(昇他化自在天宮品)과 타화자재천궁 게찬품(他化自在天宮偈讚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설법을 할 수 있는 인연을 갖추는데 설법한 때와 장소를 밝혔다. 때란 과거·현재·미래를 다 아우르는 바로 이때다. 장소는 타화자재천궁의 마니보장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