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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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9 12:42
포도송이를 손으로 딸 때
서강
조회 수 431 댓글 1
포도송이를 손으로 딸 때
전 영 숙
포도나무처럼 자라던 시절 식물도 동물도 자식도 한통속으로 키웠던 아버지는
내 마디를 감싸며 늘 마디를 조심하라 일렀다 굵은 데가 약한 곳이라 했다
포도송이를 손으로 딸 때도 마디를 찾아 꺾어야 한다고 쇠심줄처럼 드센 가지지만
마디는 쉽게 툭 부러져 포도송이도 나무도 상하지 않는다 했다
비틀린 자세대로 지지대를 세우고 가지를 벌려 멀리까지 뻗어가게 하면서 소 눈망울
같은 포도송이를 잘도 매달았던 아버지 정작 당신은 마디마디 안 아픈 마디가
없었다 버럭 소리부터 지르던 성미도 어느 마디에서 꺾였다
세월의 줄을 타고 포도넝쿨처럼 멀리 뻗어 나간 뒤 그 시절로 다시 돌아 갈 수 없었지만
포도송이를 손으로 딸 때면 일생 아버지 마디를 내가 꺾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첫댓글 침묵 21-03-14 02:06
T그룹통화 2021.3.9.(화) 7시~9시 토론
포도송이를 손으로 딸 때 / 전영숙
- 전영숙 시인의 시는 늘 쉽게 쓰면서 큰 울림, 감동을 준다.
3연 소 눈망울 같은 포도송이 비유는 정말 실감난다 (침묵)
- 굳이 <손으로 딸 때> 라는 말을 왜 썼을까? (목련)
- 전지 가위나 기구가 없을 때는 손으로 딴다
이때 포도 마디를 꺾으면 포도나무나 포도송이가 다치지 않고 쉽게 탁 따진다
가위로 딸 때는 어디를 잘라도 되나 손으로 딸 때만큼은 마디를 따야 한다고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셨다 (서강)
- 시가 좋다는 것은 전제로 해서
1연 포도나무처럼 자라던 것은 시절이 아니고 나, 화자
→ ~한통속으로 키웠던 아버지는 포도나무처럼 자라던 내 마디를 감싸며~
이렇게 가는 것이 오히려 순서가 맞지 않을까
4연 ~ 멀리 뻗어 나간 뒤 - 누가 뻗어나갔는지 (조르바)
- 4연 화자가 아닐까 짐작할거라고 생각하며 썼다 (서강)
- 1연 ~시절 다음에 쉼표(,) 있으면 좋겠다 (조르바)
- 세심하게 잘 그려졌다
3연이 긴 설명 같기도 하다 어느 한 부분은 생략해도 정갈해질 것 같다
안 아픈 마디가 없었다 는 빠져도 안 되겠나 (코너리)
- 그 행이 여기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강)
- 3연이 제일 절정 같다. 안 아픈 마디가 없었다- 눈물나려고 한다 (조르바)
- 1연 ~내 마디를 감싸며 - 내 마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 내 손을 감싸며~ 하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시보다 설명이 많은 것 같다 (하이디)
- 감동 있는 글이라 잘 읽었다
1연 굵은 데가 약한 곳이라 했다 의 의미는? (해안)
- 굵다고 다 강할 줄 아는데 어떨 때는 굵은 곳이 약할 수 있다는 의미
마디도 약한 곳을 비유 (서강)
- 교수님:
이 시를 읽고,
대학생 때 쓴 시를 신동엽 시인께 보여드렸더니 (1등 수상 후)
<이제 뭐라고 더 말할 것 없으니 그대로 가세요>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전영숙의 시는 <말 할 것이 없다. 그대로 가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항상 좋은 작품을 보여주지만
그만큼 오늘 작품은 깊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1연 농부에게는 식물 동물 자식이 한통속 – 구분하지 않는 큰 틀
승찬대사의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간택 선택 분별하는 것이 문제
조르바가 앞에서 예리하게 지적한 것이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그렇게 안 해도 될 것 같다 읽을 때 틀리지 않았다
굵은 데가 약한 곳- 진리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처럼 감싸고 부드럽다
굵은데가 오히려 약하고 딱딱한 것은 부러지고 돌을 물이 뚫는다
농부 아버지가 생활을 통해서 터득한 삶의 진리를 딸한테 쉽게 툭툭 얘기해주는 부분이다
차분하게 잘 진술하였다
2연 손으로 딸 때 - 특별한 의미가 있다. 도구 사용 이전의 본래적 의미
직감적으로 논리를 넘어서 다가온다
아버지가 존재의
근원자
1연~2연 이성적, 깨달음, 이성의 부분이 강하다, 순수 이성
3연~4연 서정시, 서정성의 본질, 본래성이 드러남, 실천 이성, 도덕성
3연 소 눈망울 포도송이 아버지의 성미 등이 감성적으로 확연하게 드러남
아버지의 아픔, 어느 마디에서 꺾였다~
화자가, 시인이 객관적 가르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륜에서 오는 정, 정서로 전환
4연 내가 꺾었다 – 자식들이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할 때 미안하고 자책감, 효심
시의 마무리까지 무리하지 않고 잘 읽힘, 삶의 진리까지 잘 드러낸 시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 나와 삶의 근원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연철학, 이후의 철학- 인생 철학
좋은 시 반가웠다
그대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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