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극노, “어린이날의 기쁨”, 『새동무』 제8호, 1947년 5월호 (불수록)
때는 봄철이다. 꽃도 피고 잎도 피는 좋은 봄철이 왔구나. 이런 좋은 봄철에 어린이날을 맞게 되니 참 기쁘구나. 이날에 우리 어린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와 언니와 아우와 누의와 또는 다른 동무들과 함게 산으로 들로 나가서 노래도 부르며 운동도 하며 맑은 시내물에 손발과 얼굴도 씻으며 아름답게 피는 꽃과 부들업게 돋아나는 풀을 구경하는 것은 가장 기쁜 일이다.
어린이는 피어나는 꽃과 같다. 어릴 때는 사람의 한평생의 봄철이다. 이 봄철과 같은 어린때의 몸과 마음이 잘 자라나고 피어나야만 훌륭한 사람이 된다. 마치 봄철에 꽃이 좋은 비를 맞으며 따뜻한 해빛을 받아 아름답게 피어나서 튼튼한 열매가 맺아서 가을철에 좋은 열매를 걷우게 되는 것과 같이 어린이도 어린 때에는 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또는 언니와 누의님에게서 좋은 말씀을 배우고 학교에 가서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몸과 마음이 튼튼하고 아름답게 자라나야 된다. 그래야만 다 큰 뒤에 좋은 사람이 되어 나라와 사회의 일꾼이 되어서 잘 살 수 있다.
우리 조선은 이제 새로 나라를 세우게 되었다. 한때에 일본 사람에게 나라가 망하고 그 눌림을 받아 우리나라 말도 못하고 성과 이름도 못 쓰도록 하여 모두 일본식으로 살도록 된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해방된 오늘에 참 기쁨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 나라가 완전히 서지 못하여 모두 사는 일이 시원하지 못하다. 우리가 튼튼한 나라를 세우려면 좋은 사람이 많이 있어야 된다. 마치 좋은 집을 지으려면 좋은 재목이 있어야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재를 많이 길러서 우리 손으로 비행기도 기차도 전차도 배도 기계도 모두 잘 만들게 되어야 한다. 들으니 일본 어느 중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공부를 잘못하여 낙제한 일이 있는데 그 학생을 다른 여러 학생이 따리어서 그만 죽게 되었다고 한다. 그 따린 까닭은 일본이 싸움에 진 것은 원자폭탄을 만들 줄 몰랐던 것이니 우리 일본 학생이 하루바삐 힘써 공부하여 원자탄을 만들 줄 알아야 나라 노릇을 하고 남과 같이 사람 대접을 받고 살 수 있으리라고 한 것이다. 참 무서운 소식이다. 우리의 묵은 원수 일본은 저렇게 깨닫고 힘써 나아간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힘써 공부하지 아니하면 내일에 어떠한 환란을 또 당할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끝) (이상 2쪽)
主幹, “지낸 어린이날과 오늘의 어린이날”, 『새동무』 제8호, 1947년 5월호 (불수록)
조선 민족의 원수인 왜족이 이 땅을 좀먹어 들어올 때 말과 글을 잃은 어린이 여러분도 소위 황민화 교육에 휩쓸려 신음하게 되었으니 이 땅의 운명은 영원히 암흑 속으로만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백 번 꺼꾸러지면 천 번이나 일어나서 조선의 슬픈 장래를 어린이들에게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시던 고 소파(故 小波) 방(方) 선생을 비롯한 많은 소년운동 지도자들은 그 광경을 그대로 버려두기에는 풀죽은 어린이가 너무도 가엾고 조선의 장래가 암담하기에 소리치고 용감이 일어선 것이 즉 1922년 5월에 어린이날을 창시(創始)하였던 것입니다.
이같이 조선이 꿋꿋이 설려면새 조선의 임자인 어린이를 잘 길러야 한다는 부르짖음은 그 당시 썩어 들어가던 조선이 다시 살겠다는 표적이었으며 황민화 교육으로 조선을 영원히 생키려던 왜족에게 던지는 민족적인 일대 폭탄이었습니다.
이같이 매년 5월 첫 공일(처음에는 오월 일일)마다 어린이날을 거행하여 경찰의 가혹한 채쭉 밑에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16년 동안이나 끌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적으면서도 커고 약하면서도 강한 어린이들의 뻗어나아가는 힘을 두려워하는 왜족들은 갖은 수단과 모양으로 억압하여 오다가 결국 1937년을 마지막으로 왜족의 표본 인물인 남차랑(南次郞)이란 자가 빼앗고 말았습니다. 1945년 8월 15일 거대한 역사의 변화는 차디찬 이 땅에 신천지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다시 산 기쁨으로 검은 구름이 걷친 내 하늘 내 땅 위에서 두 번째의 어린이날을 맞이하게 됨을 마음껏 기뻐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새 것을 창조하기 위하야 싸워나갈 희망에 넘치는 어린이들과 함께 불순의 요소가 티끌 만치도 보이지 않는 믿음성이 큰 이 나라(이상 4쪽)의 새 주인공들과 함께 …… 훈풍 오월의 명랑한 창공 아래 짓밟힌 동심을 소생시키는 이 어린이날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독립을 바라는 오늘에 있어서 더한층 의의가 크다고 봅니다. 역사가 바귄 오늘의 어린이날은 어린이를 하늘로 끌어올리는 사랑 주의도 아니요 한데 모아서 노래를 불리는 안식일(安息日)도 아닙니다.
어둡고 외로운 조선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로해 주고 생활 문제를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어린이날이라야 하며 진정한 민주주의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는 어린이날이라야 할 것입니다. 순한 감정을 가진 어린이에게 현실을 바루 보인다는 것은 어느 정도로 심한 것 같기도 하나 싹은 성장 여하로 열매가 좌우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조곰이라도 거짓은 용서할 수 없다는 실제 문제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끝으로 어린이들의 기쁨은 곧 어른의 기쁨이요 조선의 기쁨이빈다. 어린이가 모이는 곳에 민족이 살고 어린이가 움직이는 곳에 조선이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년 어린이날 전국준비위원회에서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국경일로 정하고 가정마다 학교마다 직장마다 단체마다 전 민족이 이날을 기렴하게 될 것을 기뻐하는 동시 각 국민학교 교직원 되시는 분은 특별히 어린이들에게 이날의 의의를 고취시켜 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끝) (사진은 1936년 5월 어린이날 긔렴대회 광경) (이상 5쪽)
梁在應, “조선 어린이에게”, 『새동무』 제8호, 1947년 5월호 (불수록)
金泰晳, “독립축하 행진 같이”, 『새동무』 제8호, 1947년 5월호 (불수록)
鄭成昊, “소리치는 날”, 『새동무』 제8호, 1947년 5월호 (불수록)
눌리웠던 것을 박차고 새싹은 자랍니다. 기라웠던 것을 헤치고 해빛은 비칩니다. 오월의 하늘은 푸르고 맑습니다.
오월은 모-든 낡고 묵은 것이 살아지고 맑고 새로운 것이 자라고 커 가는 달입니다.
오월의 이 서긔(瑞氣)를 타고 이 새빛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고 커 가는 조선의 어린이만이 가진 오직 한 날인 오월 오일 ‘어린이날’은 새 조선이 소리치는 날이오 커 가는 큰 날입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언니도 누나도 묵은 껍질 낡은 굴레를 벗어버리고 커 가는 새 조선의 거룩한 이 날을 소리 높여 맞읍니다.
거리마다 들려오는 우렁찬 진군의 소리는 새 조선이 커 가는 기운찬 외침입니다.
이날이 있으므로 앞날은 열리고 이날의 주인공(主人公)이 누구보다 의무심(義務心)이 굳고 책임욕(責任慾)이 강(强)하게 씩씩하게 자라므로 새 집의 주추는 더욱 공고(鞏固)하여집니다.
거짓이 없는 참 날 다틈이 없는 화(和)한 날 거룩한 날 새날 커 가는 날 오월 오일 ‘어린이날’ 만세. (이상 9쪽)
南基薰, “어린이 명절”, 『새동무』 제8호, 1947년 5월호 (불수록)
오월 오일은 우리들의 명절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날’은 설날보다도 단오날보다도 더 좋은 여러분들의 명저ퟝ입니다. 이날은 새나라 임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모여서 녹쓰른 三천리를 빛내자고 소리치는 명절입니다. 우리가 해방되기까지는 조선 사람이면서도 참말 조선 사람인지 조선의 어린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도무지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일본 글을 배우고 일본 말을 하고 일본 성을 썼습니다. 바로 일본 사람과 똑 같앴지요. 그러나 그때 어린이들 중에도 나는 조선의 어린이인 것을 잊지 않겠다고 굳게 생각하고 있던 동무도 있었습니다. 그 얼마나 훌륭한 동무입니까. ‘어린이날’은 1922년에 시작되어 우리의 집과 우리의 말 우리의 글을 잃지 않겠다고 맹서한 날입니다. 그러나 도리켜 보십시요. 우리는 그 맹서를 잊지 않어섰습니까? 그것은 지금의 여러분이 아니오 지금의 어른들이 그르쳤던 것입니다. 십년이나 끊졌다가 다시 나서 두 살을 먹는 금년 어린이날은 우리의 집과 우리의 말 우리의 자유를 또 다시 잃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하는 훌융한 명절로 지킬 것을 여러분과 같이 맹세합시다. (끝) (이상 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