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나무 출판사에서 답변 드립니다.
먼저 저희 책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독자님의 글에 감사드리며, 저희 책으로 인하여 불편한 심기와 노여움을 드리게 되어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책의 내용을 떠나서 책이라는 하나의 상품을 생산해 내는 주체는 출판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주체는 바로 님과 같은 독자분들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마음에 한 점 불편함과 불평이 있다면, 그것은 저희 출판사의 책임이고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 공식적으로 사과 드립니다.
님의 의견에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님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 또한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하실 경우 환불을 해 드리고자 합니다. 출판사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T: 364-9326∼8)
솔직하게 님의 의견을 보고 저희 푸른나무 출판사는 엄청난 충격과 쇼크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푸른나무 출판사를 거쳐간 모든 분들과 현재 푸른나무 출판사에 몸을 담고 있는 전 직원 및 사장님 역시 님이 말씀하신 그런 마음을 단 한 번도 먹은 적이 있다면, 마른하늘에 벼락을 맞았을 것입니다.
잘 팔리는 책보다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을 만들겠다는 것이 저희 푸른나무의 책을 만드는 정신입니다. 이러한 정신이 없었더라면 결코 지금껏 몰려왔던 수많은 위기와 험난한 여정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고 300종이 넘는 책을 출간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책 가격 또한 제작비 등 제반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중저가로 책정해 왔습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우리 나라 책 평균 가격이 10,000원을 호가하고 있다는 보도만 봐도 그렇습니다. 저희는 10,000원을 넘어가는 책이 많지 않습니다.
독자님의 오해가 있는 듯 하여 굳이 설명을 하자면 이 책(이자벨)은 처음부터 중철제본으로 나온 것이지 양장으로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양장으로 나왔던 것은 이 책이 아니라 3년 전에 나온 같은 시리즈 1, 2번입니다. 그당시에도 출간시 양장인데다가 올컬러라서 6,500원이 적절한 가격이라는 제작부의 계산이 있었으나,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아, 독자들이 받아들이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판단하고 5,200원으로 갔습니다. 때로는 출판사는 이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가는 때도 있답니다.
스페인에서 개발한 감성동화시리즈는 총 10권이었으나, 가슴 아프게도 1, 2권의 판매부진으로 인하여 저희 출판사는 절판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계속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책을 출간할 것인가?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책이지만, 자본의 논리에 고개를 숙이고 말 것인가?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대신 출혈을 최소한으로 줄이자고 결정했습니다. 이 책이 꼭 필요한 분들이 있을 텐데. 그러한 수요를 외면하는 것은 문화상품을 제작하는 출판사의 도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작비 가운데 가장 비중이 많고, 불필요한 부분인 양장을 벗겨 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내용이 독자들의 입소문과 신문에 소개되면서 책의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시리즈가 언제 완간되는가? 빨리 완간해라, 시리즈 전부를 구입해 보고 싶다.'는 등의 항의 짙은 독자들의 전화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요구에 의해 감성동화 시리즈 3번을 제작하기로 하고 중철제본으로 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님은 이 책을 소비할 때, 한 번만 보면 끝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런 책은 두 번, 세 번 보게 된답니다. 이것을 감안해서 보게 되면 결코 님이 속았거나 지나치게 높게 가격이 책정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 출판사가 마치 독자를 우롱하여 폭리를 취하였다는 오해를 받게 되어 심히 유감스럽습니다만, 그것 또한 저희 출판사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번 일을 거울삼아 저희 출판사에서는 내용적으로 좋은 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책이 완성되는 모든 단계에 좀더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할 것을 약속드리며 저희 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충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