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햇살 한 줌을 훔쳐다
마음에 넣은 걸까요
예쁜 꼬마 아이가
새하얀 미소를 매달고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더니
친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친구들아.. 오늘 즐거웠어
내일 봐..
유치원 버스가 멈춰선 정류장에는
할머니 한 분이
지나는 바람과 친구 되어
앉아 있었는데요
핼쑥한 낮달처럼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할머니에겐
어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지
지나는 바람이
그 까닭을 물어도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왜 늘 여기 나와 계세요 ?"
아들이올까봐.
겨울 따라 나온
때 이른 봄처럼
아들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있다는 말을
눈물꽃으로 보여주며
오고 가는 차들만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에게 머물다가는
바람만 있을 뿐
누구 하나 말을 거는 이는 없었는데요
지나온 세월을 지워버린 듯
서글픈 가슴만 내보이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제 말은 들리세요?"
고개를 꺼떡꺼떡 하며
구름 미소로 대답하고 있을때
유치원에서 점심시간에 나온
김밥 한줄과 우유 하나를
가방에서 내어놓고는
할머니를 바라봅니다
아이의 마음을 안다는 듯
고맙다는 말을
엷은 웃음으로 대신 전하는
할머니 입에다 김밥 하나를
손으로 얼른 쥐더니
넣어줍니다
태양을 삼킨 하늘처럼
오물오물 씹고 있는 할머니에게
우유를 열어 내밀어 주면서
할머니.. 꼭꼭 씹어 드셔야 해요
"오냐... 오냐 고맙구나'
라는 말을
얼굴에 피운 행복으로 보여 주고는
산 뒤에 숨은 해님처럼
고개를 숙입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세월에 구겨진 손마디 따라
꼬마아이가 주는 행복으로
눈물과 아픔을 하나씩 담아두는 법을 알아가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어느날 부터인가
하루를 만들러
해와 달만 오고갈 뿐
미소로 눈물로
찾은 의미하나 남겨놓고서
할머니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답니다
그리움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바람에게 길을 물어
아들이 있는 하늘나라로 떠나갔다는
별들이 남긴 이야기가
머문 정류장에는
주인 잃은 김밥 한 줄과
우유 하나가 놓여져 있었고
엄마 잃은
바람꽃 한송이가
외로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꽃말/헛된 기다림 ~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