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기(宿耆)의 봄나들이
정장영
겨울을 나고서 첫나들이다. 날씨는 흐리고 가끔 빗방울이 떨어지는 심술궂고 어설프다. 그러나 어린애들의 소풍날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노안(老顔)이 즐거운 표정들이다. 인후 2동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나들이다. 나는 독거노인이 아니지만 어제 오후 늦게 참여자가 예정인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동참하게 된 행운의 기회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드신 분은 과연 누구일까? 취지도 모르고 차에 올랐으나 덕진구청과 동직원의 설명으로 취지를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전주시 덕진구 인후 2동에 자리 잡은 전주동현교회의 이진호 담임목사님 주관 아래 교회 여러분들의 배려라 했다. 나이 많은 노인들이라 세심한 배려로 젊은 도우미들을 3인1조로 짜서 도움을 받게 되었다.
수출과 군산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한국GM대우자동차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이 먼 곳에 위치한 줄 알았는데 소룡동에 있었다.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홍보관에 들러서 담당자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아쉬운 사실도 있었다. 수출과 판매가 잘 되지 않아 감산문제가 여론화된 일을 알고 있다.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었지만 현대공장이 있는 울산에서는 현대와 기아차가 90%이상 굴러다닌 다는 말을 듣고 좀 아쉽고 겸연(慊然)쩍은 마음도 일었다.
홍보관에 전시되어있는 대우와 쉐보레의 합작품인 여러 종류의 차들을 살펴보았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차도 있었고, 미래형 자동차의 여러 작품들도 있었다.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공장으로 향하는 길은 한 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고 했다. 걷지 못 할 분들은 버스 안에서 기다리라는 당부도 있었다. 내려다볼 수 있는 통행로가 마련된 길을 따라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으며 모두 현장구경을 잘 했다. 감탄의 연속!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반복동작으로 이루어지는 부품들은 로봇으로 자동화되고 정밀한 조립과정만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제품을 다음 공정으로 운반할 때도 공중궤도를 통해 자동적으로 옮겨져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이다. 인천에 본사를 둔 한국지엠은 부평, 군산, 창원, 보령 등 국내 4개 사업장에서 연산 92만 대의 완성차, 140만 대의 엔진 및 변속기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기술연구소, 청라 프루빙그라운드, 수천 명의 제품개발 인력을 보유한 GM의 3대 차량 개발 거점의 하나이다. 디자인센터는 GM의 10개 글로벌 디자인스튜디오와 협업을 통해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한다.
점심은 전주소재 동현교회식당에 마련되었다. 식후 담임목사님 주도 아래 자기소개와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 간단하고 즐거운 게임과 오락시간도 가졌다. 게임시작에 앞서 각자의 소개를 받고 보니 내가 두 번째로 고령이었다. 마련된 선물은 게임성적에 따른 상품으로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오후는 피곤한 몸을 풀기위해 완주군 상관면에 있는 남관리조트를 찾았다. 전주에 살고 있지만 죽림온천만 알았지 이곳은 처음으로 가본 시설이었다. 근래 개발돼 매우 새롭고 웅대한 온천탕에 사우나였다. 홍보에 의하면 온수는 지하 931m에서 솟아 오른 지장온천수에 유황온천수라 한다. 유황온천수는 해독, 살균, 살충작용이 우수하며 아토피, 무좀, 습진 등의 각종 피부질환에 좋고, 탁월한 보습력이 있다 한다. 탕수는 이색적으로 38˚탕에서부터 여러 단계의 욕탕 칸이 있었다. 온탕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확 풀리고 상쾌한 기분 이었다.
선교사업을 떠나 해마다 이른 봄이면 덕진구 내의 노인들을 위해 이 행사를 가져 왔다한다. 음식 접대는 점심뿐 아니라 충분한 간식까지 마련했다. 단 하루라지만 노인들을 위로해 즐거운 삶의 보람을 맛보게 했다.
대형 교회버스도 손수 운전하고 가급적 경비를 절약해가면서 한 행사였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풀어 주신 은혜와 배려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석양에 헤어지는 아쉬운 마당! 저마다 즐거운 표정으로 귀가를 재촉했다. 헤어지는 모습이 너무 흐뭇했다고나 할까? 손마다 선물을 들고 비록 허리 굽은 뒷모습이지만 참으로 보기 좋았다.
오래 살고 보니 몸은 비록 늙었지만 이것도 생의 한 낙이며 보람이 려니 자위(自慰)해 보았다. 어려운 경제적 부담과 재능기부까지 해가며 수고해주셔 참으로 감사하다. 예로부터 덕을 베풀면 좋은 일이 돌아온다고 했다. 음덕보양(陰德報陽)이 되기를 빈다. 아울러 도우미로서 친절하게 도와주신 젊은 교회봉사자들과 동사무소 직원 여러분에게도 칭찬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2015. 3.13.)
※숙기(宿耆)…늙은이(노인:老人)의 별칭으로 숙기(宿耆), 기애(耆艾), 치장(齒長)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