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고모라신문입니다~”
신춘문예 창작소설
저자 : 돌고래
“호외, 고모라신문 호외입니다”
‘2028년 4월 10일 화성국가 소돔·고모성’이라 쓴 깃발을 오토바이 뒷좌석에 꽂은 한 어린이가 소돔시장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신문을 나눠주고 있었다.
조용하던 시장통은 ‘가리비 댓글 조작’이라 쓴 고모라신문의 1면 머릿기사를 본 상인들의 분노로 시끌벅적해져갔다.
신문을 본 상인들은 “소돔·고모라성 국회는 가리비를 탄핵하라”, “의금부는 가리비를 구속하라”며 외치기 시작했다.
시장 모퉁이 2층 오피스텔에서 카운슬링을 하던 돌고래는 불현듯 2019년 11월 고모라성의 바닷가 한 횟집을 떠올렸다.
그의 입가에는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돌고래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다시피 “또 한 사람이 당하는 구나”하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자, 모두 한 잔씩 돌려”
돌고래 일터의 직원들은 평년과 달리 한달 앞당겨 이 횟집에서 송년회를 열었다.
술이 술을 먹는다고 했던가?
취기에 오른 직원들이 서로 자리를 바꿔 다니며 술을 권했다.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 횟집 2층 구석진 테이블에서 회를 먹는 돌고래의 모습이 들어왔다.
돌고래는 크리스천이었다.
그날도 술을 피하기 위해 구석진 테이블을 골라 앉아 술을 먹지 않는 일터 직원들과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며 지난 1년간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은혜를 이야깃거리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그 때 일터와 영향력 있는 직원과 유명 인사들이 돌고래를 찾아 합석을 했다.
“자, 오늘 딱 한 잔만 하는 거야.”
“어~, 네 그러죠”
한 잔에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잔이 되고 수 시간동안 대화는 이어졌다.
영화나 만화에 나올 이야기, 취중에 한번 웃고 말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분위가가 좋아서인지 쉽사리 그 자리를 떠나는 이들이 없었다.
취중에서는
“로켓을 타고 화성(목성, 토성…)을 접수하자”
“아파치 헬기를 타고 카다피를 잡으러 가자”
“목선을 타고 김정일을 잡자”
배꼽을 잡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때 한 취객이
“정권이 바뀌면 우리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 그러면 탄핵 시켜 버리고…”
“…….”
“댓글 달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 사람을 시켜 댓글로…”
“출판사를 설립하게 하고. ‘느룹나무’가 좋고”
“느룹나무? 그런 나무도 있는지?”
“느룹나무를 느티나무로 보면 된다. 김해 봉화에 있다.”
“그래그래, 3층 집을 얻어 주자. 자금도 지원하고, 그곳에서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도 하고…”
“좋지. (아내가 환경비누를 얻어 온 모습이 떠올라) 그곳에 환경비누를 만들어 팔게 하자. 돈을 벌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한꺼번에 댓글을 다는 기기(매크로)가 있다고 하더라. 그것 사주자”
“그런 것도 있나?”
“계급도 만들고, 은하수, 태양계, 지구…”
“맨 아래는 노비나 노예로 하면 되겠네”
“우리 중 ‘너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포섭한 유명 인사는 ‘바둑이’라고 부르고”
“바둑이?”
“주인…”
“아, 반갑다고 꼬리 흔드니. 그러면 그 인사를 돕는 보좌관이나 비서는 ‘벼룩’으로 부르면 되겠네. 개에 벼룩이 살고 있으니”
“이들에게 돈을 주고. 안 받는다고 해도 계속해서 주고, 비서에게 주면 되고, 나중에 불어 버리고”
“또 비서를 포섭해 댓글 일당에게 문자를 보내도록 하고… 문자는 ‘이번 달 살림 비를 줄여라’는 아내에게 보낼 문자를 댓글일당에게 잘못 보낸 것처럼 하고… 그러면 댓글일당이 알아서 돈을 보내 줄 것이고”
“N당 출신 의원에게도 돈을 주고… 그래야 입을 막을 수 있고”
“권00?”
“노00도”
“돈은 사진촬영해 두고… 나중에 수사 단서가 될테니”
“(전해 주기 위해) 노00이 집에 가 봤다”
“CCTV가 없더라”
“그의 어머니는 동생과 같이 산다고 하더라”
“그러면 그 아파트 동생에게 줘 버리라고 하라”
“?”
“수사망 좁혀 오면 우리가 탄로나니 노00이를 죽여 버리고”
“그의 비서… 보좌관?을 포섭하고… 아침 일찍 노00이 집에 찾아가게 하고”
“집 안에 큰 소리가 나면… 현관에 있겠다고 하며 밖으로 나오게 하고… 당에 전화를 걸어 오늘 늦는다고 하고”
“현관에 있다가 노00이 나오면 화푸시라며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건네 주게하고”
“음료수를 마시고 서러지면 외투를 벗겨 16~17층 계단에 걸어두고… (고용한 킬러를 이용해) 노씨는 던져 버리게하고”
“그보다 옥상에서 던져 버리고… 뛰어내릴 때 멀리 뛰어내릴 수 있잖아… 또 노00이 죽는 날 해당 경찰서장이나 경찰간부와 오찬약속을 하고 그 자리에 힘 있는 여권인사를 동반하고… 신호위반 등 별 것 아닌 것 부탁하고…그 자리에서 노00이 투신 사망이야기가 나오면… 틀림 없이 일부에서 타살의혹을 제기하며 부검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경찰은 ‘유서가 맞다’며 타살의혹을 일축해야 한다… 다른 경찰서장처럼 어리하게 했다가 (실상은 정부의 반대편에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하지만 정부를 돕는 채하며) 정부에 혼란을 주면 안 된다라고 미리 말해두고…”
“유서는 미리 준비해 두고… 글씨는 비슷하게 쓰면 되니까. 돈 받았다는 내용도 적어 두고”
“그러면 더 이상 수사하지 않을 것이고, 공소권이 없기 때문에”
“또 포섭한 사람을 '기유서'라 부르고”
“'기유서?' 중국 소설에 나오는 이름 말인냐?”
“…”
“우리가 자금을 지원하니… 회계 담당자로 맡기면 좋겠다”
“우리 이름은 기재하지 말도록 하고”
“이중장부를 만들고"
“?”
“이중 장부 만들어 위에는 보고 하도록 하면 되니까”
“문서 등을 보관할 창고도 필요하고”
(해당 지역을 잘 아는 듯) “창고는 현지에서 2km 떨어진 곳이 좋고”
“땅을 조금 매입해 창고를 건립해도 좋고 아니면 건물을 임대해 창고로 사용하든지”
“물건을 창고에 옮긴 뒤 다음날 그 창고에 가서 회계장부를 가져오게 하고”
“?”
“창고에 가면 (회계장부)찾을 수 있다”
“?”
“그래”
“그래그래… 또 한 사람 포섭해 '리둘'이라고 부르고”
“만화에 나오는 아이공룡 '리둘' 말이가?”
좌중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또 다시 대화는 이어졌다.
“한 사람을 포섭해 우리가 얻어 줄 출판사 3층 집에 살게 하고”
“인테리어하면 좋겠네”
“그래그래, 인테리어 업자에게 서울지역 언론사의 지역취재본부(지사) 기자를 포섭해 출판사에 들어가서 테블릿PC와 USB를 훔쳐 가져가게 하고”
“기자가 공익 목적으로 가져가면 절도가 안 되더라. 판례가 있었잖아”
“그래… 인테리어 업자는 나중에 다시 들어가게 하고… 웃고… 양주 훔치면 되겠네…”
“잡히면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스트레스 받아 그랬다고 하고”
“또 인테리어 업자를 시켜 지역 기자들을 포섭해 출판사에 몰래 들어가 정보를 얻도록 하고”
“서울 지역 언론사 수습기자도 포섭하면 좋고… 포섭하기 위해 수습기자 친구를 이용해 술자리를 갖고”
“수습기자는 당연히 캡과 사회부장, 편집국장에 보고를 할 것이고”
“문제가 되면 의욕이 넘쳤다고 하게하고”
“일본이 바다에 잠긴다고 하더라.”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스님이 예언하신 것 같더라.”
“일본이 바다에 잠기면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올 것이다. 개성공단을 치외법권 지역으로 만들어 그곳에 보내도록 하자”
“일본 전투함도 구입하고, 중국과 맞서고”
“세계 대공항이 올 것이다. 그때 기업을 많이 사 두자. 그러기 위해선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달라고 하자”
“일본어 잘하는 변호사가 있다. 유명 법률회사에 다닌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다.”
돌고래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 본 뒤 이 중 누군가의 친척이 변호사 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어짜피 농담인데 뭐”
“우리가 나눈 사실을 누군가 청와대에 제보하면 안 되니… 청와대 행정관 자리도 요구하고… 문서수발부서가 좋고… 그러면 인터넷과 편지, 등기 등을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고”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바둑이와 벼룩은 어떻게 포섭하지”
(소돔·고모라성 국회의원 사무실에 근무했던) 이가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 '산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데 '산양'에 출마하면 선거를 돕도록 하면 된다. 선거기간에는 도움이 많이 필요할 거야. 나중에 그에게 바둑이와 벼룩을 소개 받으면 되고”
“왜 갑자기 '산양'에서 출마하지?”
“그의 집이 '산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어. 소돔·고모라성 국회의원 사무실에 근무할 때 그와 술자리도 한 적이 있어”
“그래 그래”
진보진영 유력 대선후보들 다 주저앉혀야 나중에 우리가 이길 수 있고…
잠시 대화는 다시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어짜피 농담인데 뭐?”
대화는 정적을 깨고 다시 이어졌다.
“기기로 댓글 수를 올리면 표시가 날 것이다. 그러면 고발하라고 부추기고…”
“상어당에서 고발하면 카멜레온당에서 면회를 가고…”
“카멜레온당에서 면회 오면 (우리가 포섭해 댓글을 단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교도소로 들어가 버리게 하고. 그래야 ‘같은 편’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그래”
“절대 불지 못하게 하고. 협박(가족 모두 죽임)을 해 두면 되고… 교도소에서 면회 오면 (그에게) 시켜 2탄, 3탄 날리도록 하고… 아니면 미리 준비해 두고…”
“빚이 많은 변호사를 포섭하고”
“부모님이 입원 중에 있는 변호사가 좋고… 그러면 돈이 급할테니까”
“그 변호사를 포섭하기 위해 그 변호사 부모를 교통사고 당하게 하거나 질병을 유발시키고”
“그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선임되게 하기 위해 한 언론사를 포섭해 협조하도록 하고”
“언론사?”
“'jd' 특별보좌역 지낸 사람 있다. S대 나왔다.”
“S대학교?”
“그기서 농업 전공했다고 하더라. 요즘은 인터넷 언론사 만들기 쉽다.”
“그래 언론에서 보도하면 변호사 선임이 쉽겠지?”
“…”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한 사람이 정적을 깨고
“카멜레온당 대표를 농성토록 하고. 국회 계단 앞이 좋다”고 했다.
잔이 오고 갔다.
소돔·고모라성 국회의원 사무실에 근무했던 이가
“'산부' 사람을 포섭하고”라고 했다.
돌보래는 “'산부?' 나의 성장지를 염두에 두나?”는 생각에 불쾌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짜피 농담인데 뭐?”
“그에게 당대표가 화장실에 갈 때 주먹으로 당대표를 가격하고… 퍽 소리가 날정도로… 기자들이 취재할 때가 좋고… 그래야 대서특필 할 것이고”
돌고래는 아무 생각 없이 “판문점에 갔다 와서 그렇게 하면 되겠네?”라고 거들었다.
“붙잡히면 카멜레온당원이었다고 하고… 불만을 예기 하고”
“폭행사건에 앞서 중장비 자격증을 땄다는 것과 취업 문자를 가족들에게 보내 남기고… 가족이 화답하는 문자도 남겨 놓고”
“단순폭행이니까 구속되겠나?”
“그의 아버지를 시켜 아들이 중동지역 무슬림 선교와 봉사한 착실한 교인이라며 선처를 호소하게 하고”
소돔시장 오피스텔에서 고모라신문을 읽던 돌고래는 그동안 새까맣게 잊고 지냈던 ‘2019년 11월 송년회 때의 이야기’가 진흙속의 진주가 빛을 받아 발하듯 또렷이 떠올라 많이 놀랐는지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때 “댕그랑~ 댕그랑” 하는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고래는 자석에 이끌린 듯 종소리가 나는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배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돌고래가 가장 먼저 왔기 때문이었다.
돌고래는 강대상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긍휼히 여겨 주십시오.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지금 이 땅은 암흑과도 같습니다.
정치권은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정쟁만 일삼고 있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짓과 진실을 보지 못한 언론이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또 다시 거짓에 속아 분노하고 있습니다.
국론이 분열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탄의 세력에 속아 또 다시 수치를 당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십시오.
거짓말로 이간질하는 사탄의 세력을 묶어 주시고, 사탄의 세력의 궤계를 도말하여 주시고, 이 땅에 그리스도의 나라가 오게 하여 주십시오.
다시 바라옵건데
이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이들을 회복시켜 주십시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를 축복하셔서 통일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통일한국이 마지막 시대 제사장 나라로 쓰임 받게 하시고, 열방을 주님 앞으로 돌이키는 위대한 일에 쓰임 받게 하옵소서.
우리 모두가 ‘모든 백성들을 구원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하시고, 더 사랑하며 더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게 하시옵소서.
사탄의 세력에게도 은혜를 베풀어 다윗 왕이 그랬던 것처럼 침상을 적시는 회개를 하게 하여 주시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자비로우신 하나님,
부디
한 사람도 지옥 가는 영혼 없게 하시고, 모든 백성들을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이 모든 말씀 장차 다시 오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기도를 마친 돌고래의 눈에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예배당을 나서는 돌고래는 “죽을 때까지 술을 먹지 않겠다”고 중얼거리며 맹세했다.
문득 돌고래가 하늘을 쳐다봤을 때
한 줄기의 빛이 구름을 뚫고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