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학원 보내는 기준 : 제발, 일찍부터 소질을 찾으려 하지 마시라...
밤 8시40분, 두딸이 유도학원을 마치는 시간이다. 집이 시내에서 떨어진 시골이다 보니, 이 시간엔 버스가 없어서 매번 태우러 간다. 유도를 하고 난 뒤에 아이들의 생기 도는 모습이 좋아서 셔틀이 귀찮지 않다.
차를 타고 오며, 큰딸이 “빨리 바다에 들어가는 계절이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금요일 오후, 당시 초5 중1이었던 둘째와 첫째를 차례로 교문에서 태우고 바다로 갔다. 학교를 마치자 마자 바다로 직행해서 수영하고 다이빙하고 놀았던 기억이 너무 좋았단다. 올해도 빨리 그날이 왔으면...
그래서 두딸의 학원선택과 그 선택에 나의 기여가 만족스러웠다. 두딸이 초딩1,3학년때 수영학원에 다녔다. 수영은 수영장이라고 해야하나, 여하튼 수영강습을 받았다. 덕분에 두딸은 물에서 노는 걸 즐긴다. 땅에서 처럼 물에서도 자유로우면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니...
그 다음해, 초딩2,4시절엔 댄스학원에 다녔다. 역시 아이들은 대만족이었다. 쫙쫙 찢어지는 다리와 덤블링 같은 동작이 신기했고, 무엇보다 우리 딸들이 음악을 타고 춤을 춘다는 게 기뻤다. 춤은 정신을 자유롭게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춤을 출 수가 없으니...
그 다음 두해 동안은, 문경에서 서산으로 이사와서 적응하느라 정신도 없고 가정경제도 쪼들리고 해서 아무 학원도 보내지 못 했다. 그리고 지난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 2년간 참았으니 운동 좀 배우게 해달란다. 호신술중에 태권도, 주짓수, 유도가 후보에 올랐다. 태권도는 너무 흔하고, 주짓수는 너무 엉키는게 부담스럽고, 유도로 낙찰. 이번주 주말엔 충남지역 청소년 유도대회에 나간다. 시작한지 세달만이다. 메달을 떠나서 유도를 즐기고, 즐거이 대회에 나가는 모습이 이쁘다.
아이들의 학원선택에서 나의 기준은 이렇다.
1. 국영수를 중심으로 선행학습하는 학원은 안 된다. 딸들에게 인지학습은 학교에서 하는 걸로 충분하다 했다. 물론 두 딸도 땡큐~
2. 최종 결정은 본인이 하게 했다. 너무 당연한거지만, 그래서 중요하다. ‘뭘 하지’하고 망설일 때는 이것저것 추천만 하지 내 의도로 몰아가지 않았다.
3. 일찍부터 소질을 발견한다거나, 성실함을 배운다거나, 무도학원에서는 예의를 배운다거나 이 딴 것들을 바라지 않았다. 단지 즐기기를 기대했다. 이건 선택의 기준이라기보다는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되겠다.
사실 두딸은 수영전에 잠시 배운 인라인스케이트부터 수영, 댄스, 지금의 유도까지 하는 것 마다 소질을 보였었다. 특히 첫째는 수영선수로 키워보고 싶다는 강사의 제안이 있었다. 사실 아주 잠깐 국가대표 수영선수의 아빠가 되는 꿈을 꾸며, 첫째에게 해보라고 권유도 했었다.ㅋㅋ 첫째가 말했다. “아빠, 난 그냥 수영을 즐기고 싶어.” 난 “응” 이라고 할 수밖엔.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
샨티학교에 일하면서 많은 부모님들을 만났다. 대부분의 부모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지 않았어요. 공부든,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밀어줬어요”라고... ‘공부를 강요하지 않은 것’ 잘 하셨고, ‘공부든,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해준 것도 잘 하셨습니다. 문제는 ‘밀어준’ 거죠. 여기엔 아이들이 즐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다른 의도와 바람이 있으니까...
그러면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 좋으라고 한 것이 아니라, 다 자식들 잘 되라고 한 건데.” 하지만 ‘자식걱정’도 ‘욕심’이다. ‘걱정’은 결국 자식(타인의 인생)이 내 의도와 소망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