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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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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따스했던 겨울,
특히 서울 근교 도심에서는 눈을 볼 수 없는 해 였다.
내렸다 해도 다음 날 이면 녹아버렸으니
그렇게 겨울을 보내리란 생각은 큰 아쉬움이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향한 제주도,
애초 긴 여정을 예정하지 않았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발목을 묶어버렸다.
2월 3일 제주도에 도착했는데
돌아갈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도심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보다
제주도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알수없는 불안을 피하기에는 적합했다.
강원도 계신 부모님이나,
장인, 장모님, 그 밖의 많은 사람의 주문이기도 했다.
제주 본섬 올레코스 21개와
A, B 구간이 있는 두 개 코스는 마무리되었다.
가파도, 우도, 추자도가 남았지만
그 보다는 오가는 길에
산중턱까지 눈을 이고있는 한라산을 오르고 싶었다.
먼저 선택한 코스가 성판악,
가장 긴 코스이지만 완만한 오름으로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다.
십 수 년 전,
당시 근무하던 회사와 관련된 산악회와 함께 등반한 기억이
한라산과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이었다.
멀리서 겉으로 보기엔 고만해 보여도
눈덮인 고산을 오르는 길이라
집을 떠나며 미리 준비한 아이젠을 전 날 챙긴다고 챙겨두었다.
내 걸음이 빠르다고는 자신하나
눈까지 덮인, 왕복 20킬로미터에 가까운 길이라
시간을 예단 할 수 없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옆지기에게 부탁하여
성판악탐방안내소가 있는 성판악휴게소에 나를 내려준 시간이
8시 25분이다.
입구에 세워진 인증서와 지정서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인증,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또한 2008년 물장오리오름 산정화구호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고,
2009년에는 1100고지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추가 등록되었다.
당시 한라산 정상 백록담 탐방코스는
사전등반예약제가 시행중이었다.
2020 년 2월 1일부터 한라산 탐방코스 중,
성판악와 관음사 2개 코스를 대상으로 사전예약제를 시범 운영키로 하고,
코스별로 탐방신청을 하고 있었다.
코스별 1일 탐방인원은
성판악 1,000명, 관음사 500명이다.
탐방객이 급증하면서
자연 훼손과 환경오염, 탐방로 주변 불법주차로 인한 도로 정체 등이
가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라산 탐방객은 2000년 100만명을 넘어섰고,
2015년 125만 5,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연간 평균 100만명 내외가
한라산을 찾아 수용능력을 이미 초과한 상태였다.
등산로 입구에서 공단 관계자가
핸드폰으로 전송된 '한라산등반 사전예약확인' QR코드만 확인하고
신분증 확인없이 입장시키고 있다.
아마도 시범운영기간이라 그런 것 같다.
한라산등반 사전예약제는
코로나19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자
열 이틀 만에 보류되었다.
성판악코스는 진달래밭 통과시간과
백록담 하산시간을 동절기와 춘·추절기, 하절기 구분하여 통제하고있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9.6킬로미터, 왕복 19.2킬로미터,
사라오름을 올라갔다오면 왕복 1.2킬로미터,
도합 20.4킬로미터다.
해발 750미터,
성판악을 입장하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다.
상록수, 굴거리나무가
짙은 파랑 잎을 무성하게 매달고 계절을 혼동시킨다.
한라산을 등반한 지인들의 이구동성,
'성판악코스는 지루해서 다시는 안가고 싶다.'고 한다.
그만큼 편하게 오래 걸으면서
계절따라 변하는 경치를 구경하는 낙은 비교할 수 없다.
조금씩 올라가면서 눈이 보인다.
나무둥치 그늘에 희끗희끗 눈이 남아있다.
우리나라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찾는 사람이 아주 많다.
그런 이유로 사전예약제가 시작되었겠지.
눈이 조금씩 늘어난다.
서서히 겨울속으로 끌려들어가듯이...
빽빽한 나무 사이로
완만하면서도 편안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해발 100미터를 올라가면
기온이 0.5도씩 내려간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는 헐벗었지만
그 가녀린 그늘에 가린 대지는 눈에 덮여간다.
제주조릿대가 모습을 보인다.
눈밭속으로 들어선다.
준비해 간 아이젠을 착용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아직 길은 완만하고
디딤돌은 평평하게 드러나있다.
오르는 길이라 발만 잘 디디면
미끄러질 염려도 극히 적다.
해발 900미터, 150미터를 올라온 셈이지만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헐벗은 모습으로 겨울을 난,
구도자의 모습을 한 나목들.
만물의 번성을 위하여
여름에는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에는 햇빛을 투과시킨다.
등산로에 다져진 눈이 제법 두터워진다.
9시가 막 지난 시간,
하산중인 사람을 마주한다.
벌써 정상을 다녀오지는 못했을 터,
아이젠을 까지 착용했는데 하산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오르는 길 만나는 목교 아래 계곡,
발자욱 없는 순백이 경건하다.
목계단에 쌓인 눈이
앞쪽은 높고 뒤쪽은 낮아 경사를 이루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불편하지는 않다.
해발 1천미터를 지난다.
잰 걸음에 먼저 출발한 이들을
수시로 지나쳐간다.
등산로 옆으로 단궤 모노레일이 지나간다.
짧은 삼나무숲을 지난다.
산을 오르는 사람은 여전하다.
사계절 내내 무수한 잎을 달았지만
눈의 계절, 눈을 이지못한 소나무와 삼나무가
하얀 세상에서 더욱 푸르르다.
고도가 높아갈수록
바닥을 점령한 눈의 기세는 두터워진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속밭대피소다.
계단을 오르는 눈더미 경사가 더 커진다.
하지만 여전한 평지가 펼쳐져
아직은 아이젠이 필요치 않다.
해발 1100미터,
아직 정상까지는 850미터를 더 올라야한다.
속밭대피소가 성판악에서 4.2킬로미터 지점이니
정상까지는 아직도 5.4킬로미터가 남았다.
800여 미터를 더 올라가야하지만
남은 거리를 생각하면
급하게 올라갈 걱정은 덜어진다.
가끔 계곡을 가로지리는 목교를 지난다.
그곳에 눌린 눈의 무게를 생각한다.
녹다가 얼고 다져진 눈의 무게는
자주 거목을 부러뜨리고 지붕을 무너뜨린다.
아마도 사람이 지나며 다져진 무게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리라고 짐작된다.
그 무게를 견뎌야하는 나무다리는
얼마나 더 튼튼할까?
순백의 계곡은
이방인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늘이 깨끗해보이지는 않는다.
해발 1200미터를 지나고
샛길로 빠져
사라오름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다.
전망대까지 600미터,
왕복 40분이 소요되는 것은 소개하고 있다.
정상에 호수가 있다는 소개를 봤던터라
꼭 들르고 싶었다.
목계단이 계속이어지지만
경사가 지고 눈이 그대로 경사를 이루고 있어
그대로 걷기가 쉽지않다.
목책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오른다.
등산로가 수평을 이루고
앞이 밝아온다.
사라오름 분화구다.
분화구 내에는 둘레 약 이백 오십미터 크기에 물이 고여
호수를 이루고 있다.
'한라산의 산정호수로서 백록담을 제외하고는
제주의 오름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 안내되어있는데
윗세오름은 해발 1700미터에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물을 담고있는 분화구가 있는 오름을
얘기하는게 아닐까 싶다.
사라오름 분화구 전체를 조망한다.
호수가 꽁꽁 얼어있다.
아마도 더 추운 어느 날,
누군가 호수로 내려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여러 날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다.
분화구 호수 왼쪽을 둘러
목재데크 산책로가 놓여있다.
분화구 산책로 데크에서 건너다 보이는
한라산 정상이다.
정상부 전망대를 향해 올라간다.
전망대다.
사라오름 정상은 해발 1338미터에 자리잡고 있다.
사라오름은 제주시에 위치한 사라봉과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사라’는 우리나라 산 이름에 표기되는 ‘술’에서 파생되었으며,
신성한 산이나 지역을 의미한다.
또한 ‘사라’는 불교적인 의미로는 ‘깨달음’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제주의 지명에는 불교적 영향을 받아 범어가 많이 남아있다.
<출처 : Daum 백과>
사라오름 정상 전망대에서 올려다보는 백록담이
머리만 빼꼼 내밀고있다.
정사에서 보이는 전망을 파노라마로 담았다.
전망대를 내려오면서
다시 내려다본 호수 분화구다.
노루떼가 분화구에서 물을 마시거나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데
사방이 훤히 드러난 겨울이라서인지 흔적도 볼 수 없다.
다녀간 흔적을 남겨본다.
다시 한라산 등산로로 합류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상을 향하여 오르고있다
가끔 경사로를 오르고
더 많은 구간 평지를 걷는다.
해발 1400미터를 지난다.
경사진 계단은 온통 눈으로 덮였다.
그 오른쪽,
많은 사람들이 일정한 곳을 밟아
저절로 눈계단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등산객이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준비를 못했는지 맨발인 이들도 보인다.
쌓여있는 눈의 기세가 무겁다.
도심 도로변에 내렸다면
매연과 오가는 사람 발길로 시커멓게 변했겠지만
심심산중,
세속의 때는 초입에서부터
씻겨나갔을터,
대지를 뒤덮은 순백은 무엇으로도 더럽혀지지 않는다.
겨울, 눈덮인 높은 산을 찾는 이유가
그 순수속으로 지쳐들고픔이 아닐까?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난다.
이곳을 12시 전에는 통과해야한다.
하늘이 열리는 풍경,
지금껏 지나온 풍경과는 다르다.
눈을 버겁게 인 모습이
비로소
겨울속으로,
그 순수의 세계로 들섰슴을 만끽한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안을 뒤적인다.
분명 넣었다고 믿었던
아이젠이 없다.
잠깐 갈등한다.
아이젠없이 정상까지 오를수 있을까?
여기서 포기할순 없다.
그렇게 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굳게 다져지지 못한 눈은
의외로 발길에 감기듯,
더군다나 오르는 걸음은
크게 불편하지않다.
진달래밭대피소에서 부터
800미터를 올라왔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1.5킬로미터
쌓인 눈은
보기와 달리 깊숙하다.
겨울 한 철,
폭설이 등산로를 지워버리는 일도 있으리라.
빨간 깃발을 꽂은 철주는
묵묵히 산객을 정상으로, 혹은 원점으로 이끈다.
로프로 이어진 목책 사이 등산로,
오가는 이들이 다져놓았지만
로프 바깥보다 그리차이가 없다.
하늘이 열린 능선,
뒤돌아 보이는 풍경이 장엄하다.
해발 1700미터를 통과한다.
거센바람에 하늘을 우러르길 포기한 나무들이
무리지어 옹그리고 있다.
구상나무 고사목이
혹한속에 뼈대만 남긴체 처연하다.
'살아 천년, 죽어서 천년',
주목나무와 달리
구상나무는
'살아 백년, 죽어서 백년'이라고 한다.
사후세계,
비록 고사목처럼 형체는 없을지라도
인간들 또한 살아온 세월만큼
그렇게 반성과 회한의 침묵하는건 아닐까?
백록담을 둘러싼 벽,
늘 밑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해발은 1800에 가까운데
품에 담아둔 모습 보이길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놓칠수 없는,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들을 지나친다.
백록담 벽 밑에 당도한다.
적군의 동태를 파악하기 쉽도록
사방 장애물을 제거한 보루처럼 밋밋한 능선이 시작된다.
시원스레 열린 경치를 담으려
목책을 벗어난 사람들이 보인다.
난이도 '상'으로 소개한 정상부
동능 능선 오름이다.
소개와는 달리
능선을 돌아 오르는 경사는 급하지않다.
신비로운 구름의 난무는
혼돈 그 자체다.
한걸음 한걸음,
걸어온 만큼 가까워진 목표가 앞에 있다.
내려갈수록 짙어지는 색이
인간세상의 경계를 나타내는듯 하다.
선행한 등산객들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새삼 좋은 산이 품어낸 상서로움을 느낀다.
해발 1950미터 한라산은
남한 최고봉으로, 민족의 영산이라 부른다.
1966년 천연보호구역으로,
1970년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한라산 백록담',
표지목 앞이 한산하다.
표지석 위, 오히려 전망은 좋지만
외면당하는 이유는 뭘까?
재료, 바탕만 가지고 판단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겸허해지려고 오른 산에서도 예외는 없다.
파노라마로 백록담을 담아낸다.
'백록담'표지석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조연으로 살아온 인생,
오늘은 주인공이 되어도 좋지 않은가.
영주십경 제 6경인 '녹담만설',
늦겨울 백록담에 덮인 눈을
오롯이 담는 호사를 누린다.
발 아래 짙게 드리운 구름은
천계의 신비를 더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짧지않은 시간을 정상에서 머문다.
'성판악'과 '관음사' 갈림길,
잠시 관음사로 내려갈까, 갈등한다.
하지만 관음사코스는
다음 기회에 온전히 누리기로 한다.
하산을 서두른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간단하게 요기한다.
진달래밭 데크 난간에 까마귀가 앉아있다.
인기척에도 꼼짝없는 것이
오가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길들어졌다.
쌓인 눈의 깊이가 얼마나 될까?
일부러낸 사람 발자욱으로는
쉬이 가늠되지 않는다.
그 옆에 등산스틱을 꽂았지만
역시 체감할수 없다.
숲으로 들어섰다.
눈을 밟는 느낌이 질척하다.
그 때문인지 아이젠 없는 걸음,
미끄러움이 덜한 느낌이다.
2월 중순경 날씨인데도
한 낮에 내리쬐는 기운이 강한탓이다.
보일듯 말듯,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이고있던 눈이 녹아
방울져 머리위로 떨어진다.
살짝 눈으로 덮였던 목교도
가장자리를 빼곤 맨살을 드러냈다.
계곡도 오를때와는 달리
살짝 물기를 머금은듯 하다.
질척거림은
질펀함으로 변한다.
다리 나무는 물기마져도 말랐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서서히 겨울을 벗어나려는 안간힘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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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한라산 구경 잘 했습니다.
풍경을 위로 위로 올리니
점점 고도는 높아지고 적석량이 많아지고 확트인 풍경이 이어 지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 오는 경로에 폭 빠저 봤습니다.
실지 발로 찿아 밟고 싶습니다.
제주에 지인이 있어 와서 머물어 있으라는 권유를 받고도 못 가느 신세입니다.
코로나19가 사라지면 가보렵니다.
히말라야 원정을 허셔유 충분허시겠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