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의 새뚜기
詩 : 문익환
난 어젯밤 수경이가 남기고 간 글을 읽다가
그만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온몸 와들와들 떨며 쏟아지는 눈물 걷잡을 길 없었습니다
그것은 오늘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서 밖에는 볼 수 없는 순정이었습니다
우리 눈을 멀게 하는 순정의 맑음이었습니다
그 맑음 속에서 치솟는 불길이었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햇덩어리였습니다
아 그것은 애오라지 하나 되려는
7천만 겨레의 목 메이는 비원이었습니다
흑흑 흐느끼다가 나는 깨달았습니다
그 불타는 맑은 사랑
내게도 쏟아지고 있다는 걸
나도 눈 먼 불길이 되어 타오르고 있다는 걸
그 사랑 7천만 겨레 위에도 쏟아져
모두모두 불길에 휩싸였다는 걸
내가 평양 갔을 때만 해도 북쪽의 통일 의지는
구룡연 내리꽂히는 폭포마냥 하향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수경이는
산기슭에 불을 질러 버렸습니다
이제 북쪽이고 남쪽이고 없습니다
수경의 하나 되려는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치솟는 불길이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한반도에서는 민주주의가
타협과 협상의 기술이 아닌 불길이 되었습니다
욕심 편견 비굴 굴종을 불사르며
춤추는 불춤이 되었습니다
수경이는 이 불춤판의 새뚜기입니다
평양으로 가고 싶은 그 순정 아무도 못 막았습니다
판문점으로 걸어 나온다는 결의 아무도 못 꺾었습니다
불춤 추는 수경이
겨레의 새뚜기
7천만 겨레의 눈에서 번쩍번쩍 자유로 빛나고 있습니다
누가 수경에게 죄를 주려느냐
검사들아 판사들아
가슴에 손을 얹고 백번 다시 생각해 보아라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거든
청맹과니 까막눈을 와짝 떠 보아라
45년 짙어만 가던 치욕 안개로 걷히며
분단의 장벽 무너지는 게 보일 거다
수경이 만세
통일의 대문 삐걱 열리며
우리는 이제 문턱을 넘어섭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첫댓글 수경이 만세!!! 그때 활활 타던 심장들은 다 어디 가고 한자리씩 차지 하드만 썩어 문드러 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