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고 더웠던 여름이 지난 어느날, 짧은 가을 날이 사라지기 전에 단풍 여행을 가자고 잡았던 날.
이날은 비 예보가 있는 날이었지만 일기예보에 대한 어느정도 불신이 있어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당일(19일.토) 아침 예보대로 비가 오락가락하였습니다만, '비 오는 날'에 추억을 쌓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필수장비로 우산을 하나씩 챙기고 길을 나섰습니다.
떠나기 전 성전에 들려 '베풀어 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 드리며 일기가 고르지 못한 오늘 저희와 함께 하시어 건강하고 복된 하루 되게 하여 주십시요' 라고 기도했습니다.
여행 계획은 아침 9시에 성당을 출발하여 청송정원 > 달기약수탕 > 주왕산 > 주산지를 거쳐 다시 포항으로 돌아 오는, 귀포 시간이 오후 5시경이 되는 일정입니다.
성당에서 청송까지는 대략 90 km 정도 됩니다. 가는 코스는 영덕 <> 상주 고속도로와 몇개의 국도 코스가 있는데요. 이번은 기계 > 죽장 > 도평 > 청송을 거치는 국도 코스를 이용했습니다. 모두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산소 카페 청송정원'입니다. 전체 면적이 41만평이라고 하는데요, 전국 최대의 백일홍 단지라고 합니다.
'비오는 날'을 대비, 정원 안내소에 빨강과 노랑색의 우산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우산 색갈이 백일홍 꽃과 어우러져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걸리버 여행기의 대인국에서 빌려온 의자인가 봅니다. 의자는 앉으라고 만든건데?
본부 천막에서는 타투(스티커) 와 비누방울 놀이 등 어린이들을 위한 이벤트가 준비 되어 있으나 어른이들만 앉아 계시네요. ^^
드넓은 정원에 핀 백일홍 꽃을 즐기며 한시간 정도 걸을 예정이었으나 간간히 몰아치는 비바람 덕분에 천막안에서 잠깐 '비멍'도 즐겼습니다.
두번째 목적지는 '달기 악수탕'입니다. 미리 예약한 '엄나무 닭백숙' 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달기 약수탕의 명성은 옛이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약한 식당이 꽤나 이름이 나 있던 식당인데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3대 가족으로 보이는 손님, 두팀만이 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1시경 세번째 목적지 주왕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주차장은 몇군데 있습니다만 주왕산 버스 터미날에 있는 '상의 주차장'으로 들어 갔습니다. 입구에서 5,000원 선불로 카드 결재만 됩니다.
비오는 날씨임에도 탐방객이 엄청났습니다. 주차장부터 시작 되는 탐방로를 오가는 사람들하고 우산까지 부딫혀 많이 복잡했습니다.
길 양편에 있는 식당들은 업종 불문하고 터져 나갈 것 만큼 번잡했습니다. 달기 약수탕 지역이 한가한 것이 이유가 있었습니다.
주왕산과 대전사의 유래입니다.
주도라는 사람이 스스로 후주천왕이 되어 군사를 일으켜 당나라를 침공하였다가 크게 패하여 쫓겨 숨어 들어 숨어 산 곳이라 주왕산이라고 하였고, 그 주왕의 아들 이름이 대전도군인데 그이름을 따 대전사라고 하였답니다.
당초 트랙킹 목표는 용연폭포까지였지만 날씨 핑계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려 되돌아 섭니다.
하지만 찻집들이 너무 혼잡해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오늘 마지막 여정은 주산지입니다.
비바람이 심했지만 이곳도 탐방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그러나 실제 풍경을 본 모두는 실망이 가득합니다. 옛 명성과 영화는 어디가고 나무 밑둥을 마대로 가린 왕버들 몇그루만 외로이 서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저수지일 뿐이었습니다.
이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퐝할 시간입니다.
누구에게는 비 그리고 바람과 함께한 평범한 궂은 하루였겠지만 우리에게는 시월 비오는 날 일흔들의 추억 쌓기와 그리고 진한 우정과 의리가 있는 날로 기억 될 것입니다.
그저 모든 일에 감사할 뿐입니다.
(몇가지 단편에 대한 생각)
-. 보통 등산 중에 사찰에 들리면 "이곳은 기도 도량으로 침묵을 지켜 달라"는 안내 입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왕산 대전사는 절 외부로 통행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찰 안으로 통행을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포교(선교)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주차장에서 주산지까지는 대략 15분 거리인데요. 내려 오는 길에 커피숍에 들렸습니다. 커피를 주문하려다가 몇분이 보이지 않아 전화로 찾기도 하고 우왕좌왕 하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자리만 지키다 나왔는데도 커피숍 주인은 화를 내기는 커녕 너무 밝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하여 일행 모두를 잠시 어리둥절하게 하였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곳에도 분명 주님의 축복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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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0월 중순을 훌쩍 넘어 변해가는 가을 풍경을 따라 드라이브 즐기며 오락가락 비 내리는 청송에서 하루를 좋은 사람들과 익어가는 청춘들(?)의 젖은 낙엽을 면한 행복한 하루 아름다운 하루 였습니다.
먼 길 나들이에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지켜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비오는날에 특별한 추억쌓기
멋져요~
오랜만에 뭉치셨네요~
가을 주왕산 멋지죠~
비는 내렸지만, 다들 즐거워 보이세요~
효자성당 꽃할배님들의 여정~
쭉 이어지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