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俗離의 땅에 솟은 거대한 木塔
俗離山 法住寺 捌相殿
법주사 팔상전(捌相殿)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와 오백나한을 모신 목조건축(木造建築)이다.
그런데 1960년대 해체수리과정에서 건물의 심초석에서 사리장치가 확인되었다. 사리장치를 봉안하는 곳은 탑이다.
팔상전이면서, 팔상탑이다. 그러니까 법주사 팔상전은 불보살과 오백나한을 모신 법당(法堂)인 동시에 목탑(木塔)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5층목탑이다. 화순 쌍봉사에 대웅전으로 사용하던 3층목탑이 있었지만,
1984년 화재로 소실되는 바람에 팔상전이 국내 유일의 목탑으로 남았다.
법주사 팔상전
법주사(法住寺)는 ‘부처님의 법이 상주하는’ 화엄도량이자, 김제 금산사, 팔공산 동화사와 함께 미륵신앙 중심의 장육미륵부처를 모신 미륵도량이다. 1,450여년전 신라국 의신스님께서 인도에서 흰 말에 경전을 싣고와 이 곳에 모셨으니 법의 상주처일 것이고, 백제고승 진표율사의 법맥에 의해 김제 금산사처럼 장육미륵을 봉안하고 점찰법회를 펼쳤으니 미륵중심도량일 터이다. 그래서 가람의 배치도 두 개의 중심축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화엄계열의 대웅보전 중심축이고, 다른 하나는 미륵계열의 용화보전 중심축이다. 1990년 청동미륵대불을 조성하면서 일직선상의 석등과 석연지, 희견보살상 등을 이곳 저곳에 옮긴 탓에 지금은 그 축들이 사라졌다. 팔상전은 원래 두 중심축이 직교하는 교차점에 있었다.
팔상전 內部
부처님의 생애를 압축해 그린 팔상도와 오백나한상을 모셨다
팔상전은 지상에서 상륜부까지 근 23m에 이르는 5층의 고층건축이지만 층층이 쌓아올린 적층식구조가 아니라, 실내가 하나로 트인 통층식 구조다. 한국, 중국, 일본의 동양삼국에서 유일한 통층식 목탑구조로 알려진다. 내부에서 보면 3층 천정까지 보이고, 4, 5층은 천정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건축구조를 보면 마치 전나무 한 그루를 보는 듯 하다. 건축의 중앙에는 전나무의 주간처럼 무게중심을 잡고 전체하중을 고루 분산시키는 심주(心柱)가 있다.
팔상전은 목탑이므로 ‘심주’라는 용어보다는 ‘찰주(刹柱)’가 더 옳은 표현으로 보인다. 찰주는 반야의 심검처럼 엄정하고 흔들림 없는 부동의 중도에 있다. 심주는 심초석에서 상륜부의 노반에 이르는 중심코어로 3개의 목재로 짜맞춘 것이다. 심주의 둘레는 4개의 하늘기둥, 곧 사천주(四天柱)가 정방형의 벽체를 형성하고 있다. 사천주는 4층 천정에 이르는 수직의 장대한 스케일인데, 내부중심의 위용이 대단하다.
수직의 높이를 추구하는 심주는 건축역학의 중심코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우주목이며 생명과 자비의 나무일 것이고, 부처께서 설하신 진리법이다. 심주는 부동의 자리이고, 무상정등각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다. 사천주는 불보살을 외호하는 사천왕의 위세를 스스로 갖추었고, 사천주로 둘러친 장대한 벽체세계는 그 자체가 신성한 불국토임에 분명하다.
팔상전은 통층식 가구구조인 까닭에 천정은 3층 높이에 가설되었다
거대한 불국토가 연꽃이 솟아나듯 땅에서 솟아나게 한 셈이다. 즉 한 시대의 건축역량을 거의 집대성하다시피 근 22년 동안 물량, 기술, 공력을 집요하게 공들인 것은 단순한 높이에의 추구가 아니라, 불국토의 장엄(莊嚴)이라는 거룩한 종교적 신심에 기초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백 년 넘게 황룡사를 구축해간 신라인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보이지 않는 심주에 단청을 입히고, 사천주 기둥에 심벽치기로 벽체를 만들어 그 벽체에 팔상도를 장엄하고, 불보살과 오백나한을 모신 것에서 이 건축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한 시대 사부대중들의 분명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팔상전은 그 자체가 중층적 구조의 만다라이며 거대한 불국토인 것이다. 사천주 바깥으로는 고주와 평주를 차례로 경영했다. 그 열주들 사이로 예배 동선을 자연스럽게 형성했다. 동에서부터 동-남-서-북쪽, 시계방향 순서로 도는 우요삼잡(右繞三匝)의 예배동선을 유도하고 있다. 각 면에 두 폭씩 해서 사방벽면에 팔상도와 오백나한을 모셨다. 팔상전은 영산전과 나한전, 탑돌이 공간이 두루 내포되어 있는 셈이다.
팔상전 외부 장엄
정면 출입문 위 창방의 연꽃화반
연꽃화반에서는 법열이 층층으로 미어터져 가이없어 보인다
측면 출입문 위 花盤의 귀면
鬼面의 입에서는 굵고도 강력한 신령의 기운들이 무시무종으로 뻗쳐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다
1층 귀공포의 龍
내부에서 몸통을 빼낸 용이 ‘ㄹ'자로 길게 몸을 뻗쳐 붉은 여의보주를 움켜쥐고 있다.
팔상전 외부장엄은 외호와 결계, 법열로 충만하다. 1층은 5×5칸의 정방형이고, 그로부터 위로 갈수록 반 칸씩 줄어들어
3층은 3×3칸, 5층은 1×1칸의 한 칸짜리 사모지붕 건물을 이룬다. 1층의 외부벽체에서는 귀공포와 화반의 문양이 눈길을 끈다. 귀공포는 내부에서 몸통을 빼낸 용이 ‘ㄹ'자로 길게 몸을 뻗쳐 붉은 여의보주를 움켜쥐고 있다. 마치 보주를 움켜 쥐고 승천하려는 기세다. 초각한 살미부재도 용의 몸통에서 뻗쳐나오는 기운으로 표현하고 있어 용이 생명의 강력한 기운임을 알 수 있다. 화반(花盤)에 장엄한 용의 입에서는 굵고도 강력한 신령의 기운들이 무시무종으로 뻗쳐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고, 그 옆의 심미적 아름다운 구상을 갖춘 연꽃화반에서는 법열이 층층으로 미어터져 가이없어 보인다.
용의 강력한 기세는 팔상전 내부에서 사천주(四天柱) 기둥에서 압권으로 나타난다. 사천주의 굵고 장대한 기둥에 폭포수처럼 드세찬 황룡들이 살아 용틀임하는 기세가 대단하다. 구례 화엄사 각황전 내부 고주(高柱), 안동 봉정사 대웅전 고주에도 이런 극적인 장면이 그려져 있다. 기둥이 곧 사천왕이고 거대한 용이다. 기둥의 거침없는 수직성과 용의 용틀임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기둥에 내재된 힘과 에너지가 위엄을 갖춰 엄숙히 흐르는 느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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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의 사래 끝에 있는 귀면와(鬼面瓦)
사래 : 추녀 끝에 설치하여 겹처마를 이루게 하는 굵은 부재. 부연의 선자 서까래가 사래 좌우에 배설된다. 사래는 추녀 끝에 있으면서 끝이 들리게 되므로 비와 이슬에 노출되어 썩을 염려가 크므로 吐首 등을 씌우거나 鬼面瓦를 박아 방지시켜 준다. 추녀와 사래를 설치할 때 그 곡선 비율을 얼마나 잡아 주느냐에 따라 처마의 仰曲과 안허리가 잡히므로 그 제작 기법은 까다롭다.
2층 귀공포의 인물상
. 2층 귀공포의 서로 다른 모양의 인물상
(오른쪽 인물상은 입에서 나오는 용이 몸을 감고 있다)
2층 귀공포에는 지붕을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인물상이 있어 주목을 끈다. 귀공포에서 추녀밑둥을 떠바치고 있는 사람형상을 일러 12세기 중국 북송의 토목건축책 〈영조법식(營造法式)〉에는 ‘각신(角神)’으로 부르고 있다. 북한의 심원사 보광전,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귀공포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장천1호분과 삼실총 등 고구려벽화고분에서는 이들은 신성한 세계를 떠받치는 거룩한 역사(力士)들이다.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연꽃, 혹은 연잎 위에 앉아있다는 것은 신성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입에서 용이 나오는 조형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동양삼국에서 유일한 통층식 木塔
사천주(四天柱) 기둥에 황룡(黃龍)들이 용틀임하고 있다
팔상전 내부의 가구구조는 대단히 역학적이며 중층적이다. 정교하게 짜여진 힘의 분산 및 결집체계가 살아있는 유기체의 생명력을 느께게 한다. 수평과 수직, 사선과 직선이 이루는 유기적인 구조들이 굵기와 길이에서 고저장단의 율동을 갖춰 힘을 실어 나르는데, 뼈대의 윤리적인 아름다움, 굳건한 신뢰감을 가득 안겨준다. 건축가구의 뼈대들은 역학의 부재들이지만, 단청장엄의 초(初)빛, 이(二)빛, 삼(三)빛을 입는 순간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기케이블처럼 신령의 기운이 흐르는 전도체가 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겨울나무에 연두의 새싹기운이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생명력은 경계 밖으로의 미어터짐이며, 나선형의 순환운동이고, 푸르름의 빛을 띄는 것이다. 목조건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식물 씨방의 개화와 푸르름, 나선형 넝쿨만큼 훌륭한 소재는 드물다. 사찰건축에 씨방, 개화, 나선형 넝쿨무늬가 그토록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도 그 생명력의 운동성 때문일 것이고, 단청작업에서 겹녹화, 골팽이, 연화머리초 등이 주류적인 것도 대상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내적인 힘 때문일 것이다.
팔상전 3층 천정의 장엄
천정은 격자 칸의 크기가 다채롭고, 빗반자처럼 널판반자가 드러난 우물천정 형식이다.
천정에 베푼 문양은 용과 넝쿨문양이다.
3층 천정과 벽체에 장엄된 龍, 넝쿨문양과 여래벽화
천정의 운용도(雲龍圖)
팔상전은 통층식 가구구조인 까닭에 천정은 3층 높이에 가설되었다. 천정은 격자 칸의 크기가 다채롭고 빗반자처럼 널판반자가 드러난 우물천정 형식이다. 천정에 베푼 문양은 용과 나선형 넝쿨문양이다. 문양의 느낌은 퇴색한 석간주와 삼청의 고색 느낌으로 중후하고 무거우며, 깊숙하기 그지없다. 어둠침침한 갈색 톤이 공간의 깊이만큼 차분하기 그지없다. 색채와 구도의 양 측면에서 상투적이거나 기교적인 매너리즘과는 떨어져 있는, 어딘가 단순, 투박하면서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고전주의적인 기풍이 흐른다.
넝쿨문양의 잎이나 용의 형상에서 격식을 갖추지 않은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인데도 역동적인 힘과 격조있는 조화로움이 풍긴다. 짙은 갈색의 어둠에서도 생명력의 흐름에는 가는 흰빛을 풀었고, 범자종자불과 개화하는 꽃 송이에는 긴장을 해소하듯 밝은 빛을 던져 놓았다. 그 아래 벽체에서 오색의 신령함 속에 여래께서 고요히 나투신다. 법이 상주하시는 법주사이니 법화경 〈견보탑품〉의 오백 유순 높이의 다보탑이 땅에서 솟아있는 이치다. 일승의 허공법회의 방편으로 큰 보배 탑이 속리의 공중에 머물러 있다.
팔상전 내부 벽화
法住寺 捌相殿의 八相圖
팔상전 현판
부처님의 생애를 압축해 그린 팔상도(八相圖)의 팔은, 여덟 팔(八)자를 쓰지만
법주사 팔상전에는, 여덟 팔과 통용(通用)되는 깨뜨릴 팔(捌)자를 써서 무게를 더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로 구분하여 모습을 나타내 보이기에 팔상(八相)이라 하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팔상도(八相圖)이다. 법주사 팔상전은 팔상도를 봉안할 목적으로 건립된 건축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팔상도는 법주사뿐만 아니라 일반 사찰의 팔상전이나 영산전에서도 볼 수 있다. 예배 공간으로서의 기능만 가지고 있는 일반 사찰의 팔상전에서는 8폭의 팔상도가 불단을 향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열되어 있어 한 곳에서도 내용 전체를 파악할 수가 있다.
그러나 불탑 형식의 구조로 된 불사리 봉안처로서의 성격과 예배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법주사 팔상전의 경우는 건물 중심에 조성된 네 벽을 돌아가면서 한 벽면에 두 폭씩 팔상도를 배치해 놓았기 때문에 한 곳에서는 전체를 다 볼 수가 없다.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팔상전 안을 한 바퀴 돌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탑돌이를 한 셈이 된다. 이 탑돌이는 곧 심초석(心礎石)에 봉안된 불사리를 중심으로 한 탑돌이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법주사팔상전의 팔상도 배치와 우요삼잡(右繞三匝)의 개념도
<알아두기> 우요삼잡(右繞三匝)이란?- 예배의 대상을 중심으로 하여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에 절을 하는 예경법.
인도에서 고래로부터 존경하는 사람에게 경배를 표시하는 예법이다. 예배의 대상을 오른쪽 어깨에 두고,
시계가 도는 방향으로 세 차례를 돈 뒤에 그의 발에 엎드려 입을 맞춘다.
탑돌이를 할 때 오른쪽으로 도는데 이는 부처님 당시 (부처님의)오른쪽으로 세 번을 돌고
예를 올린 것에서 그 유래를 찾을수 있다.
(2) 毘藍降生相 (左) (1)兜率來儀相 (右)
1. 도솔래의상 (兜率來儀相) - 도솔에서 내려오는 장면
석가모니부처님이 호명보살로서 도솔천에 머물다가 마침내 사바세계로 출현하게 되자, 카필라국의 정반왕과 마야왕비의 태자로 탄생하여 도솔에서 내려오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여기에는 흰코끼리를 탄 호명보살(護明菩薩)이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있는 마야(摩耶)부인의 모습 / 상(相)을 잘 보는 바라문에게서 꿈의 해몽을 듣는 왕과 왕비의 모습 등이 주 내용으로 묘사된다. 이 때 바라문이 이르기를 “반드시 태자를 잉태할 것이며 훗날 출가를 하면 정각을 이루어 삼계중생을 제도할 것”이라 하였다.
2. 비람강생상 (毘藍降生相) -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하는 장면
부처님의 탄생과 관련된 자연들이 묘사되고 있다. 따뜻한 봄날에 마야부인이 궁중을 떠나 궁녀들과 룸비니 동산에 올라 무우수(無憂樹) 가지를 붙들고 서서 오른쪽 옆구리로 태자를 낳는 장면 / 하늘에서 제석천왕이 비단을 가지고 내려와 태자를 받으며 모든 천왕들이 온갖 보물을 공양하는 장면 / 태자가 땅에서 솟아오른 연꽃을 밟고 일곱 걸음을 움직이며 한손은 하늘을 또 한손은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외치는 장면 / 아홉 마리의 용이 깨끗한 물을 토하여 태자를 목욕시키는 장면 / 태자를 태워 궁궐로 돌아오는 장면 / 아지타 선인을 불러 관상을 보이는 장면 등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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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四門遊觀相 (4)踰城出家相
3. 사문유관상 (四門遊觀相) - 사문 밖에 나가 관찰하는 장면
태자가 사방의 문으로 나가서 중생들의 고통을 관찰하고 인생무상을 느끼는 장면이 네 가지로 묘사된다. / 동문(東門)으로 나가서는 노인을 보고 사색하는 장면 / 남문(南門) 밖에서는 병자를 보고 인생무상을 느끼는 장면 / 서문(西門)으로 나가서는 장례행렬을 보고 죽음을 절감하는 장면 / 북문(北門) 밖에서는사문을 보고 깨달아 출가를 결심하는 장면 등이 묘사된다.
4. 유성출가상 (踰城出家相) - 성을 넘어 출가하는 장면
태자가 정반왕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을 넘어 출가하는 장면들이 묘사되고 있다. 태자를 감시하던 야수부인과 시녀 그리고 오백 장사들이 잠에 취해 있는 장면 / 태자가 마부 차익에게 궁성을 뛰어 넘을 것을 지시하는 장면 / 말을 탄 태자가 성을 뛰어 넘으니 제석천이 호위를하며 하늘에 오색광명이 환하게 비치는 장면 / 머리카락을 자른 태자가 사냥꾼의 옷과 자신의 비단도포를 바꾸어 입는 장면 / 마부 차익이 태자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눈물을 흘리며 태자의 금관과 용포를 가지고 궁궐로 돌아가는 장면 / 정반왕과 마야부인 그리고 태자비가 태자의 의관을 받고 슬피우는 장면 등이 주로 묘사된다.
(6)樹下降魔相 (5)雪山修道相
5. 설산수도상 (雪山修道相) - 설산에서 수도하는 장면
설산에 들어간 태자가 대신들을 보내어 환궁을 종용하는 정반왕의 권청을 물리치고 신선들과 함께 수도에 정진하는 장면들이 묘사되고 있다. 정반왕이 교진여 등 5인의 신하를 보내어 태자를 환궁하게 하는 장면 / 이들이 태자에게 돌아가기를 간청하는 장면 / 환궁을 거절한 태자에게 궁중에서 양식을 실어 보내는 장면 / 6년 고행의 무상함을 깨우친 태자에게 목녀(牧女)가 유미죽을 바치는 장면 / 제석천왕이 못을 만들어 목욕을 하게 하고 천인이 가사를 공양하는 장면 / 태자가 수도하면서 모든 스승을 찾는 장면 / 풀베는 천인에게서 길상초를 보시받는 장면 등 많은 내용이 그려지고 있다.
6. 수하항마상 (樹下降魔相) - 보리수 아래서 마구니를 항복시키는 장면
태자가 마군들의 온갖 유혹과 위협을 물리치고 그들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는 장면들이 묘사되어 진다. 마왕 파순이 마녀로 하여금 부처님을 유혹하게 하는 장면 / 마왕의 무리들이 코끼리를 타고 부처님을 위협하는 장면 / 마왕이 80억 마군을 몰고와 부처님을 몰아내려고 하나 창칼이 모두 연꽃으로 변하는 장면 / 지신이 태자의 전생공덕과 계행을 마왕에게 증명하는 장면 / 마군들이 작은 물병을 사력을 다해 끌어내려고 하나 조금도 요동하지 않고 오히려 돌비와 바람이 쏟아져 80억 마군들을 물리치는 장면 / 드디어 마왕의 무리들이 항복하고 부처님과 모든 천신, 천녀, 군중들의 수희 찬탄하는 장면들이 묘사된다.
(7) 鹿苑轉法相 (8)雙林涅槃相
7. 녹원전법상 (鹿苑轉法相) -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포교하는 장면
무상전각을 이루신 부처님이 녹야원에서 최초로 불법을 설하시는 장면들이 상,하단(上下段)으로 묘사되고 있다. 상단에는 노사나불의 모습을 보이신 석가삼존이 처음으로 화엄경을 설하는 장면 / 하단에는 세존께서 녹야원에 이르러 교진여 등 5인의 비구에게 고집멸도의 사제법문을 설교하는 장면 / 수달다 장자가 아사세 태자의 동산을 사서 기원정사(祇園精舍)를 건립하고자 하는 장면 / 흙장난을 하고 놀던 어린이들이 부처님께 흙을 쌀로 생각하고 보시하자 부처님이 이것을 탑으로 바꾸는 장면 등이 그려진다.
8. 쌍림열반상 (雙林涅槃相) - 사라쌍수 아래서 열반에 드시는 장면
80세가 되신 부처님이 2월 보름 쿠시나가라의 사라쌍수 아래에서 마지막 설법을 마치시고 열반에 드시는 장면들이 묘사되고 있다. 사라쌍수 아래서 길게 누워 열반에 드신 부처님과 그 주위로 비탄에 잠겨 있는 사부대중과 천룡 팔부중의 모습들 / 늦게 도착한 가섭이 크게 슬퍼하자 부처님이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보이시는 장면 / 아나율존자가 하늘에 올라가 부처님의 열반소식을 전하자 마야부인이 천녀들과 허공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꽃을 뿌려 공양하는 장면 / 관이 성밖으로 저절로 들려 나가는 장면 / 다비를 하니 사리가 비오듯 쏟아지고 이 사리를 바라문이 여덟 나라의 왕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장면들이 상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왜 그랬을까?
법주사 팔상전의 팔상도 역시 다른 절의 팔상도처럼 도솔내의.비람강생.사문유관.유성출가.설산수도.수하항마.녹원전법.쌍림열반 등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 중 여덟 가지 중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팔상도의 각 장면의 배치는 시계방향으로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도솔내의상’을 시작으로 해서 ‘쌍림열반상’에서 끝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법주사 팔상도의 경우에 배치 순서가 어긋나 있는 곳이 두 군데나 눈에 띈다.
원칙대로라면 ‘도솔내의’, ‘비람강생’, ‘사문유관’, ‘유성출가’ 등의 순으로 되어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다. ‘유성출가’, ‘사문유관’ 순으로 차례가 바뀌어 있고, 또 '쌍림열반' 녹원전법' 순으로 차례가 바뀌어 있는 것이다. 즉 1,2.3,4,5,6,7,8의 순이 아니라 1,2,(4,3),5,6,(8,7)의 순으로 되어있는 것이다. 이렇게 배치해 놓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왜 그랬을까?
팔상도(八相圖)
석가여래의 전기는 근본불교시대부터 신도들에게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래서 전기를 조각이나 회화로 즐겨 표현하곤 하여 부파불교시대부터는 부처님의 전생설화와 함께 부료미술의 주류를 이루게 된다. 초기에는 보통 부처님의 생애를 네 가지 극적인 장면으로 압축, 묘사하였는데, 대승불교에서는 여러 가지 극적인 장면으로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와 같은 석가불의 생애를 극적인 8장면으로 묘사한 그림을 팔상도라 하고, 이 그림을 봉안하게 위하여 따로 마련한 전각을 팔상전이라 하는데 법주사 팔상전은 그 대표적인 건물이다.
팔상도는 인도의 불전도를 배합하여 발전시킨 것으로 경전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의 팔상도는 대개 법화경을 신봉하는 법화, 천태종 계열의 종파에서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팔상도가 팔상전 외에 영산전에도 봉안되어 있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팔상도는 그 세부적인 장면의 표현이나 배열하는 구도에 있어서도 조금씩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 또한 화폭의 장면마다 그 장면의 내용을 적어 놓아 그림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첫댓글 <丙申年 - 붉은 원숭이의 해>를 끝내면서 문득 생각난 것이 법주사 팔상전이었다.
'팔상전2충 귀공포의 조각상만 소개할 것이 아니라, 팔상전의 구조와 그 전각의 주인인 '八相圖'를 소개하자!'
청주에서 자랐고, 지금은 속리산 국립공원 화양계곡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30분 거리의 법주사에 자주가곤 했다.
고향의 보물을 애정을 가지고 조사하고 정리해서 올린다. 문우님들에게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귀중한 글 잘 읽었습니다. 속리산법주사는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가본 것이 유일한데 언제 시간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꼼꼼한 안내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향남씨 방가방가!
완성해 놓고보니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어요. 오래 전, 열심히 절집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때 찍어둔 사진 중에 법주사 팔상전 四天柱의 살아 꿈틀거리는 黃龍을 여러 장 담아왔었어요. 서울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시골 노트북에 저장해둔 그 사진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3월 19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