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라배아주의 사형수 케네스 유진 스미스(58)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최초로 질소 가스 주입에 의해 세상을 등졌다. 미국 사형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다.
스미스는 1989년 자신의 부인 엘리자베스 세네트(당시 45)를 살해하면 1000 달러를 주겠다는 목사의 청부를 받고 흉기로 찌르고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존 포레스트 파커와 함께 1996년 유죄 판결과 함께 사형이 언도됐다. 살인을 사주한 남편은 나중에 극단을 선택했고, 파커는 2010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배심원단은 스미스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권고하는 것으로 평결했지만 판사는 직권으로 사형을 언도했다. 재판 도중 스미스는 범행 현장에 있었지만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22년 11월에 독극물 주사로 사형 집행이 시도됐다. 여러 차례 정맥에 주사를 놓으려 했지만 정맥이 좀처럼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자정을 넘기는 바람에 기한이 만료돼 이번에 두 번째로 사형 집행됐다. 스미스는 이틀 전 검증되지 않은 사형 집행 방법인 질소 가스 주입을 기다리는 일이 마치 고문을 당하는 심경이라고 방송에 털어놓았다. 그는 "내 몸은 그저 무너지고 있다. 계속 체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고통스러워 했다.
미국 연방대법원과 연방 항소법원은 전날 앨라배마주 홀먼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스미스가 마지막으로 간청한 질소 가스 주입에 의한 사형 집행을 막지 않기로 결정해 다음날 형이 집행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앨라배마주는 이번에는 조금 더 확실하게 했다. 25일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30시간 형 집행을 하기로 했다. 당국은 그의 얼굴 전체를 뒤덮는 마스크를 씌워 그가 순전히 질소만 마시게 해 산소 부족으로 목숨을 잃게 했다. 집행 과정을 목격한 기자는 BBC에 전체적으로 25분쯤 걸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흔히 '가스실'로 불리는 방의 침대에 오르기 전 스미스가 힘겨워해 교도관들이 위력을 가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스미스는 체념한 듯 "지금까지 지지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여러분 모두 사랑한다"고 말했고, 자신의 가족을 향해선 "사랑한다"고 유언을 남겼다.
앞서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은 지난 주 한 번도 실행해 본 적 없는 이 사형 집행이 고문에 가깝고 잔인하며 비인간적이며 퇴행적이라고 비판하며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앨라배마 외에도 미국에서 오클라호마, 미시시피가 이 사형 방법을 허용하고 있지만 지금껏 한 번도 집행되지 않았다.
앨라배마는 미국의 다른 주와 달리 사형 집행 전 취재진과 사형수의 면담을 금지하고 있다. 해서 BBC는 지난 주 후반 그와의 전화 인터뷰를 청했지만 스미스는 몸이 좋지 않다며 거절했다. 그는 대신 편지를 통해 " 나는 늘 구역질을 한다. 공황 발작도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내가 매일 직면하는 일 가운데 작은 부분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고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로선 당연하게도 앨라배마주가 "너무 늦기 전에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 당국은 질소 가스를 주입하면 빨리 의식을 잃게 할 것이란 주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적당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의학 전문가들과 인권단체 등은 과격한 발작부터 식물인간 상태로 내몰 수 있으며, 심지어 마스크에서 가스가 새나와 방안에 있는 다른 이들, 스미스의 종교 참관인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미스의 참관인 제프 후드 목사는 "그는 죽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내 생각에 그는 이 과정에 자신이 심한 고문을 당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미스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라 자신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거듭 걱정했다. 에머리 의대 부교수 조엘 지봇 부교수도 앨라배마주가 잔인한 사형 집행을 감행한 오랜 역사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BBC에 "케네스 스미스는 미국에서 최악의 인간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앨라배마주는 그를 죽이려고 혈안이 돼 있으며, 그를 죽이려다 다른 사람까지 죽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앨라배마주는 미국에서 사형 집행률이 가장 높은 주 중의 하나다. 현재 사형수 165명이 복역 중이다. 2018년 이후 세 차례나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처형하는 데 실패했다. 내부 감사 결과 사형수들이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버티고, 변호사들이 시간을 질질 끌어 밤 11시로 설정한 시한을 넘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이 이베이 앨라배마 주지사는 전문가들의 경고와 항변들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주 법무장관은 유엔 등의 우려가 "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공화당 소속 주의원 리드 잉그램은 질소 가스 처형을 승인하는 데 찬성 표를 던졌는데 역시나 유엔 등의 비판을 묵살했다. "나는 퇴행인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나는 비인간적인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내 생각에 우리는 나아지고 있다. 내 생각에 그 과정은 그가 피해자에게 했던 짓에 견줘 나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주지사도 기독교인이다. 이 모든 일을 충분히 토의했고 모두 쟀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마음으로 다 재봤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법"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피해자 유족의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집행일까지는 함구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