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기자사 여열기자용(士知己者死 女悅己者容)|
어젯밤에 초선이와 너무 무리만 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전장을 누비며 만든 몸으로 버텨볼 수도 있었건만
너무나도 과한 애정행각으로 동탁은 초라하게 통나무 자빠지듯 앞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주위에는 동탁의 몸에서 피가 솟구치며 마치 분수처럼 사방으로 뿌려댑니다.
허망합니다. 동탁의 인생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집니다.
동탁을 호위하던 병사들이 여포를 둘러싸자 천하의 영웅이라는 여포가 괜히 여포입니까?
순식간에 그들의 목이 하늘로 솟아 오르고 땅으로 맥없이 떨어지고 좌우로 날아다닙니다.
그리고 이미 동탁이 큰 大자로 바닥에 뻗어버렸는데 그의 수하들이 무슨 의욕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유도 그곳에 동탁과 함께온 이유때문에 미늘창을 받고 죽어버렸습니다.
공연히 절영의 연회인지 뭔지 아는 체 하다가 그만 죽어자빠져 버렸습니다.
여포의 멋들어진 칼춤에 주위에 동탁의 졸개들은 통나무 쓸어지듯 죽어 나자빠집니다.
저 멀리 왕궁 출입문 위에서 사도 왕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동탁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손아귀에 넣고 황제를 호령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동탁은 이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집니다.
최근에는 동탁 스스로가 황제가 되는 꿈을 계획하고 이제 날자만 저울질하며 지냈는데.....
그리고 초선이를 황후로 삼아 두 사람의 즉위식을 준비 중이었는데...
동탁은 황제라는 불가능한 자리에 도전을 했고 황제의 환상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순리에 어긋난 탐욕은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들이마신 숨은 언젠가는 내뱉어야 합니다.
두 번 들이 마시고 한 번만 뱉고도 살아갈 수 없는게 인간입니다.
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은 동탁의 시신은 그저 죽은 고깃덩어리에 불과합니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고 눈을 서서히 감으며 동탁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동탁을 제거한 여포는 황군을 이끌고 밖에 대기하던 동탁의 군대를 바람처럼 휩쓸어 버립니다.
그 여세를 몰아 미오성으로 들이 닥치니 이미 그곳을 지키던 병사들은 벌써 동탁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살길을 찾아 우왕좌왕 하는 오합지졸이 되어버렸습니다.
여포는 미오성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초선이 부터 찾습니다.
그리고 격정적이고 뜨겁게 포옹을 합니다.
"초선! 이제 우리의 사랑은 시작이오. 이제 동탁은 죽었소. 바로 내가 그를 정의의 이름으로 베어버렸소."
"태사 어른이 죽었다는 말씀이 사실이오니까?"
초선의 눈에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모습을 본 여포는 초선이 자기와의 사랑을 생각하고 흘리는
눈물이라고 확신하며
"초선! 그대도 기뻐서 그러는게요? 그깟일로 눈물까지 흘리다니... 이제부터 내가 그대를 늘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할 참이오."
하며 수하에게 명합니다.
"나는 이곳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니 초선 아씨를 조금도 예의에 어긋남 없이 모셔라!"
그러나 초선이 흘린 눈물의 의미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저녁나절...
미오성을 모두 정리하고 여포는 적토마를 타고 단숨에 집으로 돌아 옵니다.
오늘따라 적토마가 거침없이 달려 나갑니다. 역시 적토마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돌아오는 길에 여포의 머리는 초선과의 사랑만들기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단숨에 날다시피 집에 돌아온 여포는 초선이부터 찾습니다.
"초선 여포가 돌아왔오. 그대의 영원한 사랑 여보가 말이오. 어디에 있기에 나를 반기지 않고 숨어
있단 말이오...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싶으신게요?"
이윽고 방에 들어 온 여포는 식겁을 합니다. 이게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침상에 가지런한 자세로 초선이 누워 있고 그녀의 가슴에는 비수 한 자루가 꽂혀있습니다.
"초선아 이제부터 나와의 사랑이 시작되는데 왜 어찌하여 죽음을 택했단 말이오. 아~ 하늘이시여...
제게 왜 이런 불행한 일을 안기십니까?!!!!"
죽은 초선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빡 나쁜 여포는 그 미소의 의미를 모르고 있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큰일을 했으며 자기를 친딸처럼 보살펴준 왕대인을 위해 또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만족스러운 미소입니다.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여포도 아니고 영감탱이 동탁과의 부귀영화도 아닙니다.
자기를 인간답게 살게 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사랑한 것입니다.
사지기자사 여열기자용(士知己者死 女悅己者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아름답게
꾸민다는 말이지요.
그러면 초선은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분명히 사랑하지도 않는 여포와 동탁을 위해 곱게 몸을 꾸몄으며 자기를 친딸처럼 보살펴 준 왕윤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러면 이들이 이렇게 된 사연을 내일 거슬러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1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