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도문] 거인 (김재진)
기도를 통해 참나를 만나다
픽사베이
사람들은 기도를 무엇을 구하는 것이라 여기네
가까운 이의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기력할 때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 속에서 더 이상
내 안을 비추는 따뜻한 빛 찾을 수가 없을 때
답답함이 세력을 얻어 숨조차 쉴 수 없을 때
내일이 안 보이는 깜깜함에 갇혔을 때
어딘가에 매달려
사람들은 기도하고 싶어하네
한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한때 내가 미워했던 사람과
한때 나를 힘들게 했던 그 모든 벽들과
벽들이 갈라놓은 질식의 공간과
저녁의 식사와 아침의 푸른 공기 사이에 박혀있는
갈구의 절박함
그러나 기도는
뭔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네
기도는 또 하나의 나
내 안에 숨어있는 거인을 불러내는 일이라네
김재진(1955~), 시인
기도는 내 안에 숨은 거인을 불러내는 일, 나와 나누는 조용한 대화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갈구하기 위한 것이 아닌, 참나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여보자.
김재진은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93년 조선일보에 소설이 당선되었고, 몇 권의 시집과 산문, 동화집을 펴내었다.
오랫동안 방송국 피디로 일했으며 1995년 직장을 떠난 뒤 명상과 마음공부 프로그램들을 배우거나 가르치며 살아왔다. 서로는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등이 있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