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소비자 "국내 전기차 엔지니어 단 1명, 반복된 수리에도 같은 문제 발생"
딜러사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문제, 그쪽에 문의하라" /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보상 담당팀 없어" 서로 책임회피
피해 소비자 "수리된다는 보장도 없고 수리해도 또 고장"
주행 중 멈춰선 아우디 ‘e트론’. 제보자 제공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이 판매하는 고가의 수입 차량에서 배터리 결함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배터리 결함으로 차를 운행할 수 없다”는 동일한 내용과 서비스 불만족을 호소하는 차주들의 아우성이 그치지 않고 있다.
피해 차주들은 배터리 문제에 더해 국내에서 아우디 전기자동차 ‘이트론’(Audi E-tron 55 Quttro)을 수리할 수 있는 전문 엔지니어가 단 한 명뿐인 이유가 크다고 주장한다.
국내에 수리할 전문 인력이 단 한 명뿐이다 보니 수리를 위한 대기기간도 길고 수리가 된다 하더라도 동일한 증상으로 차를 서비스센터에 입고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8일 세계일보와 만난 A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아우디 공식 딜러사인 ‘태안모터스’를 통해 이트론을 출고 받았다.
A씨의 차는 출고 후 약 3000km 주행쯤부터 ‘배터리가 완충되지 않고 주행거리가 갑작스럽게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점은 앞서 세계일보와 만난 다른 차주들도 공통으로 겪은 현상이다.
제보 내용을 종합하면 차량 출고 당시에는 100% 완충이 가능했지만 일정 순간부터 완충된 상태에도 배터리 충전량이 80%로 떨어진다.
이후에는 주행가능거리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뒤 급기야 운행이 불가한 수준이 된다.
원인은 배터리 팩 내부의 ‘셀’ 또는 ‘모듈’의 문제다. 전기차 배터리는 여러 개의 셀이 모여 모듈을 이루고 여러 개 모듈이 합해져 팩이 된다.
이트론 배터리 문제의 증상은 각기 다르지만 A씨의 경우 셀 불량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배터리 문제가 발생하면 패 전체를 차에서 탈거해 문제가 발상한 곳 하나하나 찾아야 하는데, 부품이 있는 경우 바로 수리가 가능하지만 없을 경우에는 독일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에 부품을 주문해 국내에 들여오게 된다.
이 기간만 최소 15일 이상 걸린다. 부족한 엔지니어와 부품 수급 문제가 겹쳐 수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 이슈 등으로 그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게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피해 차주들의 전언이다.
국내 수리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짧게는 3달 정도의 수리 기간이 필요하고 다시 문제가 발생하면 길게는 1년여 가까이 차가 서비스센터에 입고돼 멈춰 설 수밖에 없다고 A씨는 하소연한다.
실제 그의 차는 동일 결함으로 3차례 서비스센터에서 수리 받았지만 지금도 완충이 안 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A씨가 받은 아우디 ‘e트론’ 수리 내용 중 일부. 제보자 제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차를 장기간 입고시켜야 하다 보니 차는 운행도 하지 못한 채 매달 차량 할부금만 발생하며 ‘유지비 절약’(충전비)이라는 경제적 이점도 사라졌다.
또 대차 받은 차량은 현재 가장 주유비가 비싼 경우차인 경우가 많아 1억원을 호가는 차를 두고 유지비 비싼 아래 등급 차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해야 한다.
앞서 다른 제보자의 경우 미리 사둔 200만원 상당 충전카드가 기한 만료로 쓰레기가 될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는 전기차 유지비의 약 3배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차를 판 딜러사(태안모터스)는 A씨에게 “해줄 게 없다. 아우디코리아에 문의하라”라고 빨을 빼는 한편 아우디코리아는 “배상 담당팀이 없다”며 피해 차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또 수리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 없이 소비자가 진행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인 상황이다. 이점은 다른 피해 차주들 역시 동일한 내용을 호소한다.
A씨는 “배터리에 문제 생겨 또 수리하는 게 반복된다면 1년 내내 센터에 있을 것 같다”며 “딜러사, 아우디코리아, 서비스센터가 모두 책임을 떠넘기기만 해 분통이 터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e트론을 구매한다면 배터리 문제를 꼭 알았으면 한다”며 “언론을 통해 많은 사람이 알고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아우디코리아, 차를 판 딜러사도 문제를 인식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