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전복에 현금까지… ‘복마전’ 조합장 선거 이대로 안 된다
농협·수협·산림 조합장 공식 선거운동이 23일 시작됐다. 3월 8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통해 전국 1347개 단위 조합이 4년 임기의 대표자를 새로 뽑는다. 평균 2.3 대 1의 경쟁률 속에 벌써부터 금품 제공 등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2일까지 이미 198건의 위법 행위가 적발됐다. 특히 기부행위 위반 사례가 97건으로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최근 전북 전주시 일대에는 ‘금품(홍어 등)을 받은 조합원은 자수해 과태료를 감경·면제받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선관위 현수막이 걸렸는데, 20여 명의 유권자가 자수하는 일도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정육·전복세트 제공이나 행사 찬조금, 한우 대접 등으로 적발된 사례가 적지 않다.
조합장으로 선출되면 통상 억대 연봉에 별도로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다. 규모가 큰 조합은 운전기사와 차량도 제공한다. 직원 채용부터 인사, 예산 집행, 사업 추진 등 조합 경영에서 거의 전권을 휘두른다. 지방에서 “어지간한 지역 공기업 사장보다 낫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농협의 경우 상임조합장은 연임이 2회(총 3선)로 제한되지만 자산이 2500억 원 이상인 조합은 연임 제한이 없는 비상임조합장이어서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 절반가량의 조합이 비상임조합장을 대표자로 뽑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10선, 11선까지 노리는 현직 조합장들도 여러 명 후보로 등록을 했다.
조합장 선거는 선거인 수가 얼마 되지 않고 후보자와 유권자들이 사적 인연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공직선거와 달리 SNS 선거운동은 못한다. 토론회나 연설회도 없다.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구조이며, 도전자들도 은밀한 금품 제공 유혹에 빠지기 쉽다. 선거 막판 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한 관리 감독과 적발 시 엄정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그동안 연임 제한이나 SNS 선거운동 허용 등을 위한 법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지역에서 발언권이 센 현직 조합장의 눈치를 보는 여야 의원들의 비협조로 흐지부지돼 온 게 사실이다. 임기 문제나 선거 방법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통해 ‘돈선거’의 악순환을 끊어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