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서울에 입지가 좋은 분양 단지는 완판을 기록하는 것과 달리 지방에 교통이나 편의시설이 부족한 지역은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더불어 분양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3구역에 위치한 재개발 단지인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1순위 청약에서 완판(완전판매)되었다. 329가구 모집에 1만 7013개의 청약 통장이 몰려 평균 청약경쟁률이 51.7대 1을 기록했는데 가장 경쟁률이 치열한 평형은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A 타입으로 무려 154.1대 1을 기록했다.
휘경자이 디센시아가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 시세대비 1억 가까이 싼 분양가와 외국어대학교룰 비록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룰 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자이’라는 브랜드와 더불어 2000가구에 가까운 대단지라는 점이 분양 성공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휘경동자이 외에도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지난 3월 7일 98가구 모집에 1만 9478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198.76대 1에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 역시 ‘자이’라는 브랜드 내임과 착한 분양가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젠 아파트를 청약하는 이들도 예전과 달리 입지 조건은 물론, 대단지 여부와 착한 분양가를 우선 순으로 꼽는 것이다.
이 같은 경우는 지난 3월 특별분양을 진행한 '고덕강일3단지'도 마찬가지다. 3월 말 이틀간 진행된 특별공급에 1만 3262명이 몰려 3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 단지가 이 같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본 청약 시점 시, 전용 59㎡의 분양 가격이 3억 5000만원대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인근의 아파트 단지에 비해 절반 정도인 셈이다. 거품이 빠진 분양가에 너도나도 청약통장을 던진 것이다.
지방의 경우, 지난 2월 분양에 나선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은 60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6947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11.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성공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타 아파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어서다.
반면 휘경자이 디센시아와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경기 파주 와동동의 ‘파주 운정신도시 B2블록 운정호수공원 누메르’는 2순위까지 접수를 받은 끝에 38가구 모집에 66개의 통장이 접수됐다. ‘운정호수공원 누메르’는 대단지가 아닌 것은 물론, GTX역과도 다소 멀다는 인식이 작용한 걱으로 보인다.
또한 부산 우암2구역을 재개발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는 1077가구 모집에 155명이 응모해 0.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저렴한 분양가와 입지 조건 외에 청약시장에서 서울 등 일부 지역에 청약이 몰리는 이유는 정부가 △규제지역 해제 △전매제한 기간 대폭 축소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 폐지 △특별공급 분양가 기준 폐지 △1주택 청약 당첨자 기존 주택 처분 의무 폐지 △무순위 청약 자격 요건 완화 등의 완화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숨통이 트이자 수요자가 몰릴 만한 곳이 주목 받은 것이다.
지방의 분양 성적이 저조한 이유는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추가 분양 물량이 많다는 점과 교통여건, 분양가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4월 7일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54.59대 1로 시도별로 구분했을 때 전국 1위를 기록한 반면 경기도는 1.74대 1로 지난해 4분기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6.69대 1, 경기도는 3.01대 1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경기도 뿐 아니라 대다수 다른 지역 평균 청약 경쟁률을 보면 침체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51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부산은 올해 3.6대 1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1.83대 1이었던 제주도는 0.21대 1로 0.42대 1이었던 대구는 0.06대 1로 신규 주택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정부에서 규제를 대거 풀어줘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입주 때면 가격이 오를 것 같은 서울이나 확실한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 공급이 적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평균 청약경쟁률이 높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이어서 “건설사들이 올해는 미뤄온 분양 물량이 있어 조절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데 국토교통부에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과 관련해 손질을 해 미분양이 소진되도록 대책을 강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